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끊으면 인센티브 줬는데…국회서 법개정 뭉개 대금 지급 끊겼다

정부의 금연치료지원사업이 사실상 중단 위기에 놓였다. 올 들어 금연치료지원사업 대금 지급이 끊기며 사업에 참여한 의료기관과 금연치료자가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사업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아 시행하는데, 지난해 일몰을 앞뒀던 관련법이 제때 개정되지 못하면서 지원이 끊긴 때문이다. 국회가 하루 빨리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부터 금연치료지원사업에 참여한 의료기관과 금연치료자의 지원금 지급이 중단됐다. 의료기관에는 금연치료진료비, 금연이수 완료자에는 인센티브를 주게 돼 있는데 예산이 없어 지급을 보류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기준 금연치료지원 사업 참여기관은 1만5566개소, 참여자는 15만5021명이다. 월 평균 금연 치료비는 15억6700만원, 인센티브는 8100만원이다. 건보공단은 이 사업에 예산 381억원을 요청한 바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금연치료지원사업 재원이 담배사업자의 부담금으로 조성되는 기금인 건강증진기금, 일명 담배부담금인데 관련 근거법이 지난해 일몰돼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해 금연치료사업의 대금 지급을 하지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연치료사업 관련 포스터/사진=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은 정부로부터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고로부터,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6%에 상당하는 금액은 건강진흥기금으로부터 매년 받도록 돼 있었다. 근거법은 국민건강보험법 제 108조와 국민건강증진법 부칙 제2항이다. 그런데 해당 규정 기한이 지난해 12월31일 만료됐다. 국회에서 일몰 관련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여야 이견으로 해를 넘기게 됐고 결국 건강보험 재정에 구멍이 생겼다.

올해 책정된 정부 지원금 예산은 10조9700억원인데 이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지원금이 건강보험공단 전체 사업비(건강보험료 수입액+정부지원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13%에 이른다.

현재는 담배치료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지만 사태가 길어지면 각종 요양급여비와 건강검진비 지급 등 건강보험공단의 전반적인 사업군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건강보험 재정도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 2007~2021년 건보 재정 수지에서 지원금이 있을 때는 19조1000억원가량의 흑자가 났지만 지원금이 빠졌을 경우를 보면 75조4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정부지원금이 계속 나오지 않을 경우 최후에는 국민들로부터 받는 건강보험료율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게 건보공단 설명이다. 2020년 기준 건강보험료율이 6.67%였는데 정부지원금이 없었다면 이를 8%까지 인상해야 했다는 계산이다.


이에 국회가 속히 관련 법 개정에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커진다. 동시에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와 노인인구 급증 등에 대비해 정부지원금의 기준도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관련법 개정안은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다만 금연치료 등에 대한 국고지원은 시기가 미뤄졌을 뿐 여야 합의가 이뤄지면 다시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일몰연장 자체는 여야가 합의를 이뤘지만 연말 예산안 합의 때문에 처리가 밀렸을 뿐이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