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가격 전쟁, K-배터리 영향은?···"위험 제한적" VS "중장기 우려"

/사진=AFP

테슬라가 쏘아 올린 전기차 가격 인하전에 포드까지 가세하면서 배터리 업체로 판가 하락 압박이 이어지지 않겠냐는 우려가 대두됐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시장 지위나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익률 하락 위험은 제한적이란 의견과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인하 압박에 대비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맞섰다.

2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포드도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가격 인하에 나섰다. 포드는 마하-E의 가격을 모델에 따라 평균 4500달러(약 550만원)를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인하폭은 모델별로 1~8.8%다. 포드에 앞서 테슬라가 모델 Y의 가격을 최대 20%, 약 1만3000달러까지 인하한다고 밝혀 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테슬라가 고가격 정책을 유지해 왔던 터라 업계 충격은 더 컸다.


지난달 말 열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는 전기차 업체들의 가격 인하 움직임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질문들이 나왔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컨퍼런스콜에서 "배터리 판가는 고객과 계약에 의거하므로 차량 판매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올 한 해 이익률 가이던스를 '한 자릿 수 중·후반'으로 제시해 시장의 우려를 달랬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0.4%포인트 높아진 4.7%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익률 우상향을 예고한 셈이다.

목표 달성 방안도 제시했다. 회사 측은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급망 구축이나 다양한 각도 투자 방안을 모색 중이고 (제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스마트 공장도 가열차게 준비해 나갈 예정"이라며 "생산성은 높이고 품질을 개선해 체계적으로 준비해갈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준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스마트 공장을 도입해 노동집약도를 지금보다 75% 낮추고 공장이 안정화되면 최종 수율을 5%포인트 올려 90% 중후반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판가는 기본적으로 메탈 가격에 연동돼 정하도록 계약에 명시되므로 고객사가 배터리 회사들로 하여금 고비용을 감내하면서까지 인하를 요구하진 않을 것"이라며 "특히 전기차 가격 인하 신호탄을 쏜 테슬라는 자체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까지 할인 정책을 펼 것으로 보여 인하 압박이 배터리에까지 전가될 가능성은 현 단계에선 높지 않아보인다"고 봤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은 자크 커크혼 테슬라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지난해 4분기 말 테슬라 실적발표 직후 "가격 인하가 수익을 떨어뜨리겠지만 이익률은 건전하게 유지될 것"이란 발언을 인용해 "테슬라가 다른 경쟁사 대비 높은 이익률을 보이고 있으며 그것은 가격 인하를 흡수할 여지를 준다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테슬라의 자동차 부문 매출총이익률은 2021년 4분기 30.6%에서 지난해 4분기 25.9%로 낮아졌지만 지난해 4분기 GM의 영업이익률이 8.8%(조정EBIT 기준) 대비 높았다.

현재 배터리 업체들이 판가 협상에서 우위를 갖는 '슈퍼 을(乙)'의 위치에 있단 점도 시장 우려를 낮추는 요인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전기차 생산을 늘리려는 완성차 업체들은 많고 그 수요를 맞출 배터리 기업은 제한적인 만큼 가격 협상에서 고객사가 부품사에 무리한 요구를 하긴 힘든 시장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신중론도 제기된다.

또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판매 계약은 고객사·프로젝트별로 달라서 분·반기·연간 등 다양한 기준별로 이뤄지는데 당장에 배터리 판가 인하 압력이 없는 것은 맞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가격 인하 압박이 들어올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배터리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지만 2025년 이후 공급이 수요를 앞지를 것이란 전망들도 나온다"며 "배터리사들은 고객사와 우호적 관계를 이어가면서 수주를 따내야 하는 만큼 당장 6개월 뒤, 또는 1년 뒤에 가격 인하 요구가 들어오면 무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터리 분 아니라 전기차에 부품, 소재를 납품하는 기업들이 이번 전기차 가격 인하전을 우려한단 지적은 외신에서도 나온다.

지난 1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익명의 테슬라 납품업체 한 임원을 인용해 "팬데믹(대유행) 중엔 테슬라가 차량 인도에 더 집중했기에 부품을 더 빨리 구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었다"며 "지난달 말 테슬라 컨퍼런스콜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불황은 거의 모든 투입비용에서의 의미있는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발언 이후 공급업체들을 향한 가격 정책에 변화가 있을지를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한편 전기차 업체들의 가격 인하 정책이 결국 전기차 수요를 큰 폭으로 늘린다면 그 역시 배터리 업체들엔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희망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업체들이 판가 인하에 나선 것도 결국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단 의지"라며 "판매 가격 인하 압박이 들어오더라도 납품 물량이 확대된다면 그 역시 배터리 기업들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