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경상수지 적자…'상저하고' 반등 언제쯤?

지난 1월 경상수지가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하면서 한국 경제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역대급 수출 부진에 상품수지 적자는 사상 최대인 70억달러를 넘어섰다. 여행수지 적자 규모도 전년 대비 3배가량 늘어나며 경상수지 적자폭을 키웠다.

상반기에도 수출 부진이 이어지며 당분간 경상수지는 흑자와 적자를 오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1월 일시적인 무역수지 적자 영향이 크게 미친 결과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흑자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본다. 연간 기준 200억달러대 흑자를 달성할 것이란 목표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1월 경상수지는 45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2억2000만달러) 적자에서 12월 26억8000만달러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1월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최대 적자다.

수출 감소 등으로 상품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치(-74억6000만달러)를 기록한 영향이다. 실제 지난 1월 수출은 480억달러로 1년 전(563억8000만달러)보다 14.9%(83조8000억달러) 급감했다. 주력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같은기간 110억2000만달러에서 62억4000만달러로 43.4% 쪼그라든 영향이 컸다.


반면 1월 수입은 554억6000만달러로 1년 전(548억4000만달러) 대비 1.1%(6억2000만달러) 늘어났다.

수입은 늘고 수출은 크게 줄어들면서 상품수지는 74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역대 최대 적자 규모다. 특히 상품수지는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1996년 1월부터 16개월 연속 적자를 낸 이후 처음이다.

한국 경제의 고질병으로 지목되는 서비스수지 적자 현상도 심화했다. 지난 1월 서비스수지는 32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8억3000만달러) 대비 적자폭이 크게 확대됐다. 코로나19(COVDI-19) 방역조치 완화 이후 해외여행이 늘며 여행수지 적자가 같은 기간 5억5000만달러에서 14억9000만달러로 증가했다.

수출 부진에 상반기 경상수지 부진 이어질 듯

이동원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이 10일 국제수지(잠정)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한은

문제는 앞으로 상황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0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5% 감소했다. 반대로 수입은 같은 기간 3.6% 증가한 554억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무역수지는 53억달러 적자로 지난해 3월 이후 12개월 째 적자 행진 중이다.

경상수지에서 상품수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2월 경상수지도 흑자전환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2월 들어 통관 기준 무역수지 적자가 1월 대비 상당폭 줄었다"며 "반도체 수출이 여전히 부진하지만 2차전지, 승용차 등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등 2월 경상수지는 균형수준에 가까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한은은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적자 규모를 44억달러로 전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는 한동안 대외여건에 따라 월별로 흑자와 적자를 오가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올해 200억달러대 경상수지 흑자 전망"…'본원소득수지' 기대도정부는 경상수지가 대외건전성의 핵심 척도인 만큼 안정적 흑자기조 유지에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경상수지는 나라의 수입과 지출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다. 경상수지 적자로 국내로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지면 원화가치는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은 상승 압박을 받는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를 높여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부추기는 등 경제 성장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은은 이르면 4월부터 경상수지 흑자 모멘텀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3월부터 에너지 수요가 줄며 수입 여건이 개선되고 4월 이후부터 중국 단체관광객의 여행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 부장은 "1~2월 월평균 에너지 수입비용이 170억달러를 상회했는데 3월부터는 에너지 수요가 줄기 때문에 상당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또 4월 말부터 중국 노동절 연휴가 시작되기 때문에 대규모 단체 관광객이 많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경상수지 버팀목 역할을 하는 본원소득수지에 거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본원소득수지는 임금·배당·이자 등의 유출입을 나타내는 지표다.지난 1월 본원소득수지는 63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18억7000만달러) 대비 45억1000만달러 급증했다.
국내기업의 해외현지법인 대규모 배당과 지난 1월부터 해외에서 발생한 이익을 국내로 송금할 때 법인세 혜택을 주는 '익금불산입제도'가 도입된 영향이다.

이 부장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상품수지 흑자를 기록하며 기업들이 해외투자를 꾸준히 해왔고 통계를 보면 2011년부터 본원소득수지가 플러스로 돌아섰다"며 "본원소득수지 (흑자) 증가가 꾸준히 이어지는 상황으로 상품수지 적자를 상당 부분 완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올해 경상수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200억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2월은 1월보다 무역적자가 상당폭 축소된 만큼 경상수지가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전체로는 상반기에 배당금 지급 등 변동성이 있겠지만 연간 200억달러대 경상수지 흑자가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