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드 매주 2~4시간씩 써라"…AI챗봇 망신 구글, 전직원에 특명

빅테크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체면을 구긴 구글이 '바드'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전 직원을 동원해 내부 테스트 강화에 나선다.


15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모든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주중 2~4시간을 자사 AI 챗봇 바드를 테스트하는 데 이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AFPBBNews=뉴스1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구글이 '도그푸딩'(dogfooding)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도그푸딩은 '자신의 개밥은 자신이 먹어라'는 뜻의 IT업계 용어로, 자사의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부인들이 먼저 사용해 개선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수천 명의 직원을 보유한 구글이 이 인력을 동원해 바드 품질 개선을 위한 내부 테스트에 나섰다는 것이다.

구글이 적극적으로 도그푸딩에 나선 건, 지난 8일 겪은 수모 때문이다. 구글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바드 시연을 진행하기 전 티저 영상을 공개했는데 여기서 바드가 내놓은 답변이 오류로 판명됐다. AI 챗봇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정확성'에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이후 알파벳의 주가는 10%가량 빠졌고, 구글 내부에서도 "부실했다" "구글답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피차이 CEO는 내부 비판을 의식한 듯 "지금 이 시간이 불편할 정도로 흥미진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며 "지금의 에너지와 흥분이 바드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해달라. 이는 바드를 더 좋은 제품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피차이 CEO는 구글이 최초는 아니었지만,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왔다고 강조했다. 피차이 CEO는 "우리의 가장 성공적인 일부 제품은 시장에 가장 먼저 출시된 것들이 아니었다"며 "그 제품들은 중요한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해결하고 깊은 기술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구축됐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구글 경영진은 내부 테스트를 위한 지침도 공개했다. 취미와 같은 친숙한 주제로 바드와 대화할 수 있도록 권장하며, 직원들은 바드의 답변에 '좋아요'나 '싫어요' 반응을 표시할 수 있다. 바드가 올바른 답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에는 직접 수정도 가능하다. 또 바드가 법적, 의료적, 재정적 조언을 제공하거나 거나 거짓 답변, 혐오스러운 발언을 내놓으면 '싫어요'를 눌러달라고 당부했다.

지침에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도 포함됐다. '해야 할 일'은 1인칭으로 대화하고 중립적인 어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은 고정관념을 갖는 것, 인종·국적·성별·나이·정치적 이념 등에 대해 추정하는 것 등이다.

구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구글 직원과 외부 테스터의 피드백은 바드를 개선하고 일반 이용자가 사용할 준비가 됐는지 확인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