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도 실력", 6연패 후배들 향한 '푸른피 전설'의 쓴소리 [★오키나와]

3일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볼파크에서 훈련 후 인터뷰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한이 코치. /사진=안호근 기자

"스프링캠프만 지나가면 좋은 결과가 많을텐데..."


연습경기 6연패.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에 감독과 코치진은 괜찮다고 했지만 선수들은 주눅이 들었다. 후배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된 '영원한 삼성맨' 박한이(44) 삼성 라이온즈 코치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한이 코치는 3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볼파크에서 훈련을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결과물이 안 나와서 그렇지 잘 돌아가고 있다"며 "어차피 결과는 시즌에 돌입해봐야 알 수 있다. 선수들이 만족은 못하는 것 같다. 시범경기에 들어가면 서서히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일본에서 치른 연습경기에서 전패 중이다. 몸 상태를 일찍 끌어올리는 일본팀들과 결과엔 큰 의미를 담기 어렵지만 최근 치른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도 패하자 내·외부적으로 분위기는 더욱 안 좋아진 상황. 그러나 박 코치는 선수들에게 당당히 어깨를 피라고 주문했다.

박 코치는 "선수들에게 주문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타이밍부터 해서 수정할 게 있는 선수들은 마무리캠프부터 지금까지도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며 "아직 스스로는 그 변화에 대해 잘 못 느끼는 것 같다. 지쳐서 더 그런 것도 있다. 스스로 좋은 이미지를 만들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결과가 안 나오니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주눅이 드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역시절 19시즌 내내 삼성에서만 뛰었던 박 코치는 통산 타율 0.294 2174안타 146홈런 906타점 1211득점 등으로 맹활약하며 우승반지만 무려 7개를 낀 삼성의 '전설'이다. 다소 매끄럽지 못했던 은퇴 이후 팀을 떠나 있었지만 팬들은 삼성 레전드의 현장 복귀를 기다렸고 지난해 친정팀 코치로서 현장에 복귀했다.

선수들의 타격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박한이 코치(오른쪽 끝)와 이병규 수석코치(왼쪽 첫번째), 박진만 감독(왼쪽에서 3번째). /사진=안호근 기자

박한이 코치는 현역시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결국 왕조 건설에 이바지했다. 그러나 지금의 삼성은 그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왕조 붕괴 이후 5년 연속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고 2021년 타이브레이크(1위 결정전)까지 갈 정도로 반등하는가 싶더니 지난해 다시 7위로 추락했다.

왕조 재건이라는 특명을 받고 코치로 돌아온 그는 지도자로서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해 8월 1군 콜업 이후 팀 타율이 0.301로 반등하는 등 짧은 시간이지만 타격코치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더 큰 발전을 위해선 힘든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 그렇기에 선수들이 긍정적인 마음으로 지금의 힘든 과정을 잘 견뎌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야구장에서 웃으면서 즐기라고 강조한다. 스프링캠프는 힘든 시기"라는 그는 "특히 우리 팀이 연습량도 많은데 선수들이 힘든 걸 내색하지 않고 잘 견뎌주는 건 고마운데 좀 더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언제든 힘든 고비는 올 수 있다. 웃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면 좋겠다. 팀이라는 게 수비나 공격이 안 되면 우울해지만 그걸 내색하다보면 동료들에게 피해를 준다"며 "그런 멘탈, 마인드컨트롤적인 부분도 실력이다. 힘들고 다운되는 걸 숨길 줄도 알아야 팀이 잘 굴러간다. 분위기가 처져 있으면 안 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강민호(38), 오태곤(32) 등 고참 선수들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박 코치는 "팀 분위기가 처져 있으면 나서서 파이팅도 외쳐주고 고참들도 재밌게 하려고 하니 밑에 선수들도 따라가주면 좋겠다"며 "고참 역할이 중요하다. 그에 따라서 밑에 선수들이 기가 죽느냐 사느냐가 달라진다. 고참들이 활력소가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의 강행군은 이어진다. 이날 일본프로야구(NPB) 전통의 강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격돌한다. 상대는 일본 최고 투수 중 하나로 사와무라상 2년 연속 수상을 했던 스가노 도모유키를 선발로 내세웠다. 박 코치의 주문대로 삼성 선수들이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앞세워 극복해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