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서바이벌'이 반면교사 삼아야 할 '피지컬: 100'의 잡음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 100'은 국내 예능물 최초로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비영어 TV쇼 부문 1위를 달성했다. 이로 인해 'K-예능' 특히 'K-서바이벌'에 대한 글로벌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방송이 종료된 이후 '피지컬: 100'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른 'K-서바이벌'은 '피지컬: 100'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을 수 있을까.


가장 강력한 피지컬을 가진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해 최강 피지컬이라 자부하는 100인이 벌이는 극강의 서바이벌 게임 예능으로 화제를 모은 '피지컬: 100'은 지난달 21일 우진용의 우승으로 종료됐다. 그러나 우승자 발표 이후 장비 문제로 결승전이 여러 차례 치러지며 우승자가 바뀌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던 정해민은 침묵을 깨고 "우진용의 항의와 음향 문제 등으로 두 차례 경기가 중단됐다"며 "(세 번째 재경기에서) 힘이 떨어져 결국 당겨지지 않았고 내가 졌다. 힘이 빠진 상황이 방송에 포함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제작진은 '참가자는 편집에 관여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후 사정을 빼고 허무하게 진 것처럼 나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경기 초반 오디오 이슈 체크와 참가자들의 의견 청취를 위한 일시 중단과 재개가 있었을 뿐, 종료된 경기 결과를 번복하는 재경기나 진행 상황을 백지화하는 일은 없었다"고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이후 제작진이 공개한 타임라인에 따르면 장비 이슈로 인해 줄을 다시 감았고 그전까지 앞서 있던 정해민의 줄을 일부 자른 채 재경기가 펼쳐졌다. '진행 상황을 백지화하는 일은 없었다'는 제작진의 해명과는 조금은 다른 부분인 것이다.


출연자들의 논란도 제기됐다. '피지컬: 100'에서 4번째 스테이지까지 갔던 김다영은 학폭 논란에 휘말렸다. 이에 김다영은 과거 폭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갈취·폭행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또한 출연자 중에 특수 폭행 혐의로 입건된 국가대표 출신 A씨와 협박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발레리노 출신 B씨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출연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제작사 아센디오가 "'피지컬: 100' 공동제작사인 루이웍스미디어를 상대로 계약위반 및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과 관련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기획·개발에 참여하고 공동제작사로 크레디트에 상호를 명기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아센디오와 초기 기획비를 투자한 것은 맞지만 제작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는 루이웍스미디어의 주장이 상충되며 결국 법정 싸움으로 간 것이다.


승부에 개입하는 제작진과 논란이 있는 출연자.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가장 나오지 말아야 할 두 가지가 동시에 터져 나온 셈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주는 가장 큰 묘미는 승부에 있다. 그리고 승부는 예측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쾌감을 준다. 그러나 제작진이 어떻게든 승부에 개입하는 순간 그 흥미는 반감된다. 또한, 여러 이유로 프로그램에 참여해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에 시청자는 쉽게 몰입하게 된다. 그러나 그 참가자가 논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시청자들의 허탈함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또한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프로그램이 제작사 표기를 두고 법정다툼을 벌이는 모습 역시 프로그램의 흥행을 방해하는 요소다.'

/사진=넷플릭스

피지컬: 100'의 성공 이후 넷플릭스에서는 다양한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 그 열기를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최강의 전투력과 치밀한 전략을 갖춘 여성 24인이 팀을 이뤄 미지의 섬에서 부딪히는 생존 전투 서바이벌 '사이렌: 불의 섬', '더 지니어스'·'대탈출'을 연출한 정종연 PD의 새로운 두뇌 서바이벌 '데블스 플랜' 등이 기다리고 있다. 다른 OTT 역시 마찬가지다. 티빙은 디저트 예능 '더 디저트'를 상반기 공개할 예정이며 웨이브는 MBC와 공동제작한 '피의게임 시즌2'를 준비 중이다.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피지컬: 100'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주의 깊은 노력이 필요하다. 승부 그 자체를 즐길 수 있게 공정한 게임은 진행하는 것은 기본이다. 출연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도 필요하다. 비연예인이 출연하는 경우 더더욱 그렇다.


'피지컬: 100'은 신선한 소재와 담백한 연출로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사랑받으며 'K-서바이벌' 역시 전세계에 먹힐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이후 벌어진 여러 논란은 그 뒷맛을 씁쓸하게 했다. 추후 공개될 'K-서바이벌'에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간 보여준 다양한 'K-서바이벌'은 이러한 선입견마저 깨부술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피지컬: 100'의 흥행으로 주목을 받은 'K-서바이벌'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파이를 넓혀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