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원 반도체 보조금 푸는 美…中라인 운영 삼성·SK '촉각'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AFPBBNews=뉴스1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오는 28일(현지시간)부터 반도체지원법(CHIPS·이하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신청을 시작한다. 미국에 투자를 결정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수혜 대상이 될지 주목된다.

23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 있는 조지타운대 강연에서 "다음주 화요일(28일)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을 받을 것"이라고 예고하며 "선정 기준은 매우 투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도체법의 궁극적 목표는 단순히 반도체 자급자족에 있는 게 아니라 혁신 경쟁에서 승리하고 국가 안보와 경제적 미래를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서명한 반도체법은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것으로 반도체 제조 보조금 390억달러(약 50조원)와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달러(약 17조원) 등 총 527억달러(약 68조원)의 예산이 편성돼 있다. 우선 제조 보조금 신청을 먼저 받은 뒤 몇 개월 안에 R&D 지원금 신청도 받는다는 계획이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2030년까지 최소 2개의 대규모 로직(비메모리)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클러스터가 구축될 위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텔과 TSMC가 반도체 공장을 짓는 애리조나, 오하이오와 삼성전자가 투자한 텍사스 등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관심은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 보조금 대상에 포함될지다. 러몬도 장관은 질의응답 중 한국과 일본을 언급하며 "두 나라 기업이 미국에서 공장을 짓고 사업을 한다면 보조금 신청을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는 텍사스에 170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고, SK하이닉스는 150억달러를 투자해 첨단 패키징 공장과 R&D 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다만 반도체법에 포함된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미국 상무부와 향후 10년 동안 중국 등 우려국에 첨단 반도체 시설을 새로 짓거나 기존 시설에 대한 신규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와 다롄에 공장을 운영 중이다.

가드레일은 범용(legacy) 반도체에 대한 기존 설비에 대해선 예외가 적용되지만 범용 반도체의 기준이 뚜렷하지 않다. 로직 반도체의 경우 28nm(나노미터·10억분의 1m)나 그 이전 세대로 규정했으나 한국 기업의 주력 제품인 낸드와 D램 같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선 기준 없이 로직 반도체에 준하는 수준으로 상무장관이 국방장관 등과 협의해 결정하도록 규정해 놓은 상태다. 때문에 업계에선 미국 정부가 메모리 반도체의 가드레일 적용 기준을 지나치게 낮게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수출통제 조치를 고려했을 때 수출통제 대상보다는 이전 기술로 잡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상무부는 미국 기업 등이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nm 내지 14nm 이하) △18㎚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와 기술을 중국에 판매할 경우 미 정부의 별도 허가를 받도록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