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위기 글로벌 경제, 中이 살린다? "흠, 예전 같진 않아"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로이터=뉴스1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글로벌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낙관은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회복이 예년보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중국 리오프닝이 올해 세계 경제가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불어넣고 있지만 경계론 역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경제가 올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중국이 3년간 굳게 걸어 잠갔던 빗장을 풀자 주요 투자은행들은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상향 조정하고 있다. 경기 전망을 보수적으로 내놓는 국제통화기금(IMF)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보다 0.8%포인트(p) 올린 5.2%로 높여 잡았다. 그러면서 중국이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중국의 회복세가 국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중국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실시해 세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원자재, 건설 관련 장비업체 등이 수혜를 입었다. 일례로 2009년 중국은 약 744조원 규모의 부양책 덕분에 9.4% 성장했고, 글로벌 금융 위기로 타격을 입은 세계 경제에 강력한 버팀목이 됐다.

하지만 현재 중국 정부는 재정 여력이 충분치 않아 대규모 부양을 단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가 심각하고, 국가에 필요한 인프라도 이미 대부분 구축된 상태다.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하락세가 본격화하는 부동산 시장도 부양책의 여지를 좁히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초기 경제 회복은 소비가 만들고 있다. 내수 회복 조짐은 경제 지표로 확인된다.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하며 3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핵심 CPI도 전년 동월 대비 1% 상승하며 전월(0.7%) 대비 상승 폭이 0.3%포인트 확대됐다. 핵심 CPI의 상승은 소비 회복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프레데릭 노이만 HSBC 아시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강력한 경제 회복을 이루겠지만, 경제 반등의 성격상 이번에는 다른 나라들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훨씬 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올해 중국의 GDP가 5% 증가하더라도 세계 성장률을 1.5% 끌어올리는 데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이전 예측치에서 불과 0.2%p 상향 조정된 것이다.

중국의 성장세는 서비스 분야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에너지 수요, 수입, 해외여행 증가 등이 다른 나라 성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되는데, 이렇게 되면 산유국이나 아시아 국가들은 수혜를 입을 수 있지만 중국의 에너지 수요 증가가 유가 상승을 이끌어 세계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일부 국가엔 중국의 회복이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서비스업 성장 영향을 작게 받는 미국은 중국의 활동 재개가 올해 성장률을 0.04%p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낼 것으로 추산했다. 관광 등으로 얻는 소득보다 에너지값 인상으로 인한 악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WSJ은 "중국 소비의 내구성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중국 정부는 팬데믹 기간 서방보다 적은 돈을 지원금으로 풀었다. 현재 고용 시장도 취약한 상태다. 지난해 저축액이 2조6000억달러에 달하지만 대부분 장기 저축으로 묶어둔 탓에 당장 쓸 수 있는 돈은 30%도 안 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