서울에 단 한곳, '우회전 신호등' 가보니…"빨간불에 정지 몰랐어요"

27일 오전 10시 서울 동작구 상도동 신상도초교사거리. 지선버스 1대가 우회전 신호등 적신호를 무시한 채 주행하고 있다./사진=박상곤 기자

지난 27일 오전 10시쯤 서울 동작구 신상도초등학교 앞 사거리. 서울에서 유일하게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곳이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시행됨에 따라 5일 전인 지난 22일부터 우회전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정지해야 하지만 적잖은 차량이 여전히 적신호에 멈추지 않고 우회전을 했다.


우회전 신호등에 적신호가 들어오면 차량운전자는 반드시 일시정지 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승용차는 범칙금 6만원과 벌점 15점 또는 과태료 7만원을 내야 한다. 승합차는 범칙금 7만원, 이륜차는 4만원을 낸다.

이날 약 30분동안 우회전 신호등은 15차례 빨간불이 들어왔다. 적신호가 켜진 동안 차량 약 60대가 우회전을 했는데 이중 일시정지한 차는 8대에 불과했다.

한 1톤 트럭은 횡단보도에 사람들이 건너는데 멈추지 않고 우회전을 시도했다. 한 택시는 앞에 한 승용차가 적신호를 받아 멈춰서자 뒤에서 가라는 듯 연신 경적을 울렸다. 버스도 7대가 적신호를 받았는데 이중 5대가 신호를 무시하고 우회전했다.

30일 경찰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운영되는 우회전 신호등은 15개다. 경찰은 우회전 신호등을 점차 늘릴 방침이다. △1년간 우회전 차량으로 사고가 3건 이상 난 곳 △대각선 횡단보도가 있거나 왼쪽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확인하기 어려운 곳 △보행자와 우회전 차량의 충돌이 빈번한 곳 등에 우회전 차량이 설치할 계획이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이번 도로교통법 개정은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를 강화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우회전할 때 더욱 서행하며 주변을 살피는 운전습관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했다.

우회전 규제가 강해지는 건 우회전 차량이 일으키는 사고 건수와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우회전 신호등은 횡단보도에 진입하기 전 차량을 더 강하게 정지시키는 취지로 도입됐다.

도로교통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9~2021년 우회전 교통사고는 5만6730건 발생했다. 사망자는 406명으로 이중 213명은 보행자였다. 같은기간 우회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213명 가운데 129명(60.6%)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사고를 당했다. 부상자도 1만2604명 중 8343명(66.1%)이 횡단보도에서 사고를 당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후에도 적지 않은 차량이 우회전 신호등 적신호를 어기는 것은 '홍보 부족' 문제로 해석된다. 상당수 운전자가 바뀐 규정을 몰랐다. 이날 적신호에 우회전한 직장인 박모씨(46)는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 줄 몰랐고 앞차가 움직이길래 따라간 것"이라며 "규정이 바뀐 걸 알았다면 신호를 지켰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김모씨(62)는 "우회전 신호등 앞에서 멈춰야 하는 건 알고 있었다"면서도 "뒤에서 경적을 울리는 차나 '왜 안 가느냐'는 손님이 많다"고 했다. 이어 "더 많은 사람이 바뀐 규정을 알도록 홍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채널 등으로 제도를 계속 홍보할 방침이다. 경찰도 교통량이 많은 교차로 등에 현수막을 걸고 운전자들에게 제도 내용이 적힌 홍보물을 배포할 계획이다. 경찰은 3개월간 계도 기간을 가진 뒤 단속을 개시할지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