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집값, 11년 만에 꺾였다…은행 연쇄파산 불안에 더 얼어붙나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주택 매매 안내판/ⓒAFP=뉴스1

미국 집값이 11년 만에 처음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한 데다 경기침체 우려까지 커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금융권 불안 사태가 집값 하락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 통계를 인용해 지난 2월 미국의 기존주택 중위가격이 36만3000달러(약 4억7500만원)로 2022년 2월과 비교해 0.2% 하락했다고 전했다. 전년 동월 대비 131개월 연속 상승세를 지속해 온 미국 집값이 하락 전환한 것은 2012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전월 대비 기준 주택 가격은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올 1월까지 7개월 연속 빠졌다. 집값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6월(41만3800달러·약 5억4100만원)과 비교하면 12% 이상 낮은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주택 평균가격이 비싼 서부와 북동부가 각각 5.6%, 4.5% 떨어지는 등 낙폭이 컸다. 반면 샌프란시스코·뉴욕 등 대도시로부터 이주 수요가 몰린 남부와 중서부는 1년 전보다 각각 2.7%, 5% 집값이 올랐다.

미국 주택 가격이 하락한 배경에는 연준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조치가 있다. 40년 만에 기록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놀란 연준이 지난해 7차례 연속 금리를 올리면서 이와 연동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한 것이다.


미국 주택담보대출업체 프레디맥에 따르면 2021년 2%대였던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금리형 모기지 금리는 지난해 7%대까지 뛰었다. 3월 16일 기준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는 6.6%로 다소 낮아졌지만 1~2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2~3배 높다.

올 2월 주택 매매 건수는 전달보다 14.5% 증가한 458만건을 기록했다. 따뜻한 봄 시즌을 맞아 주택 수요가 회복되긴 했지만, 주택시장이 뜨거웠던 1년 전과 비교하면 22.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시장 둔화는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주요 현상이라고 WSJ는 짚었다. 주택은 금리에 가장 민감한 경제 분야이고, 높은 주택 비용은 인플레이션과 직결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로이터=뉴스1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은행 등 금융시스템 전반을 뒤흔든 SVB 파산 사태가 집값 하락 추세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를 우려해 대출에 소극적인 자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미국 부동산 중개업체 질로우의 오르페 디분기 수석 경제학자는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는 소비자 불안, 주택 수요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융 부문의 신뢰가 무너지면 주택 시장에선 더 심각한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컨설팅 업체인 캐피털이코노믹스도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주택 가격 하락 전망 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