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은 하는 SK이사회 "경영진 스톡옵션 안건상정 NO"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서울=뉴스1) 허경 기자 =서울 종로구 SK 본사. 2020.8.25/뉴스1

SK그룹 지주사 SK㈜ 이사회가 경영진 대상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안건 주주총회 상정을 막았다. 성역에 해당하는 최고경영진의 보수와 관련해 '할 말을 한'거다. '거수기' 취급을 받던 이사회가 SK그룹 경영의 진정한 한 축으로 위상을 찾고 있다.

21일 오후 SK㈜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는 지난 6일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이사회 의장)이 진행한 이사회에서 오는 29일로 예정된 정기주총에 경영진 스톡옵션 부여 안건을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스톡옵션은 미리 정한 가격으로 해당 법인 주식을 매수할 수 있도록 부여하는 권리다. 경영진을 비롯한 임직원에게 기업가치 상승분을 분배해, 경영진이 주주가치를 잘 구현하도록 하는 보상 방안이며 책임경영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SK㈜는 2017년과 2020년 3월 주주총회서 사내이사인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장동현 부회장에 대해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행사 시점을 기준으로 약 1억5000만원 안팎으로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상징적 의미가 있었다. 다시 3년 후인 올해도 스톡옵션 지급안을 주총에 상정할것인지를 이사회서 논의했지만 부결됐다.

SK㈜에 따르면 이사회가 열린 6일 오전 진행된 이사회 산하 인사위에서는 스톡옵션 부여 안건을 놓고 토론이 전개됐다. SK㈜는 2021년 인사위를 신설하고 기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맡던 사외이사 후보 추천 기능과 대표이사 평가 및 교체 제안 권한을 줬다. 사내이사 보수도 사전 검토해 의견을 낼 수 있는 강력한 조직이다.

인사위에 이어 이사회서 논의를 이어간 끝에 이사회는 "급변하고 있는 경영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영진 보상 체계도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경영진 보상체계를 점검한 후 새로 보상시스템 운영 절차를 마련하기로 하고 스톡옵션 안건은 부결했다.

SK㈜ 이사회가 할 말을 한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이사회에서는 투자안건 보고를 간소화하자는 이사회 규정 개정 안건이 상정됐는데 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사회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 보다 투자관련 심의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거다. 사외이사들은 당시 SK㈜가 투자회사로 변신하기로 한 만큼 투자결정에 대한 이사회의 감시가 더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펼쳤다.

이사회는 3개월 뒤 다시 열린 회의에서 이사회 승인 필요 투자금액 기준을 기존 '자기자본 1.5% 이상'에서 '1% 이상'으로 변경했다. SK㈜ 관계자는 "개정 규정을 2017년 이후 투자에 적용해보면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투자 안건이 약 25%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또 2021년 8월 이사회에서는 기존 SK㈜가 투자했던 회사에 대한 추가투자 안건이 상정됐다.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나머지 이사진(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이 찬성하면서 안건이 가결됐다. 그룹 오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안건이 가결된 거다. 거수기로 지적돼 온 대기업 이사회에 대한 인식이 바뀔 만 한 사건이었다.

이사회 중심 경영은 최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2021년 초 이사회 권한을 키워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지배구조 혁신을 지시했다. 총수가 행사하는게 일반적인 CEO 인사권한을 이사회에 나눠주는 파격적 시도다.

SK㈜ 관계자는 "주주, 투자자, 고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공감하고 지지하는 수준으로 지배구조(거버넌스)를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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