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어차피 재판 간다"...대정부 공세 수위 높인 野, 왜?

머니투데이

차현아 기자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28일 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소환조사를 마치고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23.01.28.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세 번째 검찰 소환 조사가 예정된 가운데 민주당이 국회 안팎에서 대정부 공세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장내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규명이 필요하다며 특검을 요구하는 한편 장외에선 검찰을 규탄하는 국민보고대회를 연다. 검찰의 이 대표 기소를 기정사실로 보고, 이를 내년 총선 전 지지세력 결집을 위한 소재로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김건희 여사 의혹 고리로 檢 전방위 공세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진상조사TF 1차 공개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2.01.

박홍근 원내대표는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진상조사TF(태스크포스)' 1차 공개회의에서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졌다"며 "도이치모터스에 이어 우리기술 관련 새로운 의혹과 정황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검찰은 철저히 뭉개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법치는 대통령 가족에겐 예외고, 야당 대표와 전 정권 인사에게만 통하는 고장난 저울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윤 대통령이 특수부 검사 시절 당시 방식대로라면 주가조작 의혹 규명은 특검만이 해답"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지난 달 9일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의혹에 대응하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이날 회의 이후 논의를 거쳐 TF를 당의 단 차원 기구로 격상하고 김 여사 관련 의혹 공세와 특검 추진을 위한 구심점으로 삼을 방침이다.

2월 임시국회 중 특검 추진 계획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최근 공판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과 정황이 많이 드러났지만 공판 검사를 다른 곳으로 발령보내며 이를 덮으려는 흐름이 보인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강한 요구가 있는 사안에 국회가 해야 할 일을 안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이런 상황을 감안해 (추진 방침을) 결론 짓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이날 오후 8시 30분에는 민주당 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처럼회' 소속 의원이 주도하는 '김건희 여사 특검 및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 국회 밤샘 농성 겸 토론'이 열린다. 40여 명 의원이 이 자리에 참석할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내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도 이날 오전부터 국회 본청 내 로텐더홀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을 요구하는 1인 릴레이 공개시위를 진행 중이다. 오는 4일 오후에는 서울 숭례문 인근 광장에서 '윤석열정권 민생파탄·검사독재 규탄대회'를 연다. 주요 당 지도부가 참석하며 이 대표도 대회 말미에 대국민 연설을 할 예정이다.

6년 만의 장외투쟁 역풍 우려도…"지지층 결집 목적"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28일 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소환조사를 마치고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23.01.28.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나서는 것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투쟁 이후 6년 만이다. 그동안 당 지도부는 장외집회 계획에는 선을 그어왔다. 또한 민주당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 특검법을 발의했지만 실제 추진 시점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인하대 초빙교수)는 머니투데이 the300과의 통화에서 "그동안 이 대표 의혹 관련 검찰 수사나 기소 방침 등이 구체화된 게 없어 민주당도 섣불리 나서기 어려웠지만 (두 차례의 검찰 수사가 진행된 후) 현재는 기소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제는 새로운 전략을 펼칠 타이밍"이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장외투쟁에 따른 역풍을 우려한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에 출연해 "정권과 강력한 각을 세우는 건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제일 잘했다"며 "결과는 총선에서 폭망"이라고 지적했다. '친명계' 정성호 의원도 전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 사안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장외에서 싸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에 박 교수는 "지금 민주당의 현안 과제는 지지자를 무당층까지 넓히는 게 아니라 지지 기반을 다지고 결집하는 것"이라며 "민주당 지지자들은 김건희 여사에 대해 인식이 좋지 않고, 당장 정부와 전면전을 벌이길 원한다. 이들은 이제야 민주당이 제대로 힘을 보여준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민주당 지도부 인사 역시 "지지자들은 항상 우리 당이 정부·여당에 미온적으로 대응한다고 불만스러워했다"며 "(국민보고대회가) 지지자들이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