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은 배당잔치 벌였는데…증권株는 '반토막 배당'

증권사 전경.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증권사들의 연말 배당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실적이 반토막 나면서 배당금 규모도 크게 줄어들어서다. 은행, 보험 등 금융권에서 '배당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과 온도 차가 크다. 배당 성향은 예년 수준을 유지하지만 배당수익률은 하락했다. 최근 시장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주주환원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36,000원 0.00%), 미래에셋증권 (7,290원 ▲40 +0.55%)은 2022 회계연도 배당금을 1주(보통주 기준)당 1700원, 200원으로 각각 공시했다. 전년 배당금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실적이 반토막 나면서 배당금 규모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56.2%, 44.2% 줄었다. 시장 부진으로 거래대금이 줄어들며 브로커리지 수익이 급감했고 급격한 금리인상에 채권평가손실 등 운용이익도 크게 감소하면서다.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어려움으로 IB(기업금융) 수익까지 흔들렸다.

배당성향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순이익이 줄어들며 주당 배당금이 감소했고 이에 따라 배당수익률도 전년대비 하락했다.

배당성향이 35% 수준으로 배당 투자 매력을 갖추고 있는 삼성증권은 올해 역시 36%의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했지만 배당 수익률은 8.5%에서 5.2%로 낮아졌다. 미래에셋증권은 배당 성향을 15.9%에서 18.7%로 높였지만 배당수익률은 3.5%에서 2.8%로 떨어졌다.


중소형사도 마찬가지다. 교보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각각 주당 200원, 100원의 현금배당 결정을 발표했다. 총 배당금 규모는 전년대비 70% 이상씩 줄였다. 배당수익률도 3%, 1.8%로 급락했다. 아직 결산배당을 결정하지 않은 증권사들 감액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반면 호실적을 기록한 메리츠증권은 배당금이 올랐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보다 35원 오른 주당 135원, 총 751억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주주환원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며 금융지주, 카드, 보험 등 금융업계가 배당 규모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고배당주'로 꼽혀 온 증권주들은 체면을 구기고 있는 셈이다. 실적 변동이 커 배당 안정성이 떨어지고 증권사별로 배당성향도 제각각이어서다.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은 30%대 높은 배당성향을 보여주고 있지만 메리츠증권 등은 10%를 하회한다. 주주환원 개념이 보편화되고 있고 배당절차 개선 등 정책적 뒷받침도 이어지는 상황에서 증권업계도 배당 정책 등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2년 연속 자사주소각을 결정한 미래에셋증권 등 주주환원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시장이 다소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며 증권사의 연간 실적도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라며 "올해 연말 배당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