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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들의 금고' 크레디트스위스 비상…리먼 사태 데자뷔?

머니투데이
  • 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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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1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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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런에 CS 장중 주가 30%↓ 시장 '패닉',
스위스 중앙은행서 500억 스위스프랑 조달…
"2008년 위기 때보다 유럽 은행 체질 강해"

크레디트스위스 기업 로고/사진=로이터통신
크레디트스위스 기업 로고/사진=로이터통신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불똥이 크레디트스위스(CS)로 튀자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CS가 그간 경영난을 겪긴 했지만 전세계 자산가들의 '금고' 역할을 해온 글로벌 투자은행(IB)이다. 충격의 여파가 중소은행인 SVB와는 비교할 수 없이 클 수 있다.

167년 전통의 뼈대 있는 IB에 유동성 위험이 닥치자 2008년 금융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S와 스위스 국립은행(SNB)은 중소은행인 SVB와는 비교 대상이 안 된다며 일축했고, 전문가들도 대체로 리먼 사태 때와는 다르다는 입장이나 예단하긴 어렵다.


실리콘밸리에서 스위스로 튄 불똥… CS 주가 장중 30%↓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증시에서 CS 주가는 장중 30.8%까지 빠졌다가 스위스 당국의 유동성 지원방침 발표 이후 24.24%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5시간 동안 시장가치의 4분의 1이 날아갔다. 이날 뉴욕거래소에서 CS의 ADR는 13.94% 하락 마감했다. 미국의 금융주 섹터는 2.9% 하락했다. 안전 자산으로 쏠리면서 채권시장에선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0bp이상 급락해 3.46%로 빠졌다.

CS는 전날 연례 보고서를 통해 작년 회계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고 고객의 자금유출이 아직 계속되는 상태라고 발표해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이어 최대주주인 사우디 국립은행이 추가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미국의 SVB 파산 후 확산된 불안감이 자산 규모 5000억 달러(약 656조원)의 유럽 대표 은행으로 전이된 것.

크레디트스위스 홍콩 본사 전경/사진=로이터통신
크레디트스위스 홍콩 본사 전경/사진=로이터통신
CS는 결국 스위스 중앙은행에 'SOS'를 쳤고 SNB는 자금지원을 약속했다. 16일 CS는 단기유동성을 조달하기 위해 SNB로부터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약 70조6625억원)을 차입한다고 공식 밝혔다. 실리콘밸리 기술기업 중심의 SVB와 달리 CS가 무너지면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이 엄청나다. SNB가 발 빠르게 구원투수로 나선 이유다. CS는 체질강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며 SVB 파산으로 불거진 건전성 논란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CS의 1년 신용부도스왑(CDS) 가격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CDS 프리미엄은 채무불이행에 대비해 1년 간 채권을 보장하는 비용이다. 14일 CS의 CDS 호가는 부도를 확신하는 수준인 3000bp를 넘어섰다. 블룸버그의 집계에 따르면, SVB 파산 이후 이번 주 전체 CDS 거래량은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재현? 글쎄…


CS의 위기가 2008년 리먼 사태의 악몽으로 재현될까. CS는 리먼 브러더스나 SVB와 달리 중앙은행의 대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유동자산이 상당하고 자산 구조도 급격한 금리변동에 다른 은행들보다 덜 민감한 편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4일 미국 은행전체에 대한 전망을 낮추면서도 유럽에 대한 신용 전망은 유지했다.

CS는 특히 지난해 10월 최악의 예금 인출을 경험한 뒤 추가적인 예금 인출에 대비해 자금을 확충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인 폴 J. 데이비스에 따르면 CS는 예금과 다른 은행들로부터 빌린 돈의 절반가량을 되돌려 줄만한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CS의 CEO인 울리히 코너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한 달 이상의 대규모 자금 유출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날 중앙은행까지 긴급히 나서면서 국내 증시는 초반 급락세를 딛고 코스피는 0.08% 하락, 코스닥은 0.1% 상승 마감하는 등 투자자들도 안도하는 반응이었다. 유럽증시에서 CS도 장 초반 20% 넘게 급반등 중이다.

크레디트스위스 뉴욕 본사에서 보이는 기업 로고/사진=로이터통신
크레디트스위스 뉴욕 본사에서 보이는 기업 로고/사진=로이터통신
전문가들은 위기의 확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2008년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밴티지포인트 자산관리 최고투자책임자 니콜라스 페레스는 "이번 사태는 신용(credit) 위기가 아니라 자산(asset) 위기"라며 "지금 드러난 문제는 벤처캐피탈, 사모펀드, 상업용 부동산 자산에 대한 시장 환상에 대한 문제"라고 밝혔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조나스 골터만도 CNN에 "SVB 같은 미국의 소규모 은행과 달리 유럽연합(EU)나 영국의 은행, 미국의 대형은행은 기본적으로 규제기준이 더 높다"고 말했다. 웰스파고의 매크로 전략가인 마이클 슈마허 팀도 "오늘날 경제 및 금융 펀더멘털은 2008년보다 훨씬 강하다"고 밝혔다.


장기 금융완화의 대가는 불가피… 연준 금리 향배 '촉각'


글로벌 금융 위기로 확산되지 않더라도 장기간 누려온 금융 완화의 대가를 치르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의 수장인 래리 핑크는 투자자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을 통해 레버리지를 활용한 지방 은행이나 투자회사가 SVB와 같은 처지에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SVB 파산에 따른 신용 불안과 추가 피해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래리 핑크 CEO는 "현재로선 신속하고 단호한 당국의 조치가 불안의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평가하면서 시장은 여전히 긴장상태에 있다고 했다. 또 1980년대 말 터진 미국 저축대부조합 붕괴 사태를 언급하며 "일부은행이 재무건전성을 위해 대출을 자제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기업들은 은행보다 자본시장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SVB에서 CS로 확산된 유동성 위기에 다음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여부를 두고 트레이더들의 의견은 팽팽히 갈리고 있다. 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비율이 50%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방향을 선회해 연말까지 금리를 1%까지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유럽증시 상황을 추가했습니다(오후 5시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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