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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관두고 이혼까지…장애아 낳은 후 '삶'은 가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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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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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3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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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장애인들]⑤언제까지 '부모 희생'에 기댈 수 없어…지원 늘려야

[편집자주] 매년 100여명 장애인이 버려진다. 버려진 장애인들은 장애와 고아라는 이중고를 견디며 살아야 한다. 현재 전국 장애인거주시설에 사는 장애인 중 부모가 없는 장애인은 7000여 명. 버림받은 장애인들의 삶을 조명한다.
다운증후군과 지적장애(폐지된 등급제 상 3급)가 있는 은비(11·가명)는 2011년 봄에 삼촌 품에 안겨 베이비박스로 왔다. 삼촌은 베이비박스 운영기관인 주사랑공동체의 이종락 목사를 붙들고 간곡하게 "아이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베이비박스는 아기를 맡기 전 먼저 부모에게 아기를 키울 것을 권한다. 2017~2022년 부모 46명이 장애 아기를 베이비박스를 맡기려 했고 이중 6명은 상담 끝에 아기를 키우기로 결정했다.

삼촌은 은비를 도로 데려갈 수가 없었다. 은비의 친모가 딸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정신분열도 생겨서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다.
은비(11·가명)는 2011년 5월19일 친삼촌 품에 안겨 베이비박스에 맡겨졌다. 맡겨진 직후 은비 모습./사진제공=베이비박스 운영기관 주사랑공동체.
은비(11·가명)는 2011년 5월19일 친삼촌 품에 안겨 베이비박스에 맡겨졌다. 맡겨진 직후 은비 모습./사진제공=베이비박스 운영기관 주사랑공동체.
이렇게 부모가 장애 아기를 낳고 정신 충격을 받는 일은 적지않다. 2년 전 경기도에서는 한 미혼모가 발달장애 딸을 낳고 우울증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정신병원에 입원하면서 딸의 친권을 잃은 일도 있었다.

베이비박스는 버려진 장애 아기를 맡아주면서 시작됐다. 이 목사가 20여년 전 한 대학병원 의사의 부탁을 받아 부모가 병원에 버려두고 잠적한 장애 아기 4명을 거뒀고, 그 소식을 들은 누군가 2007년 이 목사 집 근처에 다운증후군 아기를 두고 가면서 베이비박스가 시작됐다.

이 목사는 은비를 맡아주고 공공후견인이 됐다. 은비는 명랑한 아이로 컸다. 이 목사는 "다운증후군 아이들이 쾌활하다"며 "은비는 배려심이 크고, 웃는 모습이 예쁜 미소 천사"라고 했다.
2016년 용산 미군부대 장병의 부인들이 5월5일 어린이날을 맞아 부대에 장애인 아이들을 초청했던 날 은비(당시 4세, 가명) 모습. 모자이크에 가렸지만 은비는 사진 속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제공=베이비박스 운영기관 주사랑공동체.
2016년 용산 미군부대 장병의 부인들이 5월5일 어린이날을 맞아 부대에 장애인 아이들을 초청했던 날 은비(당시 4세, 가명) 모습. 모자이크에 가렸지만 은비는 사진 속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제공=베이비박스 운영기관 주사랑공동체.


장애인 부모들 "버리는 그 마음 안다"


은비처럼 부모, 가족에게 버려진 장애인은 장애인 거주시설로 옮겨진다. 거주시설 관계자들 증언을 종합하면 버려진 장애인들 부모는 미혼모, 건강상 이유로 장애인을 키울 수 없는 부모, 정신병원에서 아이를 임신한 부모 등 유형이 다양하다. 장애인을 밖에 내버려 두고 떠나거나 장애인 시설 앞에 기다리게 한 뒤 근처 공중전화로 가서 시설에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떠나는 경우도 있다.

뇌성마비 장애인 김선복씨(39)의 친모 유희남씨(61)는 이렇게 장애 아기를 버리는 심정을 "이해한다"고 했다. 유씨 도 아들이 처음 장애 진단을 받았을 때 버스로 서울 한강 위 다리를 지나다가 '극단적 선택을 할까'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유씨의 아들은 첫돌이 지나도 서지를 못했다. 서울의 어느 장애 복지관에 갔더니 뇌성마비 1급이라고 했다. 병원비, 치료비, 검진비는 남편이 사우디아라비아에 파견 근무를 다녀온 돈으로 충당했다. 문제는 돌봄이었다. 아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해도 혼자 머리 감고 양치하지 못했다.

