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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잠정적 범죄자'의 이유있는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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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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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3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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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째 중소기업 대표들을 괴롭히고 있는 녀석이 있다. 안전한 근로여건을 마련하자는 좋은 취지로 시작됐지만, 사업주 형사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진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다. 물론 중소기업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기업 규모가 작을 수록 더욱 대처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지난해 12월 5인 이상 중소기업 947곳과 대기업 8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대재해법 시행에 대한 기업 인식도 조사'에선 대응여력이 부족하다는 중소기업이 77%였다. 가장 큰 문제 두 가지는 전문인력 부족(47.6%)과 법률 자체의 불명확성(25.2%)이었다. 한 마디로 "일 할 사람도 없고,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는 얘기다.

중소기업들은 존폐위기까지 얘기한다. 대다수 중소기업은 오너(소유주)가 대표를 맡아 직접 경영을 하는데,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에 따라 1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아직까진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구속된 사례는 없지만 중소기업으론 언제든 대표 공백 상태에 내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사업주에 부과했지만 실효성도 떨어진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로 수사에 착수한 사례는 229건이며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게 34건이다. 형사 처벌 수위를 높여 안전 사고를 막으려는 시도는 본래 법 도입 취지와 맞지 않다는 반증이다.

정부와 국회가 중대재해법 손질을 검토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경기둔화라는 또다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특히 내년부터는 50인 미만(공사규모 50억원 미만) 기업으로 중대재해법 적용대상이 확대된다.

누구도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지켜줘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만난 중소기업 대표들 중에 중대재해법의 도입 취지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표들을 '잠정적 범죄자'로 낙인찍은 셈이라고 토로한다.

이미 지난 1년간의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사업주에 대한 형사 처벌 강화만으론 근로자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것은 드러났다. 현실에 맞는 해결책을 원점에서 고민해야 할 시기다.
[기자수첩]'잠정적 범죄자'의 이유있는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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