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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외풍 속 기댈 곳 있다?…'연임 도전장' KT 구현모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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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휘 기자
  • 김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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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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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선진화(下)

[편집자주] '주인 없는' 회사의 지배구조 선진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소유분산 기업인 금융지주회사를 비롯해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KT와 포스코 등이 대상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임기가 돌아온 금융지주 회장은 모두 물갈이됐다. 이른바 '셀프연임', '황제경영'을 뿌리뽑는다는 게 명분이다. 과거 '낙하산' 인사와 결이 다르지만 정부가 민간회사 인사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관치' 논란도 한창이다.


KT 구현모, 연임까지 '가시밭길'…국민연금과 '표 대결' 승산은


구현모 KT 대표가  2일 서울 송파 사옥에서 열린 KT그룹 신년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2023.1.2/사진제공-뉴스1
구현모 KT 대표가 2일 서울 송파 사옥에서 열린 KT그룹 신년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2023.1.2/사진제공-뉴스1
오는 3월 하순 KT (29,950원 ▼100 -0.33%) 주주총회까지 40여일은 구현모 대표에게 운명의 시간이다. 이사회가 그의 연임을 결정했지만, 정부·여당은 절차적 불공정을 문제 삼으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에 KT는 정부 기조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행보로 여권 내 비판적 기류를 덜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표정이다. 구 대표도 국내외 투자자들과 접촉하고 해외 출장도 소화하는 등 CEO(최고경영자)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구 대표는 오는 9일 열리는 기관투자자들과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의 '코퍼레이트 데이(Corporation Day)' 참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T는 같은 날 오전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발표하는데, 예년과 달리 실적 관련 자세한 내용을 시장에 소개하는 컨퍼런스콜(전화회의)은 진행하지 않는다. 다만 최근의 사태에 대한 질문이 불가피한 만큼, 구 대표가 직접 자본시장 핵심 인사들을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코퍼레이트 데이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연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구 대표로서는 '기댈 곳은 시장'이라는 분석이다.

◇기댈 곳은 시장…국내외 투자자 공략하는 KT 구현모

구 대표는 이달 말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MWC) 2023'에도 참석한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이사회 멤버인 그는 오는 28일 기조연설도 맡을 예정이다.

MWC를 전후한 구 대표의 글로벌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KT는 외국인 지분이 43.1%(이하 작년 3분기 말 기준)에 달하는 만큼, 구 대표로서는 주총을 앞두고 직접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는 게 불가피하다. 자신의 연임을 둘러싼 표 대결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이밖에 '국익'을 강조하는 KT의 최근 행보도 의미심장하다. KT는 지난달 26일 몽골 정부와 '광물자원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희토류를 포함한 몽골 광물 자원의 국내 수급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 구 대표의 신년사 일성은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하는 KT그룹이 되자"였다.

지난달 12일에는 이강철 KT 사외이사가 1년 이상의 잔여 임기를 채우지 않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정무특보를 지낸 대표적 '친노' 인사다. 현 여권이 불편하게 여겼고, 이에 이 이사가 회사의 부담을 더는 차원에서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국익' 강조하는 KT…주총 표 대결, 전망은?

거센 외풍 속 기댈 곳 있다?…'연임 도전장' KT 구현모 운명은
KT가 분위기 반전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구 대표 연임에 부정적인 최대주주 국민연금(10.74%)의 입장은 되돌리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달 30일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은 "최근 횡령, 비자금, 뇌물, 불완전판매, 서비스 장애 등 부정행위에도 CEO가 직위를 유지하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 대표는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직접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조하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언급하기도 했다.

주총에서 구 대표의 연임 안건에 대한 표 대결이 벌어진다면,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구 대표 재임 기간 주식교환으로 KT 지분을 취득한 현대차 ·현대모비스(7.79%)와 신한은행(5.58%)은 당초 우호지분으로 평가받았지만, 이들 역시 여권의 의지를 드러내놓고 거스르기는 난감하다. ISS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찬반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도 안심할 순 없다. 지난 3년 간 주가 부양 성과로 인해 시장의 구 대표에 대한 지지세가 만만치 않다. 5년 전 KT&G 주주총회에서는 당시 백복인 사장의 연임 안건에 대해 최대주주 국민연금(9.09%)이 '중립', 2대 주주 IBK기업은행(6.93%)은 '반대' 표를 던졌음에도, 외국인 주주들의 무더기 찬성표로 백 사장이 연임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스튜어드십 코드' 국민연금 행보는?


