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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관치'와 맞서는 '관료' 임종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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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08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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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고시 준비하지 말고 창업이나 기업으로 가서 성공할 생각을 해달라."

오래전 기억이어서 정확하진 않지만 경영대학 수업에서 교수가 당부했던 말이다. 우리나라가 정말 발전하기 위해선 나라에서 말고 기업에서 일하라는 의미였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자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차기 우리금융그룹 회장으로 내정됐다. 나라에서도 일하고 사기업인 금융회사에서도 일하는 임 내정자이야말로 교수의 말을 200% 실천한 인물이다.

그 누구도 임 내정자의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우스갯말이지만 임 내정자가 우리금융 경쟁력을 높이면 두려운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우리금융은 그간 민영화 등을 거치면서 경쟁력을 쌓아왔다. 하지만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으로 대표하는 내부 다툼도 적지 않았고 다툼이 밖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은행 외 카드, 저축은행, 자산운용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기 시작했지만 보험과 증권 등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임 내정자가 농협금융 회장을 맡았을 때 농협금융에 옛 우리투자증권(현재 NH투자증권)을 내준 건 뼈 아프다.

임 내정자는 내부 다툼을 없애고 우리금융을 '진정한' 금융그룹으로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임 내정자도 언급했듯이 '과점주주형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도 임 내정자의 몫이다.

앞으로 우리금융이 더 나아질 것이란 기대와 별도로 임 내정자가 우리금융으로 자리를 옮김으로써 아쉬운 점도 남는다.

우선 우리금융이 더 발전하기 위해 임 내정자의 힘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 경제 역시 임 내정자의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 경제는 복합위기에 빠졌고 아직 위기는 진행중이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F4' 역량이 뛰어나지만 임 내정자가 힘을 보태면 우리 경제가 위기를 벗어나는데 좀 더 수월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임 내정자가 괜히 총리 후보로 거론된 것이 아닐 것이다.

물론 임 내정자가 임기 3년동안 우리금융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다시 나라를 위해 발벗고 나설 수 있다. 이미 경험도 있다. 임 내정자는 농협금융 회장을 그만둔 뒤 금융위원장으로 복귀했다. 미국 등 금융 선진국처럼 재무부 장관과 월스트리스트 금융회사 CEO를 번갈아 하는 첫 인물이 임 내정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두 번째 아쉬움이 발생한다. 아직 우리 사회 문화가 '민'과 '관'을 오가는 인물을 인정할 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임 내정자는 분명 과거와 같은 '낙하산' 인사는 아니다. 임 내정자가 "관치란 조직이 원하지 않는 사람을 당국이 특정 자리에 밀어 넣는 것"이라며 "단지 공무원, 관료 출신이라는 이유로 그 자리에 앉는 것을 두고 관치라고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지만 정통 관료 출신인 임 내정자가 사기업인 우리금융 회장에 출사표를 던졌을 때 가장 먼저 나온 게 '관치' 논란이다.

임 내정자가 우리금융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할 일은 그가 우리금융을 '과점주주형태'로 민영화했을 때보다 더 많을 것이다. 금융 선진국처럼 '민'과 '관'을 오가는 것이 '관치'로 인식하지 않도록 그 누구보다 '관치'와 싸워야 하는게 그의 과제다.

[광화문]'관치'와 맞서는 '관료' 임종룡
우리금융 역시 '관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부 쇄신이 필요하다. 임 내정자를 차기 회장으로 추천한 이사회도 다음에 '낙하산'이 아닌 능력 있는 인물을 당당히 CEO(최고경영자)로 선임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금융당국도 '관치'와 '낙하산' 없는 시대를 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임 내정자 관련해 이사회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가 좋다 나쁘다 말한 적 없다"고 덧붙였다. 이사회 결정을 존중하고 '낙하산'을 막기 위한 이 원장의 노력이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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