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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붙이고 어떻게…라면 60년, 안 바뀌는 건 입맛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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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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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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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환갑 맞은 K라면(下)

[편집자주] 한국 라면은 1963년에 태어났다. 올해 환갑이다. 라면은 도전의 상징이다. 86 아시안게임 육상 3관왕 임춘애는 '라면소녀'가 됐고, 영화 '넘버3'의 송강호는 라면만 먹고 챔피언이 된 권투 홍수환을 빗대 헝그리정신을 강조했다. 이성에 고백할 때 "라면먹고 갈래?"만큼 일반화된 멘트가 또 있을까. 라면 도전정신은 해외로 옮겨졌다. '파이어 누들 챌린지'를 계기로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한국 라면의 60년 도전사를 되짚어봤다.


'서민 식품' 라면의 속앓이...공공요금보다 가격 올리기 더 어렵다


'서민' 붙이고 어떻게…라면 60년, 안 바뀌는 건 입맛뿐이 아니다
먹거리 중에 '서민' 수식어를 단 상품들이 있다. 소주와 라면이 대표적이다. 서민 식품은 친근함을 주지만 그만큼 가격에 민감하다. 얼마전 소주가 '서민 술'이란 이유로 가격인상에 실패했다. 라면도 마찬가지다. 원자잿값이 올라도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 업계에서 "공공요금보다 올리기 힘든 게 라면값"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가격 지표로도 확인된다. 라면은 버스비 등 공공요금은 물론 자장면 등 다른 외식비와 비교해 지난 60년간 가격 상승률이 현저히 낮다.

■ 60년 전 버스비 2배였던 라면값, 아직도 1000원 미만…가격 못 올리는 이유

1963년 국내에서 처음 판매된 삼양라면 1봉지 가격은 10원이었다. 당시 시내버스 기본구간 이용료 5원보다 2배 높았다.

60년이 지난 현재 삼양라면 가격은 768원으로 버스 기본요금 1200원(카드 이용 시)보다 432원 저렴하다. 이마저도 지난해 말 가격을 9.3% 올려 좁혀진 것이다. 올해 하반기 버스 기본요금이 200~300원 오르게 되면 라면값의 2배가 될 수 있다.

라면은 이 기간 다른 품목과 비교해도 가격 인상 폭이 작다. 1963년 25원이었던 짜장면은 올해 2월 평균 가격이 6723원(서울 기준)으로 269배 올랐다. 1갑에 13원이었던 담배는 4500원으로 346배 뛰었다.

껌, 과자 등 제과류도 이제 1000원 이하 제품을 찾기 어렵다. 식당에서 파는 냉면값은 1만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2261달러(원화 기준 4220만3000원)이고, 누적된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라면은 다른 품목과 달리 거의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 사실상 '가격 통제' 품목이었던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에는 이례적으로 가격을 내리기도 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매대에 라면이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스1
서울의 한 대형마트 매대에 라면이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스1

■ 가격 통제에 신제품과 수출로 활로…라면은 한국이 가장 저렴

라면 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게 어렵다고 보고, 기존 상품과 차별화된 신제품을 만들어 수요층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농심이 1982년 출시한 국내 최초 해물우동 라면 '너구리'는 당시 경쟁사 제품보다 2배 높은 200원대 가격을 책정했다. 그런데도 출시 두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고, 1983년에는 매출 150억원을 돌파했다. 이제는 매년 1000억원 넘게 팔리는 파워 브랜드가 됐다. 1984년 출시한 '짜파게티'도 기존 제품보다 비싼 200원대 가격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지난해까지 약 87억5000만개가 팔렸으며 매년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해외로 판매처를 넓혀간 것도 라면 업계의 생존 방식이었다. 라면 수출은 1969년 시작돼 일반 공산품이나 제과류에 비해 수출 시기가 빠른 편이다.

라면은 더 이상 내수용 상품이 아니다. 해외 매출이 국내를 넘어선 지 오래다. 단일 브랜드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신라면은 2021년 총매출 9300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5000억원이 해외 시장에서 비롯됐다.

이런 결과는 수출량 증가와 맞물려 해외 라면 판매가격이 국내보다 높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일례로 현재 국내 대형마트에서 1개당 820원에 파는 신라면은 미국에서 1~1.5달러(약 1300~1950원), 중국에서 5.5위안(약 1030원) 수준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판매 제품의 출고가격이 국내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최근 K푸드 인기에 힘입어, 라면 수출국은 확대되는 추세다. 이미 수출국이 100여 곳에 달하는 제품도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 입맛' 안바뀌네...라면 60년간 1위 제품은 단 3개뿐




'서민' 붙이고 어떻게…라면 60년, 안 바뀌는 건 입맛뿐이 아니다
환갑을 맞이한 국내 라면시장에서 그동안 수많은 신제품이 나왔다. 하지만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30년 넘게 잘 팔리는 스테디셀러도 있지만, 출시 3년 이내 단종된 제품도 수두룩하다. 깐깐한 소비자들은 입맛에 맞지 않으면 재구매하지 않는다. 그동안 국내 라면 시장에서 1위를 해 본 제품이 단 3개 뿐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국내 판매 1위 삼양라면→안성탕면→신라면 …80년대 라면시장 황금기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은 지난 60년 간 삼양라면, 안성탕면, 신라면 3개 뿐이다.

