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내리기 시작했는데"… 증권사 '빚투' 이자율 어쩌나?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앞다퉈 낮추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이자 장사'를 정조준해 비판하는 상황에서 증권사도 눈치작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은행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당국이 증권사 신용융자 이자율 산정 방식 등을 살펴보겠다고 나섰지만 대놓고 낮추라는 경고는 하지 않는다. 은행 대출 이자는 민생과 직결됐으나 신용융자 이자율은 일종의 '빚투(빚내서 투자)'라는 인식이 강해 동일선상에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투, 삼성 이어 KB도 신용융자 이자율 인하

금감원 사옥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신용융자 및 주식담보대출 이자율을 다음달 1일부터 연 0.3%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현행 90일 이상 이자율은 연 9.8%에서 9.5%로 낮아지게 된다. 신용융자는 증권사가 개인투자자에게 주식 매수대금을 빌려주는 금융상품이다.

지난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이 신용융자 이자율을 최대 0.4%포인트(p) 낮춘 데 이어 KB증권도 이자율 인하에 나선 것이다. 향후 다른 대형 증권사들과 이자율 10%대가 넘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금리 인하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자율이 10%대를 넘어가는 증권사는 DB금융투자, 신한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이 있다.

증권사 이자율은 금융투자협회의 '금융투자회사의 대출금리 산정 모범규준'에 따라 각 회사가 '기준금리+가산금리'로 자율적으로 산정한다. 2020년 10월 '깜깜이' 금리 산정이라는 지적이 있어 당국이 모범규준을 한 차례 손봤지만 증권업계 공통 금리를 도입하지는 않았다. 대형사에 비해 조달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형사의 가산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커서다.


이에 증권사마다 가장 부합하는 시장 금리를 기준금리로 적용하고 각사의 제반비용 등이 담긴 가산금리를 붙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현재 증권사 기준금리는 3.5~5.93%, 가산금리는 -1.54~4.5%로 천차만별이다.

금융당국, 이자율 산정방식 살폈다… '자율' 유지하되 예의주시증권사들은 시장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와 기업어음(CP)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자 고객 금융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이자율 인하에 나섰다.

금융당국이 최근 이자율을 올린 일부 증권사를 점검하면서 증권가 전체에 무언의 압박이 작용한 분위기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거꾸로 가는 금리 추이에 대해 왜 이렇게 산정했는지 등을 확인했다"며 "증권사가 정당하고 합리적인 산정체계를 갖췄는지 등을 살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당국이 은행처럼 무조건 증권사에 신용융자 이자율을 내리라고 하진 않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융자 금리를 무조건 내리라는 게 당국의 방향성은 아니다"라며 "신용융자는 빚투, 주식해서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출금리처럼 서민 고충이 가중되는 건 아니라 그럴만한 명분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당국 관계자도 "투자자의 금리 민감도도 높지 않다"며 "하루 수십 %가 움직일 수 있는 시장에서 연리 1%는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용융자는 빚투이기 때문에 '증권사 마음대로 받아라'는 식으로 마냥 내버려 둘 수도 없다. 최근 기준금리인 CD, CP 금리 안정에도 신용융자 이자율은 오히려 올라 투자자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당국은 이자율 공시 체계 개편 등을 통해 증권사의 자발적인 이자율 인하를 유도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차적으로 이번 분기 내 신용융자 이자율 대면·비대면 비교 공시가 이뤄질 예정이고 이후 추가 개선 여지가 있는지도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