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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진아, 우리 학교는 기울어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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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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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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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만 갈 수 있고, 함께 살며 치유하는, 전국서 유일한 '해맑음센터' 문 닫을 위기…70~80년 된 건물 바닥 꺼지고 기숙사 건물 기울어져 폐쇄, 피해 학생 학부모 울며 "우리 가족 살린 곳인데 너무 안타까워"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이 회복하는, 해맑음센터 복도의 나무 바닥이 심하게 뒤틀어져 있다./사진=해맑음센터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이 회복하는, 해맑음센터 복도의 나무 바닥이 심하게 뒤틀어져 있다./사진=해맑음센터
학교 폭력을 지독히 당한 문동은(송혜교 분)이, 학교서 퇴학당한 뒤 복수 계획을 치밀하게 세운다. 어른이 된 뒤엔 가해자인 박연진(임지연 분)에게 찾아가 말한다. 앞으로의 모든 날이 흉흉할 거라고.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얘기다. '더 글로리'는 드라마다. 한 달 뒤면 후속편이 공개돼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복수가 펼쳐지겠지만.

현실의 동은이에게, 학교 폭력 피해자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건 '상처의 치유와 회복'이다. 몇 개월이든 1년이든 치유해주고 심리상담도 해주고 마음을 키워줘야 한다. 그러려면 이들만의 공간이 필요했다. 학교에, 학교 폭력 가해자들과 함께 두면, 피해 학생들이 외려 못 나가는 일이 빈번했으니까. 그러다 피해 학생이 '유급' 당하는 일까지 생겼으니 말이다. 억울하게도.
해맑음센터 전경./사진=해맑음센터
해맑음센터 전경./사진=해맑음센터
그러니 가해 학생이 없는 곳이어야 했다. 그러면서 학교 수업을 들을 수 있어야 했다. 원래는 그런 데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2013년 7월, 충남 대전에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만 다니며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곳이 생겼다. 특히나 살면서 지낼 수 있는 기숙형 시설은 최초였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전국에 딱 하나다. 교육청 상담 시설(위(WEE) 센터)도 있지만, 오롯이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만을 위한 곳은 아니다. 여긴 학교 폭력 피해 학생도 오지만, 가해자들이 오기도 하고, 또 다른 위기 청소년들이 오기도 해서, 어떤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이나 부모님은 가길 꺼리기도 한단다.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끼리 살며, 치유하며,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곳. '학교'란 말만 들어도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생각해, 이름에서 아예 '학교'를 빼 버린 곳. 그게 대전의 '해맑음센터'였다. 교육부 지원을 받아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가 위탁 운영을 해왔다. 그동안 335명의, 학교 폭력을 겪은 아이들이 여기에 와서 치유하고 회복해 돌아갔다.



70~80년 돼 위험한 건물 폐쇄 위기…기울어진 기숙사, 침대 다리 8cm 붕 떠


기숙동은 맨눈으로 보기에도 심하게 기울어졌다./사진=해맑음센터
기숙동은 맨눈으로 보기에도 심하게 기울어졌다./사진=해맑음센터
문제는 사용하는 건물이었다. 해맑음센터는 원래 폐교가 된 초등학교 건물을 쓰고 있었는데, 이게 무척 오래되었다. 조정실 해맑음센터 센터장"등기상으로 50년인데, 동네 어르신 말씀 들어보면 70~80년 된 건물이라 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비올 때 비가 새고 그러는 게 다반사였다.

건물이 기울어진 기숙동의 침대는, 아예 바닥에서 8cm 정도 떴다. 수평이 맞지 않을 정도로 기울어진 탓이다./사진=해맑음센터
건물이 기울어진 기숙동의 침대는, 아예 바닥에서 8cm 정도 떴다. 수평이 맞지 않을 정도로 기울어진 탓이다./사진=해맑음센터
그러다 올해 말쯤엔 더는 버틸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최대 30명이 함께 생활하는 기숙동 건물은 맨눈으로 보기에도 기울어졌다. 1층 기숙사 바닥은 금이 갔다. 2층 침대는 8cm 이상 뜰 정도로 수평이 맞지 않게 됐다. 바닥과 벽 사이엔 5~7cm 이격이 생겼고, 2019년 건물 정밀안전점검에서 C등급이 나왔다. 기울어짐은 점점 심해져 기숙동을 아예 폐쇄하게 됐다. 교사동으로 옮겨서 합숙하며 생활하게 됐다.

본관도 열악한 상황. 천장은 석면(1급 발암물질)이라 불안하다. 바닥은 나무라 수축과 팽창이 반복돼 솟거나 꺼지는 일이 잦다. 여름 태풍과 장마엔 본관과 주방, 화장실 등에 비가 샌다. 누수공사를 해도, 위치만 달라지며 계속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강당도 바닥과 벽 사이에 2~3cm 이격이 생겼다.

기울어진 기숙동 건물로 인해 침대와 침대 사이의 이격이 발생한 모습./사진=해맑음센터
기울어진 기숙동 건물로 인해 침대와 침대 사이의 이격이 발생한 모습./사진=해맑음센터
게다가 관사는 지대가 낮아 토사물이 숙소에 쌓이고, 곰팡이나 해충 등이 자주 생겨 왔다. 장마 때는 주변 나무들이 숙소 건물 위로 쓰러지기도 했다. 처마 부분은 콘크리트가 갈라져 떨어질 위험도 있는 상태다.

건물 사정이 위험하다 보니,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이 머물고 생활하기가 어렵게 됐다. 대체할 건물과 부지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건물을 다 부수고 다시 지을 수도 없다. 이곳이 '개발 제한 구역'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9년 넘게 이어온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을 위한 회복과 치유 사업이 공중 분해될 위기에 처했다. 계약 기간은 당장 이달 말까지라 시간도 많지 않다.