1963년 국내 최초로 출시된 삼양라면은 1986년까지 20년 넘게 부동의 1위였다. 후발 주자인 농심은 1983년 출시한 안성탕면으로 추격에 나섰다. 안성탕면은 출시 4년 만인 1987년 처음으로 판매량 1위로 올라섰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1991년 매운맛 인기에 힘입은 신라면에 1위 바통을 넘겨줬다. 신라면은 지난해까지 32년째 1등 라면을 지키고 있다.

신라면은 30년 넘게 1위 자리를 지키며 변화하는 소비자 입맛과 시장 트렌드를 반영했다. 농심은 2011년 신라면에 사골 국물을 입힌 프리미엄 제품 '신라면블랙'을 출시했다. 2014년엔 신라면 패키지 교체와 함께 수프의 맛과 면 식감을 개량했다. 2019년 면을 기름에 튀기지 않은 '신라면건면', 2021년 국물 없는 '신라면볶음면' 등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였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이 1986년 출시한 맛에 멈춰 있었다면 30년 넘게 꾸준한 사랑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980년대는 국내 라면시장 황금기로 불린다. 팔도비빔면(1984년) 짜파게티(1984년) 신라면(1986년) 도시락(1986년) 진라면(1988년) 등 지금도 매출액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히트상품들이 대부분 이 시기에 출시됐다.
'서민' 붙이고 어떻게…라면 60년, 안 바뀌는 건 입맛뿐이 아니다

■ 국내 지역별 인기 상품 온도차…불닭볶음면과 도시락은 해외에서 더 인기

현재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1위는 신라면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9.8%를 차지했다. 이어 짜파게티(6.5%) 안성탕면(4.8%) 진라면매운맛(4.4%) 육개장사발면(4.4%) 순이다.

다만 지역별로 인기 상품은 다소 차이가 있다. 신라면은 충북지역 판매 점유율이 12.3%로 가장 높은데 점유율 2위 짜파게티 판매량의 2배에 달한다. 된장 맛 베이스의 안성탕면은 경남지역에서 판매 점유율이 9%로 신라면(7.6%)보다 높다. 진라면은 서울(4.5%) 경기(4.7%) 충북(4.5%)에서 다른 지역보다 잘 팔린다. 육개장사발면은 강원(5.5%) 충남(5.0%) 전남(5.2%) 등에서 판매 점유율이 더 높다. 삼양라면은 전남, 전북 지역에서, 팔도비빔면은 부산에서 판매량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비빔면 시장에선 팔도가 30년 이상 50% 이상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지키고 있다. 최근 농심 배홍동, 오뚜기 진비빔면 등 후발 주자들이 점유율 확대에 나서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분위기다.

라면기업으로 보면 국내 시장 1위는 농심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은 농심이 55.7%로 가장 높다. 이어 오뚜기(23.4%) 삼양식품(11.3%) 팔도(9.6%) 순이다.

국내에선 농심이 압도적이지만 해외 시장에선 특화 상품을 앞세운 경쟁사들이 약진하고 있다. 2012년 출시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출시 초반 "너무 매워서 도저히 먹기 어렵다"는 비난도 받았지만, 2016년 한 유튜브 콘텐츠의 '매운맛 챌린지' 영상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불닭볶음면은 출시 후 누적 판매량이 43억개인데 이 중 72%인 31억개가 수출 물량으로 집계됐다. 중국, 동남아, 미국 등에서 수요층이 많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팔도 도시락은 '러시아 국민라면'으로 불릴 정도로 현지에서 인지도가 높다. 러시아 선원과 보따리상을 통해 현지에 알려진 도시락은 1997년 팔도가 현지 사무소를 열면서 본격 판매에 나섰다. 2000년대 들어 현지 판매량이 매년 2억개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가 많다. 지난해 기준 러시아 용기면 시장 점유율이 60%에 육박하며 연 매출은 약 3000억원으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 식품 기업 중 가장 많다.

팔도 관계자는 "수출 초기부터 현지 소비자 취향에 맞게 부드러운 맛으로 개량했다"며 "1998년 러시아가 재정난으로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이후에도 현지에 남아 영업을 계속하면서 현지인들의 신뢰를 얻은 것도 매출 성장세가 이어진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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