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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상소'는 옛말…검찰이 달라졌다 [김효정의 검찰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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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03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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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불이 꺼지지 않는 검찰청의 24시. 그 안에서 벌어지는, 기사에 담을 수 없었던 얘기를 기록합니다.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1급 장애를 앓고 있던 30대 딸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60대 A씨가 25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A씨는 법원에 출석해 "딸에게 미안하지 않나"는 취재진의 질문에 "너무 미안하다, 같이 살지 못해서"라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렸다.2022.5.25/뉴스1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1급 장애를 앓고 있던 30대 딸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60대 A씨가 25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A씨는 법원에 출석해 "딸에게 미안하지 않나"는 취재진의 질문에 "너무 미안하다, 같이 살지 못해서"라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렸다.2022.5.25/뉴스1
"1심 주장에서 추가된 내용이 하나도 없는데, 항소를 왜 한 건지 모르겠다. 일단 무죄가 선고되면 검찰은 항소하고 본다."

형사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되면 검찰이 상소하는 것은 관행이었다. 구형량의 절반 이하 형이 선고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추가 증거도 없이 항소이유서 하나만 제출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검찰이 기계적으로 업무를 처리한다는 변호사들의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기계적 항소는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기도 했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불거진 '5900원 족발 세트' 사건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족발 세트를 도시락으로 착각해 폐기 시간보다 4시간 빨리 먹었다는 이유로 점주로부터 고소당했다.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르바이트생은 "고의성이 없다"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이 항소하면서 논란이 됐다.

그랬던 검찰이 달라졌다. 검찰은 최근 중증 장애를 앓고 있던 딸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60대 어머니 A씨에 대해 항소를 포기했다. 가장 중대한 범죄인 타인의 생명을 앗아간 사건에서 검찰이 구형한 징역 12년에 한참 못 미치는 집행유예가 선고됐지만, 검찰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와 시민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검찰은 연명의료 권위자인 서울대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에게 직접 연락해 판단을 구했다. 윤 교수는 살인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사회적 도움을 받지 못하고 극단적 상황에 있었던 A씨에게 모든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며 1심 선고가 타당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검찰시민위원회는 만장일치로 항소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검찰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결정이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왔다.

검찰은 지난해 11월에도 자녀 4명을 살해하려 한 40대 어머니 B씨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 B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B씨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미성년 자녀 4명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아이가 울자 잠에서 깨어나 119에 신고, 범행을 자수했다. 검찰은 B씨가 헌신적으로 자녀들을 양육해온 점, 119에 자진신고한 점 등을 고려해 항소를 포기하고 유관기관의 지원과 관리 등을 받도록 했다.

이런 변화는 이원석 검찰총장의 기조와 맞닿아 있다. 이 총장은 지난해 9월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의 무분별한 항소를 지적하는 야당 의원들 질의에 "기계적 항소가 피고인을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이를 지양하겠다고 답했다. 실제 지난해 검찰의 항소, 상고율은 각각 14.7%, 3.4%로 전년 대비 0.1%씩 감소했다. 한 검찰 간부는 "항소·상고 등 상소 제도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 검찰의 기계적인 업무처리가 있었던 점이 사실"이라면서 "현재는 국민을 섬기는 검찰을 구현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하나의 징표로 공판 검사들도 심혈을 기울이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홀히 했던 절차도 실질화했다. A씨 사건의 항소 여부를 두고 윤 교수에게 직접 의견을 구한 검찰 관계자는 "간병살인은 피해자의 생명과 간병인의 고통이 충돌하는 중요한 사건이지 않느냐"면서 "검색을 해봤더니 윤영호 교수님이 연구나 정책 제안 등 관련 활동을 많이 하셨다고 해 급하게 전화를 드렸다"고 말했다. 검찰시민위원회에서도 전문가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한 규정에 따라 적극적으로 연락을 취한 것이다.

이 총장 취임 후 '족발 세트' 사건도 검찰의 항소 취하로 일단락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총장 취임 엿새 후인 지난해 9월22일 검찰시민위원회를 열고 이 사건 항소 여부에 대한 시민 판단을 구했다. 검찰시민위원회는 2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항소를 취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검찰은 "정의와 형평, 구체적 타당성 등을 고려해 시민위원들의 의견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사건의 피고인들은 무죄를 선고받고도 안도하지 못하고 곧바로 이어질 재판에 대비해 추가 시간과 비용을 쓰며 마음 졸여야 한다. 인사청문회 당시 족발 세트 사건을 두고 "이런 사건들까지 작은 사건으로 생각하지 않고 다시 확인해보겠다"고 말한 이 총장의 답변이 더 많은 사람에게 현실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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