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지나자 확인된 체질개선..포스코그룹, 비철강이 떠받쳤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포스코케미칼 이차전지연구센터에서 제품이 적용된 배터리셀을 테스트하고 있다

제철소 태풍 피해로 최대 위기를 맞았던 포스코그룹이 지난해 5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지켜내며 선방했다. 철강 실적은 급감했지만 비철강 부문이 단단히 받치며 전체 실적을 지탱했다. 배터리(2차전지) 소재와 친환경 인프라 사업 확장으로 올해 실적 회복이 기대된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6.7% 줄었다고 27일 밝혔다. 이 기간 매출액은 84조8000억원으로 11.1% 늘었고 당기순익은 3조6000억원으로 50% 줄었다. 포스코는 앞서 지난해 실적을 잠정 발표했고 이날 사업부문별 실적을 공식 발표했다. 실적설명에 대한 컨퍼런스콜도 진행했다.

그룹 주력인 철강부문엔 지난해 악재가 연이어졌다. 국내외 철강사 공통적으로 철강가격 하락 및 수요산업 부진에 직면했다. 철강자회사 포스코는 특히 태풍에 따른 포항 냉천 범람으로 포항제철소 가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생산과 판매가 급감했고 일회성 복구비용은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수해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액만 1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화물연대 파업이 겹쳤다.

이 여파로 철강부문(포스코+해외철강자회사)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3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1.6%나 줄었다.

장남(철강)의 타격은 아우들(친환경인프라·미래소재)이 메꿨다. 포스코에너지와 합병, 새출발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상사·에너지 모두 양호한 실적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합산기준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소재 강자 포스코케미칼은 배터리소재사업 성장에 힘입어 연 매출 3조원 금자탑을 쌓았다. 영업이익도 1000억원을 넘어서며 매출·영업익 모두 창사 이래 최대 경영실적을 달성했다.

이상 친환경 인프라와 미래소재를 합친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2% 늘었다.

비철강부문의 선전에 힘입어 연간 실적도 선방했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해 영업이익 4조9000억원은 2012년 이후 최근 10년간 연결기준으로 볼 때 2021년 9조2000억원, 2018년 5조5000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다만 철강부문 실적 급감에 따라 철강자회사 포스코는 비상경영TF(태스크포스)를 본격 가동한다. 원가절감과 수익성 강화, 유동성 확보가 목표다. 김학동 대표이사 부회장이 전 직원 대상 이메일을 통해 "각자 해오던 업무를 제로베이스에서 재점검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작은 비용이라도 절감해 철저한 손익관리로 위기를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올해 1분기 실적까지는 제철소 복구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제철소 복구비용에 2884억원이 소요됐고, 1분기 실적에도 복구비용이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다만 금액은 작년 4분기 대비 축소될 것이며 보험금 정산도 아직 끝나지 않아 추가적으로 보상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연간 실적에 대해서는 긍정 전망했다. 매출목표로 86조원을 설정했다. 제철소가 지난 20일부터 완전 정상화 됐고, 중국 회복 기대감에 따라 국제 가격도 오름세다. 국제 철광석 선물 가격(트레이딩이코노믹스 계)은 지난해 11월 톤당 80달러 선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120달러 선까지 회복했다. 중국과 미국의 열연 내수 가격도 한달 전보다 각각 6%, 8%가량 올랐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중국의 코로나19 리스크가 해소되고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부진도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중국 부동산이 회복국면에 들어서면 건설용 철강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비철강부문의 수익기여는 이제 막 시작됐다. 포스코HY클린메탈 공장에서 올 하반기부터 리튬·니켈·코발트가 생산된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연 4만3000톤 규모 광양 리튬공장은 올해 말 완공이다. 각 2만5000톤 규모의 포스코아르헨티나 1~2차 리튬공장도 2024, 2025년 순차적으로 완공된다. 이날 591억원을 출자해 구축 개시한 연 450톤 규모 실리콘음극재 생산설비도 6월 착공한다.

포스코그룹은 2030년까지 양극재 61만톤, 음극재 32만톤, 리튬 30만톤, 니켈 22만톤 생산 및 판매체제를 구축해 배터리소재사업에서만 매출액 41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5년 까지 LNG밸류체인을 완성한다. 친환경에너지사업 전환으로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포스코홀딩스는 이날 배당에 대해 "4분기 기준 주당 2000원, 2022년 연간 총 배당금은 주당 1만2000원으로 결정했다"며 "작년 8월 실시한 자사주 소각 3%까지 포함하면 1조5000억원 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한 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