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투자 늘리는데, 해외직구 꺾였다…왜?

가파른 환율 상승과 물류 비용 증가,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해외직구 시장이 얼어붙었다. 지난해 4분기 해외직구액은 7년만에 역성장했다. 중국 광군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성수기 효과도 반감됐다. 연간 성장률도 한자릿 수에 그치며 직구 시장을 노리던 e커머스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2일 통계청 온라인쇼핑 해외직접구매액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해외직구액은 1조343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9% 감소했다. 단기간 환율이 급등한 지난해 1분기 소폭 감소한 적이 있지만 블랙프라이데이가 있는 4분기 기준으로는 2015년 이후 첫 역성장이다. 연간 해외직구 규모도 5조3240억원으로 전년대비 4.1% 늘어나는데 그쳤다. 최근 3년간 연평균 20% 성장한데 비해 둔화되는 조짐이다.

지난해 가파르게 환율이 상승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4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359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4.9% 올랐다. 구매 가격이 그만큼 상승한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 직구(4분기 기준)가 23% 감소하며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유럽지역 구매도 19% 감소했다. 반면 원달러 환율 영향이 적은 중국 직구는 4.5% 늘었고 엔저 현상으로 일본 구매는 24.5% 증가했다.

여기에 유가 상승으로 물류 비용이 늘어나며 배송비 부담도 커졌다. 이에 블랙프라이데이, 사이버먼데이 등을 맞아 이어진 해외직구 행사에도 구매가 오히려 줄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이후 해외직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국내 e커머스들은 해외직구 서비스를 확대하며 시장을 키워 왔다. 지난 2021년 8월 글로벌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손잡고 '아마존스토어'를 오픈한 11번가나 미국, 중국, 홍콩으로 지역을 늘리며 '로켓직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쿠팡이 대표적이다. 200조원에 달하는 온라인 쇼핑 시장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지만 연간 20%씩 늘어나는 성장세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환율, 물류 비용 상승에 소비 경기 둔화까지 악재가 겹치고 있어 e커머스 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올 들어 환율은 1200원대로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 예측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쟁은 오히려 치열해진다. 11번가, 쿠팡 외에도 해외직구 사이트인 G9를 흡수한 지마켓과 동남아 기반 e커머스인 큐텐에 인수된 티몬도 해외 직구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환율과 비용 상승으로 가격 부담이 생겼지만 해외 현지에서 가성비가 있는 제품이나 차별화 제품을 중심으로 기획전을 마련하고 대상 지역도 확대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직구 시장은 독주하는 업체가 없고 여전히 잠재적인 수요가 있어 아직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지역 확대, 해외 상품 전용 물류센터 확장 등을 검토하는 등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