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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앞 노숙자에 이태원 '들썩'…'1.4억 바나나' 악동 韓에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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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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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3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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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 새해 첫 전시로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개최

코미디언, 2019, 생 바나나, 덕테이프, 가변크기Courtesy of Maurizio Cattelan. /사진=김경태
코미디언, 2019, 생 바나나, 덕테이프, 가변크기Courtesy of Maurizio Cattelan. /사진=김경태
'Controversial(논쟁의 여지가 있는)'

2019년 현대미술계가 발칵 뒤집혔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세계적인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코미디언'이란 작품이 12만 달러(약 1억4000만원)에 팔리면서다.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작품들이 널린 아트바젤에서 12만 달러 짜리(?) 작품이 뭐가 대수롭냐 싶지만, 작품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걸 미술작품이라 부를 수 있어?".

살짝 갈변한 노란 바나나 하나가 덕테이프로 벽에 붙어 있는 게 작품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보존처리도 하지 않은, 곧 썩어갈 운명인 진짜 생바나나다. 설상가상 한 행위예술가가 퍼포먼스랍시고 이 바나나를 떼 먹어버리더니 신선한 바나나 하나를 가져와 작품을 원상복구하는 괴행까지 저질렀다. 이 일련의 장면들은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인 논쟁을 촉발했다. '예술작품이란 무엇인가'를 두고 한동안 현대미술에 몸 담고 있는 예술가들은 물론 일반 사람들까지 저마다의 예술론을 펼치게 만들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사진제공=리움
마우리치오 카텔란. /사진제공=리움
이탈리아 출신의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을 소개할 때마다 '논쟁적인'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이유다. 누구는 100여년 전 변기에 사인을 하고 '샘(Fountain)'이라는 이름을 붙여 예술작품이라고 소개한 화가 마르셀 뒤샹의 후예라 평가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미술계의 이단아로 규정하기도 한다. 더러 사기꾼, 협잡꾼 같은 별칭도 뒤따른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근처 갤러리의 작품을 훔쳐 포장 한 채 전시('또 다른 빌어먹을 레디메이드')까지 했으니 고개를 끄덕일 만도 하다.

이런 카텔란이 이태원으로 넘어왔다.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국내 대표 사립미술관 리움이 31일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첫 국내 개인전 'WE'를 열었다. 코로나19(COVID-19) 기간 인간과 비인간, 인공지능(AI), 가상세계 같은 도발적인 질문을 던져온 리움이 계묘년(癸卯年) 첫 전시로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발칙한 작가를 골랐다. 조각, 설치, 벽화 등 주요 작품을 38점이나 공수했다. 리움 큐레이터들이 밤샘을 거듭할 만큼 제대로 힘을 준 전시다. "나는 작가가 아닌 미술계의 침입자"라고 스스로를 규정하는 카텔란은 한국에서 어떻게 불리게 될까.


