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손 잡은 젤렌스키 "美, 전쟁 끝내겠다는 결의 보여줬다"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를 직접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내 전쟁을 끝낼 결의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로이터통신·CNN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키이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한 후 영상 연설에서 "오늘은 상징적인 날"이라며 "바이든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의 미래, 우리(우크라이나와 미국)의 관계, 유럽 전체 및 세계 민주주의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은 우크라이나가 세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규칙, 인간성, 예측 가능성에 바탕을 둔 세계 질서의 미래가 바로 지금 여기 우크라이나에서 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파트너들이 올해 안에 러시아의 침략을 종식하기 위해 국방 등 분야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필요한 것은 결의뿐"이라며 "오늘 나는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으로부터 그러한 결의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이전의 지원안에는 포함되지 않은 장거리 미사일 등 무기 공급 문제도 논의했다"며 "이번 주 양국이 외교 접촉을 통해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은) 역사적이었고, 시의적절했으며, 용감했다"고 평하며 "우크라이나 편에 서서 강력한 파트너십을 보여준 미국에 감사한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2월24일)을 앞두고 철통같은 보안 속에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직접 찾은 것은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전쟁 지역을 방문한 것 역시 취임 이래 처음이었다.

키이우 거리를 걷는 바이든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로이터=뉴스1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랑과 노랑 줄무늬 넥타이를 착용한 바이든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푸틴의 정복 전쟁은 실패하고 있다"며 "그는 완전히 틀렸다. (전쟁) 1년이 지난 지금 그 증거가 바로 여기 있다. 우리는 여기 함께 서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하며, 5억달러(약 6482억원) 규모의 새로운 군사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극비리에 이뤄졌다. 극소수의 보좌관들이 수개월 간 비밀리에 계획을 추진했으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방부, 정보기관, 비밀경호국 등이 참여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위험 요소 등을 고려한 순방 계획을 정기적으로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은 이날 폴란드까지 전용기를 타고 이동한 뒤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 키이우에 도착했다. 뉴욕타임스는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기차로 10시간가량 이동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동행한 기자단은 비밀 유지 서약에 서명한 뒤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를 백악관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미국이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구심점임을 강조하고, 러시아와 러시아를 지원하는 국가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은 역사적이고 전례 없는 일"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미 공화당 강경파 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화당의 맷 게이츠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우리 국경이 위기에 처했을 때 바이든 대통령은 낮잠이나 자려고 델라웨어 집으로 갔다"며 "대통령의 날(프레지던트 데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미국을 버렸다는 사실이 놀랍지도 않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