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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의 열화일기] 김현주, 열병 후 건네는 미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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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08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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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 탤런트 김현주의 연기…선한 진정성이 보여주는 따뜻한 감정이입

SBS 드라마 '트롤리'의 여주인공 혜주 역의 김현주. /사진=유튜브 캡처
SBS 드라마 '트롤리'의 여주인공 혜주 역의 김현주. /사진=유튜브 캡처
"혹시, 우리 아들이 (네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억지로 건드리거나…."

SBS 드라마 '트롤리'에서 국회의원 아내인 혜주 역의 김현주는 이렇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혜주의 아들이 갑작스럽게 죽은 뒤 아들의 아이를 가졌다며 난데없이 찾아온 수빈을 향해 의심하거나 비판하는 대신, 되레 그녀를 걱정하며 던진 배려의 멘트다.

아들이 죽은 것도 억울한데 임신한 채 찾아온 낯선 여자를 향한 배려라니. 아무리 드라마지만, 이 장면을 쉽게 수긍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장면에서 김현주는 그런 연기에 최적화한 인물처럼 보였다. 그는 1회부터 10회까지 감정선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어떤 장면에선 답답하기까지 하다.

그는 처음부터 이런 연기를 의도하지 않은 듯하다. 어떤 목표를 갖고 내면에 적개심을 쌓아두거나, 슬픔과 비련으로 가득 찬 여인의 고통을 안 보여주는 척하며 인내하는 투지의 여인상도 아니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아내와 아줌마를 연기하는데, 그 모습이 보는 이의 감정에 애틋하게 달라붙는다. 우리 일상의 엄마를 보듯, 그저 평범하고 따뜻하고 계산하는 법이 없다.

"그럼, 그게 연기냐"고 물을 수 있지만, 김현주는 특징 없어 보일 법한 역할 곳곳에 '진심'과 '진정성'이라는 연기 아닌 연기로 특출한 '연기'를 수행한다. 거짓과 모략을 일삼는 정치적 인간들이 진짜 진심어린 상대를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김현주라는 배우를 통해 증명하려는 듯하다.

SBS 드라마 '트롤리'의 한 장면. /사진=유튜브 캡처
SBS 드라마 '트롤리'의 한 장면. /사진=유튜브 캡처

김현주는 드라마에서 딸에게 잔소리를 퍼붓지만, 중요한 순간에 딸의 말을 제대로 경청하는 존중의 엄마이고 집을 떠난 수빈이 홀로 지낼 날들에 대한 안타까움에 어떻게든 방법을 마련하려는 잔정 넘치는 아줌마이며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아는 언니를 남들 앞에서 '가족'이라고 당당히 외치는 믿음직한 자매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를 통해 김현주는 엄마나 아줌마의 역할을 조금씩 새롭게 정의한다. 의지와 헌신의 '국민엄마'로 자리매김한 김해숙이나 스타일과 세련미로 각을 잡는 쿨한 이미지의 김희애 같은 또렷하고 강단 있는 색깔의 기존 '엄마' 상과는 다르기 때문.

무색무취 같은 김현주의 엄마 상은 말하기보다 듣기에 집중하고 '나'의 정의보다 '타인'의 상처에 더 주목한다. 그래서 한참을 들여다보면 열병을 앓고 난 이에게 따뜻한 미음을 건네는 그 손길이 어느새 부채질하듯 여기저기 닿아있는 걸 절감하게 된다. 그게 김현주의 연기이고 철학이고 마음인 것 같았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비슷한 시기에 상영된 넷플릭스 영화 '정이'를 보고도 이 평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곳에서 그는 거의 대화가 없는 죽은 전사 엄마로 나오지만, 새로 각인된 엄마의 상 때문인지 존재만으로 안타깝고 애틋하고 진정성에 시나브로 사무쳤다.

넷플릭스 영화 '정이'의 한 장면. /사진=유튜브 캡처
넷플릭스 영화 '정이'의 한 장면. /사진=유튜브 캡처

1996년 가수 김현철의 '일생을' 뮤직비디오로 데뷔해 올해 연기 인생 26년을 맞은 김현주는 그간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활약했다. 술집 작부에서 독기 어린 역까지 다양하고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경험한 그에게 '연기'를 다시 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복기하듯 지난 드라마 몇 편을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공통점이랄까. 그건 그가 어떤 연기에서도 맑고 선한 기운이 사그라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엄마가 밉고 엄마가 용서가 안 되고 엄마가 싫어하게 될까봐 두려워~"(MBC 주말연속극 '반짝반짝 빛나는' 중에서) "미선아, 나 좀 울어도 되니? 나 소리내서 울어도 돼?~"(JTBC '판타스틱' 중에서)

이런 멘트에 감정이입이 쉬운 것도 그가 지닌 선한 진정성의 영향 덕분이다. 연기를 떠난 자리에서 그는 차진 농담과 소탈한 예능감으로 똘똘 뭉쳤다. 심지어 '자뻑'으로 불릴 만큼 자신의 타고난 미모에 대한 칭찬을 놓지 않는다. "세수하고 거울 볼 때 빠져든다"거나 "저는 오래봐야 예쁜~" "화면은 별로 안 예쁘게 나오는데, 실물로 보면 예쁘다는 얘기 많이 들어요." 같은 웃음 곁들인 농담 아닌 농담을 신 나게 쏟아낸다.

그중 이 말이 가장 오래 각인됐다. "저는~~사람 자체가 예쁜 사람이에요." 어떤 연기에서도 '선한 진정성'을 공통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비로소 풀리는 순간이었다. 40대 중반의 지금 김현주도 그렇지만, 나이 든 미래의 김현주는 더 예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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