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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불편한 이름, 펀드를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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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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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 소비자들에게 가깝지만 불편한 이름 중 하나가 펀드(Fund)다. 금융계에서 인정하는 세계 첫 펀드는 1868년 영국에서 생겨난 '해외 식민지·정부 신탁(The Foreign Colonial & Government Trust)'이다. 현재의 펀드와 골격이 거의 같은 상품으로 영국 자본시장 형성에 크게 기여했다.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펀드는 1921년 '미국 국제 증권 신탁'(The International Securities Trust of America). 신생 기업들이 펀드를 통해 자금을 손쉽게 조달하며 단기간 폭발적인 성장을 구가했고, 이 과실을 투자자들이 누리면서 미국은 펀드의 천국이 된다.

한국도 역사가 상당하다. 1970년 한국투자개발공사가 1억원 발행한 '증권투자신탁'이 첫 펀드다. 그러나 한국의 펀드는 재테크 실패의 상징이라는 오명 탓에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됐다.

펀드시대 개막의 주역이었던 '바이 코리아' 펀드(1999년 현대증권-현대투신운용)가 대표적이다. 예금금리의 몇 곱절을 벌 수 있다는 마케팅과 외환위기를 견딘 한국기업의 부활을 믿는다는 애국심이 맞물려 반응이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4개월 만에 10조원 넘는 자금이 몰렸다. 당시 대치 은마아파트(1억5200만원, 102㎡) 6만6000여채 값이다. 1년 후 IT 버블이 꺼지고 부실기업 투자 및 주가조작 연루악재까지 나오며 펀드가 반토막 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후 2004년 적립식 펀드로 시장이 부활했는데 이번에는 대세상품이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 혼합형 펀드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며 반토막, 세토막 났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베트남 펀드도 눈물의 상품 중 하나였다. 사모펀드 시장에선 이탈리아 헬스케어, 라임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가 터졌다.

펀드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게 손실 때문만은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너무 많다. 증시가 강하게 반등한 2020년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30.8%와 44.6% 상승했는데 정작 펀드 수익률은 10%대에 머문 게 수두룩했다. 수수료는 그렇다쳐도 한 명의 펀드매니저가 수십개의 펀드를 운영하고, 하나를 여러 명이 돌려 맡는 뺑뺑이 운용도 뒷맛이 안좋다. 성과가 좋은 매니저들은 자산운용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금을 유치하려 마케팅 현장에 투입되곤 한다.

얼마 전 의미가 큰 펀드가 나왔다. 사모펀드만 운용하던 VIP자산운용이 공모펀드 시장에 뛰어들며 출시한 'VIP 더 퍼스트' 펀드인데, 사전예약까지 몰리며 출시와 동시에 300억원이 완판돼 버렸다. 펀드이익은 고객이 먼저 가져가고, 손실은 자산운용사가 먼저 보는 손익차등 형태의 펀드다. 원금의 10% 이내 손실은 VIP자산운용이 떠안는다. 이익의 15%까지는 고객이 먼저 취하고 이후 수익은 운용사와 나눠 갖는다.

사모펀드 가운데는 타임폴리오 자산운용이 2020년 손익 차등형 펀드를 선보인 바 있다. 3년간 20%대라는 나쁘지 않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신한자산운용이 펀드수익률에 따라 성과보수를 달리하는 펀드를 선보였다.

이런 펀드들이 큰 인기를 끄는건 수익률 때문이 아니다. 기저에 깔려있는 '신뢰'를 고객들도 느꼈기 때문이다. 운용사의 능력이 다르다 한들 절대 수익률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객들이 왜 모르겠나. 설령 손실이 나도 고객들이 운용사에 비난의 화살을 던지지 않을 것이다.
신뢰(信賴)라는 한자에는 '믿고 의지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영어 트러스트(trust)의 어원은 '편안함'을 의미하는 독일어(trost)에서 연유했다고 한다. 편안하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펀드가 더 많아지길 응원한다. 아울러 금융정책 및 감독당국에게도 작은 박수를 보낸다. 손익차등형 공모펀드는 2021년 정부가 출시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가 첫번째 상품이었다. 당시 상품을 설계하며 실무자들이 흘렸던 땀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다. 그때 뿌렸던 씨앗이 지금 발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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