작품인듯 아닌듯


이날 오후 찾은 리움의 분위기는 '파격'이었다. 단정했던 로비부터 달라졌다. 단색화 거장 이우환의 작품이 걸려있던 벽면엔 코오롱 (19,770원 ▼120 -0.60%)스포츠와 NC소프트의 커다란 광고가 걸렸고, 기둥엔 인물의 초상이 프린트됐다. 입구엔 '동훈과 준호'라고 이름 붙은 노숙자를 눕혀놨고 미술관 곳곳은 박제된 비둘기떼가 점령했다. 흡사 미국 뉴욕의 지하철 대합실처럼 변한 낯선 모습에 전시 첫 날부터 카텔란 작품을 눈에 담기위해 모여든 남녀노소 미술 애호가들이 로비에서부터 논쟁을 벌였다.
그'(2001, 플래티넘 실리콘, 유리섬유, 머리카락, 옷, 신발, 101 × 41 × 53cm). 경건해 보이는 소년의 모습인줄 알고 다가가 얼굴을 보면 역사상 가장 잔혹한 악인으로 꼽히는 히틀러의 얼굴이 보인다. /사진=유승목 기자
그'(2001, 플래티넘 실리콘, 유리섬유, 머리카락, 옷, 신발, 101 × 41 × 53cm). 경건해 보이는 소년의 모습인줄 알고 다가가 얼굴을 보면 역사상 가장 잔혹한 악인으로 꼽히는 히틀러의 얼굴이 보인다. /사진=유승목 기자
전시장으로 깊숙하게 들어갈 수록 관람객들의 내밀한 웅성거림은 커져갔다. 우선 작품 배치부터 미술 전시장의 고정관념을 깼기 때문이다. '드르륵'거리며 들리는 굉음에 고개를 들면 전시장 위쪽 천장에 북 치는 소년이 앉아있다. 카텔란이 직접 작품을 이 곳에 앉혀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리움 관계자는 "양철북 치는 소년은 카텔란 전시마다 위치가 전부 다르다"며 "관객에겐 새로운 방식인데 카텔란의 유머러스함이 느껴지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카텔란은 이 작품의 위치가 마음에 든다는 듯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양철북 치는 소년에서 시선을 거둬 고개를 돌리면 웬 작품이 바닥에 처박혀 있다. 카텔란 자신을 형상화한 작품인데, 바닥을 뚫고 올라와선 '여기가 어디지?'하는 표정으로 서 있다. 마치 오면 안될 곳에 온 듯한 모습이 현대미술계에서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는 스스로를 보여주는 듯 하다. 이 작품을 위해 리움은 실제로 전시장 바닥을 부쉈다고 한다.
총알로 손상된 미국 성조기 조각 건너편엔 거꾸로 서 있는 뉴욕 경찰의 모습이 보인다. 20여년 전 테러로 무너진 쌍둥이빌딩처럼 보이기도 하고, 시민의 안전을 위해 봉사하는 공권력의 정체성이 뒤바뀐 듯한 느낌도 준다. /사진제공=리움
총알로 손상된 미국 성조기 조각 건너편엔 거꾸로 서 있는 뉴욕 경찰의 모습이 보인다. 20여년 전 테러로 무너진 쌍둥이빌딩처럼 보이기도 하고, 시민의 안전을 위해 봉사하는 공권력의 정체성이 뒤바뀐 듯한 느낌도 준다. /사진제공=리움
유쾌한 작품들을 지나면 우두커니 서서 깊은 고민에 빠져야 한다. 단정하고 경건한 소년의 뒷모습을 보고 다가가 얼굴을 보니 히틀러의 얼굴이라 화들짝 놀라는 '그', 성스러운 붉은 카펫 바닥 위에 운석을 맞고 쓰러진 교황 '아홉 번째 시간', 거꾸로 서 있는 뉴욕경찰 '프랭크와 제이미' 등을 볼 때다. 하나같이 권위를 무너뜨리고 삶과 죽음, 억압, 불안 같은 트라우마를 끄집어 내고 있다.

작품들은 친절하지만 작가는 불친절한 게 카텔란 전시의 묘미다. 극사실적인 작품들은 단숨에 와닿지만 해석의 방향은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 카텔란은 작품에 대해선 '노코멘트'로 일관한다. 그래서 어떤 관객은 뒤집혀진 경찰조각을 보고 공권력의 붕괴와 국가의 실패까지 인식을 확장하기도 하고, 다른 관객은 대리석 천에 덮힌 9구의 조각 '모두'를 보고 3개월 참사를 떠올릴 수 있다. 김성원 리움 부관장은 "카텔란은 신선한 자극을 던져온 작가"로 "도발하는 작가지만 토론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31일 리움에서 열린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시장 전경, 전시 공간 위에 양철북을 든 소년을 형상화한 조각상이 보인다. 이 조각상은 7분마다 굉음을 내는 드럼을 치며 관객들의 주의를 환기한다. /사진=유승목 기자
31일 리움에서 열린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전시장 전경, 전시 공간 위에 양철북을 든 소년을 형상화한 조각상이 보인다. 이 조각상은 7분마다 굉음을 내는 드럼을 치며 관객들의 주의를 환기한다. /사진=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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