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조위 방해' 이병기·현기환·안종범, 1심 무죄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설립과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3.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근혜 정부 시절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1기 특조위)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부 당국자 8명이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부장판사 이중민)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실장, 현정택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해 1일 이같이 판결했다.


함께 재판을 받은 해양수산부 김영석 전 장관과 윤학배 전 차관, 정진철 전 청와대 인사수석과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조대환 전 세월호 특조위 부위원장도 이날 무죄 판결을 받았다. 조 부위원장은 특조위에 새누리당의 지명을 받아 임명된 인물이다.

이 전 실장 등은 1기 특조위가 2015년 11월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조사하는 안건을 의결하자 방해를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특조위 진상규명 국장 임용 절차를 중단한 혐의 △세월호진상규명법에 따라 10개 부처 공무원 17명에 대한 파견요청을 받았음에도 응하지 않은 혐의로 이 전 실장 등을 기소했다.


검찰은 △특조위 기간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진상규명 활동을 2016년 6월 종료시킨 혐의 △이헌 당시 특조위 부위원장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보고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이 전 실장 등 당국자들의 행위에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장 임용 중단 혐의에 대해 "정 전 인사수석이 전화로 요청을 받고 임용절차 중단을 지시해 결국 절차가 중단되고, 결국 재개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누구에 의해 어떻게 중단됐는지 조사가 안 된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됐다"고 했다.

공무원 파견요청에 응하지 않은 혐의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특조위원장의 업무 권한은 추상적 권리"라며 형법상 권리행사방해죄로 보호받는 '구체적 권리'가 아니어서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이 전 실장 등이 세월호진상규명법상 특조위 기간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혐의에 대해 "내부 검토한 것"이라며 "공적 입장을 번복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헌 특조위 부위원장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해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혐의 또한 "직무권한의 범위 내"라며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전 실장은 이날 선고공판을 마치고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제가 드릴 말씀은 이게 전부"라고 말한 뒤 법원 청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