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포르쉐, 마세라티…韓 배터리 3사 "관계 오래 갑시다"

마세라티의 '그란투리스모 폴고레'

전기차 배터리에도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이 있다. '슈퍼카' 혹은 '럭셔리카'에 배터리를 장착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매출 자체는 크지 않더라도 브랜드 이미지 업그레이드를 노릴 수 있다는 평가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마세라티의 전기 스포츠카 '그란투리스모 폴고레(GranTurismo Folgore)'에 배터리를 납품하기로 했다. 이 모델은 마세라티가 연내 출시키로 한 첫 전기차다.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하는 배터리는 파우치형 배터리셀로 구성된 92.5kWh(키로와트시)급으로 알려졌다. 1회 완충 시 약 402㎞(약 250마일)를 주행할 수 있다.

실리콘 5% 음극재를 활용한 고급 배터리로 포르쉐의 전기차 '타이칸'에 공급했던 것과 동일한 것이다. 2019년 '타이칸'은 LG에너지솔루션의 이 배터리를 장착했었다.

SK온의 배터리는 페라리의 슈퍼카 'SF90 스파이더'에 탑재돼 유명세를 탔다. 페라리 최초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컨버터블 차량이다. 8기통 가솔린 터보엔진 780마력, 3개의 전기모터 합산 220마력으로 합산출력 1000마력을 자랑한다.


이 모델에는 SK온의 7.9kWh 배터리가 탑재됐다. 완충 상태에서 최대 25㎞를 전기모드로 달릴 수 있다. 전기모드 상태에서도 최대 시속 135㎞ 주행이 가능하다.

SK의 7.9㎾의 소형 하이브리드용 배터리를 넣은 '페라리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 SF90 스파이더 차량' (C) 뉴스1 이정현 기자

이들 슈퍼카 혹은 럭셔리카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은 '양' 보다 '질'적인 측면에서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모델 특성상 많은 판매량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보다 고성능의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뽐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슈퍼카 브랜드들은 '비싸도 좋으니 고급 사양의 배터리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하는 경향이 있다"며 "배터리 업체들도 규모의 경제를 노린다기보다 브랜드 가치 제고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SDI도 비슷한 효과를 누리고 있다. 삼성SDI는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 BMW의 'i4', 'ix'와 같은 모델들에 배터리를 납품해왔다. BMW의 가장 대표적인 전기차 배터리 공급사가 삼성SDI다. BMW와의 관계가 삼성SDI의 브랜드 이미지에 긍정적 영향을 줘왔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슈퍼카 혹은 럭셔리카와 협업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모두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전기차 생산 방침을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르쉐는 2030년부터 전기차 판매 비중을 80%로 늘린다. 페라리와 벤틀리는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람보르기니도 순차적으로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배터리 공급에 있어 '장기적인 관계'가 중요하지만, 슈퍼카·럭셔리카와의 관계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며 "슈퍼카·럭셔리카와 관계가 길수록 자연스럽게 마케팅 효과도 배가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