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서울서 아예 방 빼라"...포스코 주주들의 선택은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포스코홀딩스 사업장 소재지 논란이 또 고개를 든다. 이번엔 서울서 철수하란 주장까지 나왔다. 소재지 이전 여부가 결정되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회사와 주주를 압박하기 위한 용도란 해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주민들의 지나친 요구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6일 포스코그룹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오는 16일 이사회를 열고 본사 이전 안건을 상정한다. 내달 17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전 여부가 가려진다. 안건이 통과되면 포스코홀딩스 주소지가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경북 포항으로 변경된다.

이번 논란은 포스코 물적분할 과정에서 시작됐다. 포스코그룹은 2021년 12월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했다. 종전 포스코를 포스코홀딩스(존속법인)와 포스코(신규법인·사업회사)로 분할했다. 포스코홀딩스는 기존 서울사무소 인력이 분사한 형태였기 때문에, 서울을 본사로 지정했다. 이를 지역사회가 이를 문제 삼았다.

일부 주민들은 논란 초기 홀딩스가 서울에 본사를 둔게 지역 인력 유출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물적분할 과정에서 실제 포항에서 서울로 자리를 옮긴 직원은 소수였다. 그러자 이들은 이번엔 '자존심이 상한다'며 반발했다. 당시 대선(3월)·지방선거(6월)를 앞둔 만큼 주민들의 움직임은 정치인들을 자극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상경 투쟁에 나섰을 정도였다.

분할기일(3월 1일)을 사흘 앞두고 포스코는 포항시, 포항시의회, 포스코 이전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 등과 지주사 본사 및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을 포항에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본사 이전은 주총 결의사항이기 때문에 포스코·포항시·지역사회가 힘을 합쳐 이사회와 주주를 설득하자는 게 골자였다.

그런데 주총을 앞두고 이번엔 한 술 더 떠 서울사무소 근무 인력 전체를 포항으로 옮겨야 진정한 이전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포스코 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이를 관철하기 위해 오는 14일 용산 대통령실 앞과 포스코센터에서 상경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상경 투쟁은 주총 결의안건이 최종 논의되는 포스코홀딩스 이사회 직전에 열린다.

업계는 이사회·주주 등을 압박하기 위한 행위라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주총에서 지주사 주소지 이전이 통과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면서 "시위를 통해 여론을 움직여 정부·정치권이 재차 주목하게 하고, 이를 통해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민들에게 유리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현실 불가능한 주장을 펼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다수 회사가 업무 효율성을 이유로 서울에 행정·지원 조직을 둔다"면서 "우수 이공계 인재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서울·수도권에 연구기관을 설치하는 상황에서 포항에 미래기술연구원 본원 설치까지 약속했는데, 이 정도면 과도한 경영권 방해·개입"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키를 쥔 주주들이 과도한 지역사회의 요구와 시위에 거부감을 나타낼 수 있다"면서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