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기도 '바이 아메리카'…美 부품 55% 써야 보조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랜햄의 IBEW 노조 회관에서 노조원들에게 경제에 관한 연설을 마치고 참석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랜햄(미국) AP=뉴시스

미국 정부가 전기차에 이어 전기차 충전기에도 최종 조립과 부품 제조의 일정 비율을 미국에서 해야만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바이 아메리카'(미국 제품 구매)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브랜드에 상관 없이 모든 전기차가 사용하도록 충전기 표준안을 마련했으며, 테슬라는 처음으로 자사 충전소를 다른 제조사 차량도 쓸 수 있게 개방하겠다며 화답했다.


백악관은 15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전기차 충전기에도 '바이 아메리카' 규정을 적용한다고 밝히며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법에 따라 지원금을 받는 모든 전기차 충전기가 철강·제조품·건축자재 등의 미국산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2021년 11월에 시행된 인프라법은 전기차 충전기 구축 지원에 75억 달러(약 9조6675억원) 규모의 예산을 책정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는 13만개 이상의 공공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돼 있으며,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오는 2030년까지 50만개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등으로 넘어간 세계 공급망의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목적으로 인프라법을 통해 미국 제품을 반드시 사용해야 보조금 혜택을 주는 '바이 아메리카' 규정을 주요 산업에 적용하고 있다.

백악관 발표에 따라 이날부터 전기차 충전기가 미국에서 만들어져야 연방정부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정부 보조금 혜택을 받으려면 강철 충전기 용해, 코팅, 밀봉 등 전체 제조공정이 반드시 미국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산 부품 사용 관련 규정은 내년부터 적용된다.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들이 당장 부품 공급처를 전환할 수 없다는 상황을 고려해 해당 규정으로 바로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규정에 따르면 오는 2024년 7월부터 전기차 충전기에 사용되는 모든 부품의 최소 55%를 미국산 제품으로 사용해야 연방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미국 정부는 전기차 브랜드 등과 상관없이 모든 운전자가 전기차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충전기의 접속 규격, 요금 방식, 충전 속도와 전압 등에 대한 표준도 결정했다. 지원금을 받는 충전기는 이를 따라야 한다.

이와 관련 테슬라는 2024년 말까지 모든 전기차의 사용이 가능한 충전기 최소 7500개를 외부에 개방하기로 했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테슬라 충전기를 그동안 타사 전기차가 사용할 수 없었다. 미국 CBS는 테슬라가 개방하는 충전기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백악관은 또한 한국의 SK시그넷이 미 텍사스주에 첫 전기차 충전기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며 올해 2분기부터 DC 초급속 충전기를 만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백악관은 이번 규정이 오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최소 50%를 전기차로 채워 기후변화 위기에 맞서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