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교별 기초학력 평가 결과 공개..일제고사 부활?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10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16회 임시회 제5차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뉴스1

앞으로는 서울 학교들의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가 공개된다. 현재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는 학교별로 관리되며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학교를 서열화하는 '일제고사'가 사실상 부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의회는 10일 임시회 마지막날 본회의를 열고 서울교육 학력향상 특별위원회(학력향상특위)가 제안한 '서울특별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재석의원 85명 중 찬성 56명, 반대29명으로 통과시켰다.


이날 통과된 조례안에 따르면 서울시교육감은 학교의 장이 시행한 기초학력 진단검사의 지역·학교별 결과 등을 공개할 수 있게 된다. 또 진단검사 시행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그 결과를 서울시의회 소관 상임위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현재 서울 각 학교에서는 매 학년마다 학교장 선택에 따라 기초학력 진단을 받고 있지만 결과는 학교별로만 관리되며 외부에 공개하고 있지 않다. 서울시교육청은 도움이 필요한 학습지원대상학생에게 개별 맞춤형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례안이 통과되며 지역·학교별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가 공개될 경우 지역 또는 학교 간 학습 격차를 부각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지난해 초·중·고등학생의 사교육비가 총 26조원에 이르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이같은 과열 양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박강산 민주당 시의회의원은 이날 본회의 조례안 반대토론에서 "학교 서열화를 가속해 사교육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며 "무한 입시경쟁으로 인한 비인간적 학습 환경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오랜 과제임에도 과거 우열반의 망령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학교 간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례안 13조에는 '교육감은 기초학력 진단검사 실시, 기초학력 진단검사의 결과 공개 등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이바지한 사람 또는 학교에 대해 포상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앞서 2009년 서울시교육청은 학업성취도 결과를 교장·교감 평가에 반영하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박은경 서울교육단체협의회 대표는 "10년 전에는 기초학력평가 점수를 잘받기 위해 초등학생들이 오후 8시까지 학교에 남아 문제 풀이를 했다"며 "당시에는 학력평가 결과를 의식해 학교 차원에서 장애 학생을 학력평가 실시 당일에 등교하지 못하게 하는 등 차별적인 교육 행태가 있기도 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중학교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한 교사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정책은 이미 시행되고 있지만 현장의 관련 업무 부담이 이미 크다"며 "우리 학교는 지역 특성상 다문화 가족 학생들이 많은데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높으면 지역과 학교가 낙인이 찍힐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국가에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에 대한 평가와 자료는 필요하지만 전체가 아닌 표집 대상으로 실시하면 된다"며 "무엇보다 이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야 학력 수준을 평가한다는 정책의 의미를 살리고 (경쟁 과열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