거센 외풍 속 기댈 곳 있다?…'연임 도전장' KT 구현모 운명은

집사(steward·스튜어드)는 큰 저택에서 주인 대신 집안일을 도맡는다. 집사가 어떻게 집안 살림을 꾸리느냐에 따라 저택의 모습과 주인이 얻는 이득이 달라진다. 국민들의 자금을 운용한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집사는 '국민연금'이다. 즉, 국민연금이 어떻게 자금을 운용하느냐에 국민들의 노후 자금과 은퇴 후 삶의 질이 달렸다.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는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집사처럼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든 행동 지침이다. 투자 대상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이를 투명하게 보고해야 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소유가 분산돼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스튜어드십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과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력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2018년 109조원이었던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규모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39조원으로 증가했다. 2021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율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264곳에 이른다.

특히 소유분산 기업, 일명 주인 없는 기업에서는 국민연금이 최대주주 역할을 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이거나 주요주주인 소유분산기업은 △KT (29,950원 ▼100 -0.33%)(10.74%, 국민연금 보유 지분율) △POSCO홀딩스 (322,000원 ▼7,000 -2.13%)(8.5%) △KT&G (87,500원 ▼900 -1.02%)(7.44%) △KB금융 (47,050원 ▼1,900 -3.88%)(7.97%) △신한지주 (34,550원 ▼1,200 -3.36%)(8.22%) △하나금융지주 (40,350원 ▼1,600 -3.81%)(8.4%) △우리금융지주 (11,010원 ▼170 -1.52%)(7.86%) 등이다.

국민연금은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후 이를 강화해왔다. 스튜어드십코드 이전에는 배당 관련 사항에만 주주권을 행사했으나, 이후 과도한 임원 보수 등 여러 사안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하기 시작했고, 행사 방법도 비공개 대화, 중점 관리기업 선정과 공개, 공개서한 발송, 주주제안 등으로 다양화했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2018년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경영진의 총 안건에서 국민연금이 반대표시를 한 안건 비율)은 16.61%로 전년 11.47% 대비 증가했다. 2019년에도 반대 비율은 17.24%를 기록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반대 비율은 각각 10.33%, 9.19%로 하락했다. 다만 이는 상장사들이 국민연금을 의식하고 미리 문제의 소지가 있는 안건을 최소화한 결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최근 국민연금은 소유분산기업의 CEO(최고경영자) 연임 문제에 날을 세우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KT 이사회가 구현모 대표이사의 연임을 결정하자 국민연금은 이례적으로 즉각 입장문을 내고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국민연금은 KT 이사회의 결정이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서원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은 "KT, POSCO홀딩스, 금융지주 등 소유분산기업들이 CEO 선임을 할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따라야 불공정 경쟁, 셀프 연임, 황제 연임 같은 우려들이 해소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국민연금과 KT는 다음 달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커졌다. KT와 국민연금의 갈등이 깊어지자 KT 주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KT의 주가가 올해 5만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강력매수(컨빅션 바이)' 의견을 내놨던 하나증권은 지난 3일 이를 철회하는 내용의 리포트를 발간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3월 주총에서 현 구현모 CEO의 연임이 확정된다고 해도 경영 불안 양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정부에서 직접 나서서 정부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화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KT뿐 아니라 POSCO홀딩스 등 기업들의 CEO 선임과 연임 문제가 쉽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본시장의 공룡'으로 불리는 국민연금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칫 '연금 사회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정부 등 정치권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소유분산기업 CEO의 연임을 반대하는 것은 스튜어드십코드 원칙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를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정부의 정책적인 판단이 지나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정부와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독립성이 일정 부분 확보되는 수준에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에 따른 주주권 행사는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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