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멈춘다"…전문가들, 2월 기준금리 동결 전망

대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오는 2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등을 고려해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면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7차례 연속(1.25%→3.5%) 이어온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멈추게 된다.


19일 머니투데이가 채권시장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명의 응답자가 기준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나머지 1명은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측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추가 금리 인상 없이 올해 4분기, 또는 내년초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계속된 금리 인상 영향이 기업 등 실물경제에 미치며 경기 하방 압력을 높이고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이 급격한 경기 둔화의 원인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경기 둔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6월부터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경기둔화 가능성을 언급해 온 정부는 최근 경계 수위를 더 높였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7일 발표한 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수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기업심리 위축이 지속되는 등 경기 흐름이 둔화됐다"며 이달부터 경기둔화가 본격화됐다고 진단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기 상황이 너무 안 좋다 보니 정부가 하반기에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추가 금리 인상이 경기 측면에서 실(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소 오르긴 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보다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갑작스럽게 올릴 요인이 부족해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통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할 것이란 의견은 1명 뿐이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실 대외적 요인에만 포커스를 맞추면 금리 인상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이 남아있는 만큼 1~2명 정도 '0.25%p(포인트) 인상'의 소수의견을 낼 것 같다"고 말했다.

2월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추가 쏠린 가운데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응답자 80%(8명)가 최종금리 수준으로 현재 기준금리인 3.5%를 전망했다. 나머지 2명은 3.75%에서 최종금리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1월 금통위가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물가 제어에서 경기와 금융시장 안정쪽으로 이동하겠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생각한다"며 "물가와 환율 등이 급등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한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이 이번에 금리를 0.25%p 올리고 이후에는 동결할 것 같다"며 "3.75%가 기준금리 꼭대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창용 한은 총재가 '연내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일부 전문가는 한은이 이르면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전문가 10명 중 4명이 한은의 금리인하 전환 시점으로 올해 4분기를 점찍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더 안 좋아진다면 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점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4분기 중 한은이 금리인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도 "IMF(국제통화기금)가 미국과 유럽,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올리면서도 한국은 내렸다"며 "한국 경기가 수출 침체에 더해 내수 경기 침체까지 올 수 있다고 본 것으로 연말쯤 금리인하가 시작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한은이 긴축을 종료하더라도 곧바로 완화 정책으로 돌아서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여전히 우세한 상황이다. 전문가 6명은 내년이 돼야 본격적인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화당국 입장에선 금리 인상 기조를 마무리하자마자 올해 중 인하를 얘기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도 "물가가 최소 3% 초반대까지는 내려가야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이 가능하다"며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금리 인하로 빠르게 전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