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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사고 못 막아도 줄연임...일 안한 사외이사, 책임 커진다

머니투데이
  •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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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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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금융사 사외이사, 그들은 '예스맨'인가(上)

[편집자주] 금융회사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을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독립성이 약하고 잇속만 채우면서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문가답게 조언을 하는 사외이사도 많지만 실제 경영에 반영되는 경우는 드물다. 4대 금융지주의 2022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통해 금융사 사외이사들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단독]금융사 CEO 추천에 외부인사 투입·사외이사도 형사처벌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
정부가 금융지주 이사회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외부 인사를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관련 법률을 개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외이사가 져야 하는 책임도 강화한다.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독립과 견제 기능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 이같은 내용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개정안에는 현재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임추위에 외부 기관에서 파견하는 인사도 참여하도록 하는 등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 학계 등과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TF는 지난 1월 금융위의 올해 업무 계획에 명시된 '금융사 임원 선임 절차의 투명성' 제고에 방점을 찍었다.

현행 지배구조법은 임추위 구성 방식을 최대한 자율로 보장하고 있다. 임추위원을 3명 이상으로 한다는 규정이 사실상 전부다. 이에 임추위는 개별 이사회가 내규에 따라 구성한다. 한때 임추위에 CEO(최고경영자) 등 사내이사가 포함되기도 했지만 현재 4대 금융지주 모두 임추위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그럼에도 '셀프 연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사 CEO 입김이 작용한 사외이사가 해당 CEO를 재추천해서다. 사외이사 선임에 금융사 CEO 입김이 반영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추위원의 자격 등을 명시해 신뢰할 수 있는 외부 기관에서 파견한 인물을 임추위에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는 안이 (개정 작업에서) 거론됐다"며 "사외이사의 비율 등도 법으로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또 대규모 횡령 등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금융사 CEO와 임원뿐만 아니라 이사회 사외이사들 역시 포괄적 책임자로 지정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는다.

구체적으로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 업무를 이사회가 감독하도록 명시할 예정이다. CEO에게 내부통제 의무 이행 현황 등을 보고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이사회에게 부여한다.

개정안에 의해 사외이사들은 내부통제 의무를 소홀히 할 경우 벌금을 물거나 감옥에 가는 등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TF 관계자는 "상법 분야에선 사외이사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미 있었다"며 "'사모펀드 사태', 횡령 등을 계기로 금융사 지배구조법에도 이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외이사는 업계 정점 명망가"…자문 역할 '톡톡'



금융 사고 못 막아도 줄연임...일 안한 사외이사, 책임 커진다

사외이사를 향해 '거수기' 논란 등 비판이 많지만 전문성을 지적하진 않는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면면을 보면 개별 분야 정점에 있는 명망 있는 인사들이다. 사외이사의 경영 자문도 뛰어나다. 다만 사외이사의 제안이 금융사의 의사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구조는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2022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까지 혹은 지난해 내내 이사회에서 활동한 사외이사 총 36명 가운데 13명은 은행, 증권사, 협회 등에서 대표를 지낸 시장 전문가들이다. 12명은 서울대·오사카상업대 등 유수 대학의 전·현직 교수, 7명은 금융·재정·통화당국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검사·변호사 등 법조계는 4명이다.

금융지주에 따르면 주요 추진 사업, 경영 전략 등은 반드시 사외이사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 일부 사안은 사외이사들의 결의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사외이사의 자문 역량이 발휘된다. KB금융의 사례를 보면, 검사 출신 정구환 사외이사는 생명보험사 통합 추진·자체정상화계획 수립 과정에서 그룹 현안을 점검해 법률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신한금융 이사회는 신한금융이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해 지난해 7월 출범한 신한EZ손해보험 대표이사로 손해보험업과 디지털업 모두에서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를 적극 영입했다. 삼성화재 출신으로, 보험업계에서 IT 전문가로 알려진 강병관 대표다. 지난해 11월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에 불안정성이 생겼을 때는 내부 유동성 관련 시스템·프로세스를 점검하라고 경영진에 요구했다.

전문가들도 사외이사의 역량은 검증돼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사 사외이사는 리스크, 법률 부문 등 매우 전문적인 분야를 다루는 소수의 고급 인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사외이사가 자신이 소속돼 있는 금융사에 제대로 기여를 못한다면 좁은 '사외이사 노동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사외이사들의 목소리가 금융사 경영에 제대로 반영되는 지는 미지수다. 특히 사외이사 제도의 '꽃'으로 꼽히는 대표이사 선임·해임 권한은 금융권에서 유독 약해보인다. 정부 입김이 인사 시즌마다 개입하고, '낙하산' 인사가 갑자기 대표로 임명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차기 지주 회장 인선을 마친 한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이같은 '관행'에 회의를 느끼고 자진사임했다.

이에 이사회 제도에 대한 전면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온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사외이사 제도의 본질적인 문제는 이사회 자체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라며 "이사회에 명확한 견제 기능을 보장하지 않으면 한국 이사회는 계속 겉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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