유희남씨(61)의 뇌성마비 아들 김선복씨(40)가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때 장애인 거주시설이 기획한 행사에 참여한 모습./사진제공=유희남씨.
유희남씨(61)의 뇌성마비 아들 김선복씨(40)가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때 장애인 거주시설이 기획한 행사에 참여한 모습./사진제공=유희남씨.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들은 집 문을 열고 행방불명됐다. 유씨는 "어디 가서 맞는지, 교통사고를 당했는지, 알지를 못하니 미칠 것 같았다"고 했다. 유씨는 그날 쇼크로 응급실에 두번 입원했다.

유씨는 점점 아들에게 묶여 살았다. 결혼 전에 유씨는 베이비시터가 하고 싶을 만큼 아기를 좋아했지만 아들을 낳고 그 꿈을 잃었다. 친정 가족이 "너라도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아들을 모르는 데 갖다가 맡기겠다"고 할 정도였다. 유씨는 "내 새끼인데 어떻게 그렇느냐"라고 했다.

유씨는 현재 아들을 장애인 거주시설에 맡기고 주말 등에 주기적으로 만나며 살고 있다. 유씨는 "장애 아기를 낳고 버리려는 부모들 심정을 이해한다"며 "나도 그 심적인 부담이 어마어마했다"고 했다.




"장애인 복지, 선진국 수준에 뒤떨어져...돌봄도 지원해야"


장애를 가진 자녀를 낳은 부모는 부모는 경제적, 심리적, 물리적 부담의 삼중고를 극복해내야 한다. 장애아동을 키울 때 비장애인에게 들지 않는 치료비, 수술비가 든다. 발달장애 중 장애가 약한 축에 드는 다운증후군 장애인도 꾸준한 재활치료와 물리치료, 작업치료가 필요하다. 장애아는 면역력이 약해서 병원비도 많이 든다.

장애아 부모들은 심리적 부담도 크다고 호소한다. 장애 아이를 키우다가 이혼한 부모, 가출한 부모가 적지 않다. 최근 서울의 어느 장애인 거주시설에는 '너 때문에 장애 아이가 태어났다'는 시부모 압박에 다운증후군 아기를 맡긴 친모도 있었다.

돌봄도 부모가 극복해야할 몫이다. 김현아씨(59)는 자폐증 아들 한모군(32)을 낳고 7년간 다니던 은행을 그만뒀다. 언젠가 집에 손님이 와 맞이하는 동안 아들이 집 밖에 뛰쳐나간 적이 있었다. 김씨와 남편은 아들을 찾아 온 동네를 돌아다녔다. 김씨는 외출도 자유롭게 못 하고 지인도 만나지 못했다.

부모가 장애를 가진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복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 지원에는 대표적으로 치료 지원 바우처가 있다. 바우처는 전국 가구 평균소득 150% 이하 부모에게 소득 수준에 따라 한달에 최대 22만원이 지급된다.

장애아 치료를 뒷받침하기에 적은 금액이다. 김모씨(46)의 올해 두살 뇌병변장애 아들에게는 한달 치료비가 약 120만원 들어간다. 아들은 뇌가 손상돼 청각, 시각장애가 중복으로 생겼는데 어릴 때 재활, 물리, 언어치료를 받아야 장애 수준을 낮출 수 있다.

김씨는 장애 치료 바우처 19만원을 받는다. 나머지 금액 중 일부는 김씨의 아들 사례를 들은 대기업이 지원하고 있다. 김씨는 "기업의 도움으로 간당간당하게 아들 치료를 이어가지만 이런 부분은 정부가 더 도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장애 아기 앞으로는 △장애 수당 △장애 연금이 지급된다. 치료 바우처와 마찬가지로 가구 소득 수준이 높으면 지급액이 줄거나 아예 지급되지 않는다. 한정된 예산을 더 필요한 곳에 분배하려는 취지지만 소득,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배제돼 소외감,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는 장애 복지의 기본적인 수준과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애가 전문 분야인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해외 선진국들은 한국보다 장애수당 지원이 폭넓고 지급액도 크다"며 "기본적인 장애 복지의 규모를 점차 키워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돌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유씨는 "아들을 장애인 거주시설에 입소시킨 후 내 삶을 조금씩 되찾고 아들도 시설에서 필요한 치료, 활동을 해서 '집에 가기 싫다'는 때도 있다"며 "최근 탈시설 논의로 일부 시설이 폐쇄되는데 자립이 어려운 장애인과 부모를 위해 시설을 일정 수준은 유지하면 좋겠다"고 했다.

장애 부모들 심리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스스로 뇌성마비아들을 키우며 여러 장애아 부모를 상담한 베이비박스 이종락 목사는 "주변에 장애 아기를 키우는 부모 중 한번이라도 우울증을 겪지 않은 부모는 없다"며 "부모는 삶이 우울 그 자체인데 이들이 치유를 위해 잠깐의 여행도 다녀오고 쉴 수 있도록 단기 장애인 돌봄 센터 등 일시 보호를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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