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유출, 뒤통수 맞을라"…포드-CATL 美공장 조사나선 中정부

포드의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사진=블룸버그

중국 정부가 포드와 CATL의 미국 배터리 합작공장 신설에 대한 정밀 조사에 나섰다고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중국 최대 배터리업체 CATL의 기술이 포드에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한 조치로 미-중 갈등이 기업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지난 13일 포드는 미국 미시간주에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술을 이용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공장은 포드가 35억달러를 투자해 100% 지분을 갖게 되며 CATL은 기술 라이선스 방식으로 출자한다. 북미산 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배터리 제품에만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우회하겠다는 의도다.

중국 정부는 포드와 CATL의 합작공장 건설이 중국의 배터리 기술 우위를 드러낸다는 사실을 반기면서도 CATL의 핵심기술이 포드에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고위층이 포드와 CATL의 합작공장 건설에 대한 추가 정밀조사를 직접 요구했으며 조사 결과는 중국 최고위층에게 보고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핵심 기술 경쟁은 미-중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다. 미국이 전방위적으로 중국의 반도체 기술 자립을 저지하고 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작년 8월 발효된 IRA를 통해 중국의 배터리 산업 독점을 견제하고 나섰다. IRA는 중국산 부품이 일정 비율 이상 사용된 전기차는 최고 7500달러에 달하는 세액공제 혜택을 누리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합작공장 건설을 금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간 CATL·BYD 등 중국 배터리업체는 급성장하는 자국 전기차 시장을 기반으로 점유율을 확대했으나, 북미시장은 한국 배터리 3사가 미국 자동차 업체와 합작공장을 건설하며 우위를 지켰다. 하지만, 이번 포드와 CATL 합작공장 건설 발표는 향후 역학 구도의 변화를 예상케 하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포드는 주력 전기차 모델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의 생산을 일시 중단하며 생산 중단 이유를 콕 집어서 배터리 탓이라고 밝혔다. F-150 라이트닝에는 SK온이 단독 투자한 조지아1공장에서 생산한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탑재된다. CATL과의 합작을 발표한 포드의 저의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한편, 포드와 CATL의 합작 공장 건설이 성사되면 이 공장은 미국에서 가장 먼저 LFP 배터리를 생산할 전망이다. CATL 등 중국 배터리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LFP배터리는 한국 배터리 3사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NCM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와 성능은 다소 떨어지나 가격이 30%가량 저렴하다.

리사 드레이크 포드 부사장은 13일 CATL과의 합작 공장 건설 계획을 밝힌 후 기자들에게 "CATL이 미시간 공장 건설과 운영을 도울 것이며 인원도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