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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플라스틱 연간 960만t…아직도 한국은 '손'으로 골라낸다

머니투데이
  • 최경민 기자
  • 세종=김훈남 기자
  • 이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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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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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플라스틱 순환경제(下)

[편집자주] 플라스틱 재활용은 '가면 좋은 길'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 됐다. 글로벌 규범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서다. 따르지 않으면 생수 한 병 사고 파는 것도 어려워진다. 페트병부터 비닐까지 모두 재활용 가능한 순환경제 생태계가 중요한 이유다.


플라스틱이 '원유'가 된다…'도시 유전'의 꿈, 9월이 분수령


③도시 유전

SK이노베이션이 개발 중인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재활용의 단계별 공정 /대전=이기범 기자 leekb@
SK이노베이션이 개발 중인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재활용의 단계별 공정 /대전=이기범 기자 leekb@

플라스틱 순환경제의 중요한 한 축은 '도시 유전' 사업이다. 더러운 폐플라스틱이나 비닐을 재활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여부는 빠르면 오는 9월 확정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SK지오센트릭,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현대케미칼 등 기업들의 열분해유 사업에 대한 실증특례를 진행하고 있다. 열분해유를 원유와 희석해 플라스틱의 원료인 납사(나프타)뿐만 아니라 휘발유·경유 등을 생산하는 정유 공정 원료로 활용해도 되는지를 따지는 과정이다.

이들 기업은 비닐이나 이물질이 많이 묻은 폐플라스틱을 300~800도 고온에서 가열해 일종의 '원유' 상태로 되돌리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비닐과 더러운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식으로 꼽힌다. 원유와 비슷한 상태가 된 열분해유는 납사로 재활용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제 과정을 거쳐 등유·경유·휘발유처럼 연료로 쓸 수 있다.

열분해유의 납사 제조 활용은 지난해 허용됐다. 환경부는 폐기물 관리법 개정을 통해 열분해유로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폐기·소각 신세를 면키 어려운 비닐이나 더러운 폐플라스틱을 다시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열분해유의 경우 '연료'로는 일종의 난방용 보조연료(등유)로만 소수가 활용해왔다. 열분해유를 경유, 휘발유 등을 만드는 과정에 폭넓게 활용하려면 품질 문제를 검증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차량 등에 쓸 때 안전성 등에 문제가 없는지를 당연히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부의 실증특례는 이같은 취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실증특례는 SK지오센트릭,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오는 9월까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케미칼은 내년 2월까지다. 이 결과를 보고 품질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 결론나면 석유사업법 개정 등의 과정을 거쳐 '도시 유전'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화학업계는 이같은 과정을 무리없이 거쳐, 열분해유 활용에 걸림돌이 없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에서만 연간 1000만톤에 달하는 폐플라스틱이 배출되고 이 중 70% 이상이 폐기·소각 신세를 못 면하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 유전'이 활성화되면 폐플라스틱 재활용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소수가 등유로만 알음알음 쓰던 열분해유를 정제과정을 거쳐 휘발유나 경유처럼 활용할 수 있다면 폐플라스틱 시장이 정말 '도시 유전'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폐기될 수밖에 없는 상태의 플라스틱을 화학적 재활용 과정을 거쳐 재자원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적·경제적으로 모두 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플라스틱 쓰레기, 아직도 '손'으로 선별한다고요?


④수거 및 선별부터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플라스틱 순환경제요? 수거 및 선별부터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가능합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 뛰어든 화학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은 이구동성 이같이 말한다. 수거 및 선별은 '플라스틱 순환경제' 생태계 마련의 첫 걸음이다. 그런데 아예 처음부터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문제의식이다.

19일 환경부 및 업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국내에 연간 960만톤(t)에 달하는 폐플라스틱이 배출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배달문화의 활성화 등 변수 때문에 이 수치는 더 올라갔을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서 단 230만톤(24%)이 재활용됐고, 380만톤(40%)은 고형연료, 290만톤(30%)은 소각, 60만톤(6%)은 폐기됐다. 76%가 태워지거나 버려졌단 뜻이다.

수거와 선별 과정부터 문제가 있다. 분리수거야 철저하게 이뤄지는 편이지만 수거 및 선별은 다르다. 전국 1만여개에 달하는 영세·중소 재활용 업체들이 '수작업'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분류·선별 과정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업계 관계자는 "업장에서 손으로 폐플라스틱을 일일이 선별하다보면 선별하지 못한 잔재물이 50~6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선별되지 못한 폐플라스틱은 결국 매립, 소각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자원의 낭비일뿐만 아니라, 환경오염도 유발한다.

