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공당이냐"…이재명 체포동의안 '이탈표' 부추기는 與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2.2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도착한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향해 "이재명을 내려놓으라"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도는 민주당 내 이탈심리를 자극하기 위함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날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연루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윤석열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에 제출했다. 여야는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보고를 받은 후 사흘 뒤인 27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칠 것으로 예상된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재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따라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통과하려면 국회 과반이 넘는 169석을 가진 민주당에서도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국민의힘(115석)에 더해 정의당(6석)이 "(체포동의안) 찬성이 당론"이라 밝혔고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찬성표를 시사한 상황이지만 민주당에서도 최소 28명 이상이 찬성해야만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내분을 조장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이성을 가진 합리적 정당이고 민주당 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양식에 따르면 체포동의안은 통과돼야 하는 게 아닌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사는 길은 민심의 뜻에 따르는 것"이라며 "자당 대표고 의석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해서 (체포동의안을) 거부하면 평소 민주당이 해오던 말과 맞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직 대통령 두 분도 사법처리한 국민들인데 야당 대표라고 해서 영장심사조차 못하게 한다면 뒷감당 못할 것"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이 제대로 판단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21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요청서가 접수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2.21.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오전 논평을 내고 "대표 한 사람을 지킬 것인가, 법과 양심 그리고 국민을 지킬 것인가? 이제 민주당의 시간"이라며 "민주당은'이재명 방탄' 늪에서 벗어나 공당으로서 진짜 일하는 국회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가 떳떳하다면 인원동원령도 불체포특권도 버리고 당당히 법원에서 판단 받으면 된다"면서 "'이게 공당이냐'고 묻는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지난 20일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이재명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라"며 "이재명 의원이 마땅한 죗값을 치르도록 하라"고 했다.

실제로 민주당 인사들 사이에서도 이 대표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앞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전날(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민주당 내에서 견제와 균형을 생각하는 의원들이 있을 것"이라며 일부 이탈을 예상했다.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도 소셜미디어에서 "이재명 대표 없어도 민주당 말살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비명계(비이재명계) 상당수가 찬성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민주당 의원들 내에서 '이재명 당 대표 체제가 유지되고 공천권 행사하면 최소 35명 정도는 같이 못 간다'는 이야기들이 공공연하다"면서 30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영장청구의 부당함을 적극 설명하는 등 내부 단속에서 나서고 있어 다수의 이탈표를 기대하긴 어렵단 관측도 제기된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무기명 비밀 투표지만 (민주당은) 이탈표를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면서 "(이번 표결에서 이탈표를 던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이탈표는 없을 것이고, 있어도 매우 적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편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법원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구속여부를 판단한다. 반대로 부결될 경우 별도 심리 없이 영장이 기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