해맑음센터장 "서울 폐교 활용해 해맑음센터 옮겨가고 싶다"고 했지만…


뒤틀린 본관의 나무 바닥./사진=해맑음센터
뒤틀린 본관의 나무 바닥./사진=해맑음센터
쓰던 건물은 오래돼 위험하고, 다시 지을 순 없고, 옮겨갈 곳도 없고, 새 학기는 다가오는 상황.

그러니 조정실 해맑음센터장은 애간장이 탔다. 학교 폭력을 위해 동분서주 애써온 조 센터장은 "해맑음이 부지가 없는 상태에서 어디서 할 거냐, 없어지고 마는 것"이라고 했다. 각 지역의 폐교 등 부지가 간절했다. 그래서 17개 시도교육청 담당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이 회복되어서, 학교에 돌아가는 걸 원하지 않는 분은 안 계시잖아요"라고 호소도 했다. 나서는 이는 없었다.
본관의 벽과 바닥 사이에 이격이 발생한 모습./사진=해맑음센터
본관의 벽과 바닥 사이에 이격이 발생한 모습./사진=해맑음센터
조 센터장이 생각하는 건, 서울 시내 폐교로 옮겨가는 방안이다. 서울이 접근성이 좋아서다. 전국에서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이 다 오고, 금요일에 집에 돌아간 뒤 월요일에 오기도 하는데, 왔다 갔다 하는 걸 힘들어한단다. 조 센터장은 "서울은 교통편이 제주에서 오기도 아이들한테 좋고, 폐교도 10개 정도 된다"며 해맑음센터를 만들기 좋은 대안이라 했다.

하지만 부지 재산권이 있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게 난관이다. 해맑음센터 필요성에 공감해도, 서로 자기 지역에 안 하려 떠밀기 좋기 때문이다. 폐교 역시 활용 방안에 대한 게 지역 공청회 등을 거쳐 웬만큼 정해지기 때문에, 선출직인 교육감이 갑작스레 이를 뒤집기 부담스러워하는 어려움도 있단다.



교육부 "교육청들과 논의 중…최선 다해 여러 해결책 찾겠다"


기숙사 외부 벽과 바닥 사이에 심하게 틈이 발생한 모습./사진=해맑음센터
기숙사 외부 벽과 바닥 사이에 심하게 틈이 발생한 모습./사진=해맑음센터
주무 부처인 교육부는 해맑음센터가 지속할 수 있도록, 대체부지 마련을 위해 고뇌한다고 했다.

강전훈 교육부 학교생활문화과장"하루에 교육청을 여러 군데씩 다니면서, 해맑음센터가 옮겨갈 수 있는 건물과 부지를 찾고 있다""최선을 다해 여러 가지 해결책을 생각해보고 있다"고 했다.

강 과장은 "각 시도엔 가정형 위(WEE) 센터가 있는데, 교육청 관계자들을 설득할 때 '우린 이미 이런 게 있다'고 하는 등 협조가 어려운 부분이 될 수 있다""함께 차근차근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밀 안전 진단 검사 결과가 나오면 보강 공사를 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병행해서 교육청을 찾아다니며 부지 마련을 위해 설득하겠다"고 덧붙였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부산 사하구을)실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계약 기간이 4월까지인데, 나가는 게 아니라 현재 시설을 쓸 수 있게 지속하면서, 계속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학교 폭력 피해로 해맑음센터에 온, 학생들이 활동하며 치유하는 모습. 이들을 위한 곳은 단 하나밖에 없고, 그마저도 문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사진=해맑음센터
학교 폭력 피해로 해맑음센터에 온, 학생들이 활동하며 치유하는 모습. 이들을 위한 곳은 단 하나밖에 없고, 그마저도 문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사진=해맑음센터
에필로그(epilogue).

지난달 8일엔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의 해맑음센터 수료식이 있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떠나는 소감을 이야기했다.

"처음엔 여기 왜 와야 하는지 화가 났어요. 지금은 정말 잘했다고 생각이 돼요."
"같은 아픔을 가진 친구들과 지내며 상처가 치유되었습니다. 새로 시작할 용기가 생겼어요."
"형, 누나들에게 철없이 굴어서 미안해요. 그리고 선생님, 사랑해요."

그리 자기 마음을 선명하게 표현하는 방법도 배운 거였다. 해맑음센터에서. 이곳에서 지내며 학생들은 아픔을 많이 치유했다. 그리고 성장하고 단단해졌다. 한 해를 거치며 넌 소중한 존재라는 말을 해준 선생님들, 언제나 아이들 편이 되어준 이들이 있었기에.

아이들이 쏟아내는 진심에 온통 눈물바다가 되었다. 감사를 표현하는 트리엔, 피해 학생 학부모의 글도 달렸다. "선생님들이 함께 있어줘서 우리 아이가 잘 버티고 이겨낼 수 있었어요"라고.

홀로 해맑음센터의 위기를 떠안았던 조정실 센터장에게, 뒤늦게 힘듦을 안 학부모가 와서 이렇게 말했단다. 그를 끌어안고 통곡하며 털어놓은 진심이었다.

"우리 가족 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순간에 해맑음을 만났어요. 우리 가족 살린 데인데 너무 안타까워요. 그러니까 센터장님, 오래 사셔야 해요. 버텨야 우리 아이들 지켜주지요. 짐을 나눠서 지고, 같이 가요." 조 센터장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학부모와 함께 울음을 쏟아내었다.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이 해맑음센터를 수료하며 남긴 인터뷰./사진=해맑음센터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이 해맑음센터를 수료하며 남긴 인터뷰./사진=해맑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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