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사, R&D 인프라 고도화 추진… 글로벌 톱수준 백신 생태계 조성

SK바이오사이언스의 '송도 글로벌 R&PD 센터(Global Research & Process Development Center)' 조감도/사진제공=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 (57,500원 ▼800 -1.37%)가 연구·개발(R&D) 인프라 고도화 추진에 나섰다.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송도 글로벌 R&PD 센터(Global Research & Process Development Center·이하 R&PD 센터)' 설립을 의결하고, 설립을 위한 절차 진행에 착수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미 승인된 투자비 419억원(토지비 등)을 포함해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인 총 3257억원을 투자해 3만413.8㎡(9200평) 부지에 R&PD 센터를 설립, 글로벌 탑티어 백신·바이오 기업다운 면모를 갖춤으로써 글로벌 '바이오 허브'를 구축할 방침이다. 2025년 상반기 중 R&PD 센터가 완공되면 현재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본사와 연구소는 송도로 이동하게 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연구부터 상업, 생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최첨단 R&PD 센터 설립으로 기존 비즈니스 영역을 고도화하고, 신규 감염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백신 생태계(Hub)를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을 계기로 글로벌 백신·바이오 네트워크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BMGF)과 전염병예방백신연합(CEPI)으로부터 개발비를 지원받고 미국 워싱턴대학 약학대 항원디자인연구소(Institute for Protein Design·IPD)의 항원 기술,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면역증강제 'AS03'를 적용하는 등 글로벌 기구 및 기업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난해 대한민국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개발했다. 이를 계기로 현재도 '미지의 질병(Disease-X)'에 대응하는 '드림팀'을 꾸리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와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 나가고 있다.

전염병예방백신연합 (CEPI) 등 글로벌 방역 전문가들은 새로운 팬데믹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주요 방안으로 '글로벌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협력으로 백신 연구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이뤄져, 새로운 감염병 발생 시 100일 이내로 백신이 개발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협력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R&D 기술력 고도화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감염병 BSL(Biological Safety Level·생물안전등급)-3 연구시설을 포함한 최첨단 연구시설 구축을 통해 본격적으로 깊이 있는 감염병 연구 및 개발에 돌입할 계획이다.

생물안전이란 병원체 등 감염성 물질을 취급하는 실험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로부터 실험 종사자뿐만 아니라 동료 및 실험 환경, 지역 사회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일련의 활동을 의미한다. 생물안전등급이란 감염성 위험이 있는 생물에 유해성 정도에 따라 필요한 시설 및 보호 장비를 분류하는 기준이다.

우리나라는 '감염병예방법 제23조' 및 '유전자변형생물체법 23조'에서 생물 안전도와 그에 적합한 시설 기준 등을 규정하고 있다. 등급이 높을수록 위험한 미생물을 다룰 수 있으며 3등급부터는 설치 및 운영에 있어 질병관리청 허가가 필요하다. 각 등급은 하위 등급 연구시설에 해당하는 사항을 준수하므로 해당 등급 이하에 미생물을 연구 및 실험 대상으로 다룰 수 있다.

즉, 위험도가 높고 중대 질환을 유발하는 신규 감염병 대응 백신의 개발을 위해서는 BSL-3 수준의 연구 시설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내 감염병 전임상 시험에 대한 인프라는 대부분 공공 또는 학술 기관의 연구 목적을 위해 운영 중이다. 현 기준 BSL-2 등급의 연구 시설을 보유한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스카이코비원 개발을 위해 질병관리청을 비롯 주요 협력 기관의 연구 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개발 환경에도 적지 않은 제약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CEPI로부터 최대 1억4000만달러(20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일본뇌염 바이러스와 라싸열 바이러스에 대한 mRNA 백신 플랫폼을 연구 중이다. 또한 mRNA 플랫폼을 호흡기융합바이러스(RSV) 백신, 거대세포바이러스(CMV) 백신, 항암 백신 등 신규 파이프라인에도 적용할 계획으로 이 같은 R&D 인프라 고도화를 통해 향후 연구 개발 효율을 높이고 기간도 단축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연구 및 실험 대상으로 다룰 수 있는 미생물체 등급과 종류가 늘어난 만큼 여전히 백신 보급률이 저조한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 중저개발국가에서 주로 발병하는 감염 질병에 대한 연구도 대부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감염병 전임상 시험에 대한 인프라는 대부분 공공 또는 학술 기관의 연구 목적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SK바이오사이언스의 BSL-3 수준 연구 시설 구축이 반가운 이유다.

이와 더불어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도 설립한다. 파일럿 플랜트란 신규 공법이나 제품을 도입하기 전 건설하는 소규모의 시험적 설비를 의미한다. R&PD 센터의 파일럿 플랜트는 가장 까다로운 수준으로 평가받는 cGMP 수준의 생산시설로 설계돼 신규 백신 과제 또는 CDMO 사업에 적극 활용될 계획이다.

파일럿 플랜트에는 신성장 전략 중 하나인 CGT(세포유전자치료제), mRNA, 바이럴벡터(Viral Vector) 등 신규 연구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JV(Joint Venture), M&A 등을 통해 신규 시장에 진출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어, 파일럿 플랜트가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과의 협력 및 투자를 이끌어내는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파일럿 플랜트에서 비임상, 임상 및 일부 상업 생산 등을 위한 시료 생산이 가능해짐에 따라 경북 안동에 위치한 글로벌 수준의 백신 생산 시설인 '안동L하우스'와의 시너지를 통해 신규 파이프라인 확대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대규모 투자를 통해 SK바이오사이언스 송도 글로벌 R&PD 센터가 한국판 바이오 클러스터의 중추가 되어 대한민국 백신 주권을 확대시하고 더 나아가 국가대표 백신·바이오 기업으로서 글로벌 유수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