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다 車성능"...벤츠·BMW·아우디 '배출가스 담합' 제재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벤츠 전시장 모습. 2022.5.12/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 벤츠·BMW·아우디 등이 배출가스 저감 수준을 합의한 혐의에 대해 과징금 423억원 등 제재 조치를 내렸다. 이들 기업은 배출가스 저감장치(SCR) 성능을 제한해 요소수 보충없이 주행하는 거리가 줄어들지 않도록 담합 행위를 벌였다.

공정위는 9일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 경유 승용차 제조사들이 SCR을 개발하면서 요소수 분사량을 줄이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혐의에 대해 과징금 총 423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SCR은 배출가스에 요소수를 공급, 질소산화물(NOx)을 물과 질소로 정화하는 장치다. 특히 요소수량에 따라 NOx 배출량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요소수 분사 전략은 SCR의 핵심이 된다.

이들의 담합 혐의는 유럽연합(EU), 우리나라의 배출가스 규제와 무관치 않다. EU는 2014년 9월 시행된 유로-6를 통해 이전 단계(Euro-5, 0.18g/km)보다 2배 이상 NOx 규제(0.08g/km)를 강화했고 우리나라도 2014년 1월 배출가스 규제를 동일한 수준으로 높였다.

공정위 조사 결과 4개사는 요소수 보충이 필요없는 주행거리를 일정 수준 확보하기 위해 NOx가 과다 배출된다는 문제에도 불구하고 요소수 소비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가령 이들 회사는 2006년 6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개최된 소프트웨어 기능회의 등을 통해 SCR의 요소수 분사 전략을 논의하면서 "NOx를 항상 최대로 저감할 필요는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어 9월 요소수 분사량을 줄이기 위해 공동으로 이중 분사 방식을 채택하는 등 담합행위를 벌였다. 당국의 배출가스 규제는 지키면서도 단일분사 방식에 비해 요소수를 덜 쓰는 방식을 사용토록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4개사는 합의 내용이 반영된 SCR 소프트웨어를 탑재, 경유 승용차를 제조·판매했다. NOx 저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수 분사 전략의 연구·개발을 스스로 차단한 셈이다.

이러한 행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상품 또는 용역의 생산·거래 시 그 상품 또는 용역의 종류·규격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법률에 근거해 공정위는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207억4300만원 △BMW 156억5600만원 △아우디 59억7300만원 등 과징금을 각 사업자에 부과했다. 이러한 과징금은 담합행위와 관련된 매출액에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비율을 적용해 산정됐다.

공정위는 "4개사 행위는 보다 뛰어난 NOx 저감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유 승용차의 개발 및 출시를 막은 경쟁제한적 합의"라며 "상품의 종류·규격도 경쟁의 한 요소라는 점에서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며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결정하는 것은 사업자의 혁신 유인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