해외에서는 혁신적인 사례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이나 분리수거를 대한민국 국민들처럼 성실하게 못하고 있지만, '기계화'로 혁신을 이뤄냈다. 미국 뉴욕의 '선셋파크 재활용시설(MRF)'이 대표적이다. 860만 뉴요커의 거주용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하는 곳임에도 직원은 115명에 불과하다. 로봇과 광학선별기 등 최첨단 장치로 쓰레기 선별의 자동화를 이뤄냈다. 독일, 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도 이런 수거·선별의 자동화에 팔을 걷고 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플라스틱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이 잘 갖춰지고 기계화·자동화가 된 업장에서는 잔재물이 10%밖에 안 나온다. 기술이 그 정도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자본을 투입해 수거 및 선별을 제대로 하면, 거의 90%에 달하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도 수거 및 선별 작업의 선진화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일단 직접적인 사업 진출은 불가능하다. 폐플라스틱 수거·선별의 경우 대기업의 진출이 법적으로 막혀있다. 대신 지자체와의 협력 및 스타트업 투자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한다. 대다수 지자체 역시 매립장·소각장 부족에 골머리를 앓고 있기에, 순환경제를 적극 밀어주는 모양새다.

최근 서울시는 주요 정유·화학 기업들과 순환경제 관련 협약을 체결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SK·LG·GS·HD현대 등의 계열사들이 대상 기업으로 거론된다. 서울시가 폐비닐, 더러운 플라스틱의 수거에 행정력을 발휘하고 기업들이 이를 열분해유로 활용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롯데케미칼은 성남시, 인천시와 협약을 체결해 주택단지, 학교 등에 폐플라스틱 수거기 설치 등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엔 지이테크놀러지와 업무협약을 맺고 화학적 재활용 페트 플레이크를 연 4만톤 공급받기로 했다. '프로젝트 루프(Project LOOP)' 활동을 통해 소셜 벤처 8개 업체와 협약을 맺고 폐페트병 수거 및 재활용에 나섰다.

SK지오센트릭은 화성시, 친환경 소셜 벤처기업 수퍼빈과 협력하고 있다. 수퍼빈은 친환경 수거 스테이션에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페트병, 캔 등을 자동으로 선별처리하는 로봇 '네프론'의 제작·운영을 담당하는 곳이다.

LG화학은 화성시 및 성지와 범용 플라스틱인 PVC(폴리염화비닐) 폐벽지 분리배출·수거·재활용 체계 구축에 나섰다. 화성시는 공동주택 내 발생한 PVC 폐벽지를 수거해 재활용 업체 성지에 인계한다. 성지는 폐벽지 종이층과 PVC 코팅층을 분리하고, LG화학은 이를 바닥재 등에 활용한다.
Project LOOP 소셜벤처 2기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좌측부터) 롯데케미칼 김교현 부회장, ‘이프랜트’ 조명래 대표, (뒷줄 좌측부터) ‘같다’ 고재성 대표, ‘팔월삼일’ 맹동주 대표, ‘임팩트스퀘어’ 김민수 이사/사진=롯데케미칼
Project LOOP 소셜벤처 2기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좌측부터) 롯데케미칼 김교현 부회장, ‘이프랜트’ 조명래 대표, (뒷줄 좌측부터) ‘같다’ 고재성 대표, ‘팔월삼일’ 맹동주 대표, ‘임팩트스퀘어’ 김민수 이사/사진=롯데케미칼



'더 비싼 플라스틱'의 시대 오는데…음료회사에는 '의무'가 없다?


⑤의무와 권고

(용인=뉴스1) 김영운 기자 =경기도 용인시재활용센터에서 투명 페트병이 수거 돼 있다. 2022.2.24/뉴스1
(용인=뉴스1) 김영운 기자 =경기도 용인시재활용센터에서 투명 페트병이 수거 돼 있다. 2022.2.24/뉴스1

폐플라스틱 재활용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정부도 조취에 들어갔다. 정부는 올해부터 페트(PET)를 연 1만톤 이상 생산하는 업체에 대해 재생원료 3% 사용 의무를 적용했다. 2030년까지 이 수치를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 규정의 강제성이 '생산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에게는 '권고'나 '인센티브 부과' 수준이다. 예컨대 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하는 A업체는 2030년까지 재생원료 30%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플라스틱병을 쓰는 음료업체 B에게는 이런 의무가 없다.

이런 규정이 경제논리에 어긋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활용 플라스틱 제품은 그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거, 선별, 세척, 분쇄, 화학작용, 열분해 등을 거치기에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경제성을 보완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지속되고 있지만, 현재보다 '더 비싼 플라스틱'은 정해진 미래다.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 의무가 사용자에게 부과되지 않는다면 이 기업들은 더 비싼 플라스틱 포장재를 외면할 가능성이 커진다. 음료업체 B 입장에서는 비싼 재활용 용기 대신, 값 싼 기존 플라스틱 용기를 택하는 게 자연스럽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기업의 선의에만 기대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전세계적으로는 사용자에 그 의무를 부과하는 게 추세다. EU(유럽연합)는 2025년부터 음료 페트병에 25%, 2030년부터 모든 플라스틱 용기에 30% 이상의 재생원료를 포함토록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등도 포장재에 대한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 의무 비율을 2025년 25%, 2030년 50%로 설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활용 플라스틱은 밸류체인을 고려할 때 기존 버진(virgin) 플라스틱보다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재활용 초기부터 물류비, 선별 비용부터 발생한다"며 "재활용 플라스틱이 시장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유럽 및 선진국과 같이 플라스틱 사용자의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비율 의무화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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