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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아재의 건강일기] (22) 디스크 통증 '수술'은 멀리, '걷기'는 가까이<2>

머니투데이
  • 김고금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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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5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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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육체는 하루하루 배신의 늪을 만든다. 좋아지기는커녕 어디까지 안 좋아지나 벼르는 것 같다. 중년, 그리고 아재. 용어만으로 서글픈데, 몸까지 힘들다. 만성 피로와 무기력, 나쁜 콜레스테롤에 당뇨, 불면증까지 육체의 배신들이 순번대로 찾아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건강은 되찾을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와 함께한 지난 2년간의 건강 일기를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목 디스크와 허리 디스크 등 척추환자는 X레이나 MRI 등 정밀한 신체 투시 영상을 통해 쉽게 '수술'을 결정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판독 영상에 다 나와 있기 때문이다. 뼈가 부러진 흔적, 근육과 신경의 이상 징후 등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이를 방치할 경우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수술 절차를 밟는다.

이런 식으로 젊은 나이에 수술한 지인들의 얘기를 수없이 들었다. 나 역시 MRI를 통해 목 척추 6번이 신경을 과도하게 누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당장 수술을 통해 튀어나온 뼈를 자르고, 새 디스크로 '교환'하는 게 신체·정신적 안정을 위해 낫겠다는 판단이 앞섰다. 하지만 이 판단은 섣부르다. 영상이 아무리 정확하고 빈틈이 없어도 척추 촬영만큼은 '혼돈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혼돈? 이는 사진 판독과 실생활 고통의 비례성에 대한 얘기다. 사진으로는 뼈가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데, 실제 생활에선 하나도 통증을 못 느끼는 '정상인'이 있고 MRI 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일상에선 죽을 듯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있다. 그래서 단순히 사진 판독만으로 수술 여부를 결정할 수 없는 노릇이다.

디스크가 찢어지면 그 순간 고통이 최대치로 오른다. 정점을 찍는 고통 때문에 사람들은 바로 수술을 더 쉽게 받아들이는데, 이 순간을 어쨌든, 아무쪼록, 끝까지 버티는 인내가 요구된다. 일단 이 순간을 넘기고 차근차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디스크가 찢어지면 어떤 식으로든 결국 아문다. 단지 기간이 길 뿐이다. 최소 1년 반에서 3년 안에 다시 아물기 때문에 인내로 버틴 자는 신기한 회복을 경험할 테지만, 통증 즉시 수술한 이들은 인내의 기회를 가져본 적이 없기에 "수술하길 잘했다"는 말부터 꺼내기 십상이다.

/사진=유튜브 캡처
/사진=유튜브 캡처

수술을 피하지 못하는 것은 통증 때문이다. 말이 통증이지, 정말 호흡 곤란까지 동반되는 그런 종류의 통증이다. 겪어보지 못한 자는 결코 이해할 수 없다. 목 디스크 통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연관통(聯關痛)과 방사통(放射痛)이 그것.

연관통은 디스크가 찢어져 신경이 눌려 생긴 통증으로, 목 인근(주변)에 주로 나타난다. 어깻죽지가 아프고 (목이나 어깨) 근육이 뭉친 느낌이 강하고 머리나 귀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경우 등이 그렇다. 디스크가 찢어지다 못해 그 안에 수핵이 밖으로 흘러나와 신경 뿌리에 (염증을 생성해) 통증을 유발하는 것은 방사통이다. 방사통은 목 주변에 있지 않고 팔이나 다리로 내려가는 게 특징. 방사통은 산고(産苦)를 능가할 만큼 고통이 극심하다. 통증으로 눈물 나는 건 예사고, 수주 간 잠을 제대로 못 자기도 한다.

우리는 흔히 목 주변 근육이 뭉치면 마사지를 받아야 풀린다고 여기기 쉬운데, 사실은 디스크가 찢어졌거나 찢어질 때가 온 것이다. 다만 통증이 심하지 않아 못 느낄 뿐이고, 찢어졌다는 험악한 표현을 수긍하기 싫을 뿐이다. 찢어져서 연관통이 나타나면 목과 거리가 먼 위장약이나 심장약을 처방받아 먹곤 한다. 위와 심장의 통증이 사실 목 디스크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 말이다. 디스크가 찢어지다 못해 수핵이 흘러나와 신경에 염증을 일으키면 또 다른 통증으로 몸살을 앓아야 한다.

연관통과 방사통은 서로 교류한다. 연관통에서 시작해 방사통으로 갔다가 다시 연관통으로 오는 순환 노선은 우리 근육을 수시로 못살게 군다. 정말 이 고통을 못 견뎌 수술을 결정하는 것은 숟가락을 들 힘이 없을 정도로 쇠약해졌거나 대소변을 보기 어려울 만큼 감각이 사라질 때 뿐이다.

/사진=유튜브 캡처
/사진=유튜브 캡처

내 경우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으나 심한 통증으로 매 순간 참느라 인내력이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신경뿌리 염증을 완화하는 주사요법이 1차적으로 필요해 시술받은 뒤 안정을 찾았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몇 개월 뒤 통증은 다시 찾아올 텐데, 그땐 결국 수술을 결정해야 할까. 설사 수술한다 한들 그 이후는 문제가 없을까.

무엇보다 수술은 수년 뒤 수술한 디스크가 다른 자연 디스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수술을 또 해야 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게 많은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요약하면 통증은 수술을 고려하지 않는 편이 낫다. 가장 좋은 치료법은 금세 효과를 보기 어렵지만, 서서히 어느 날 갑자기 변화가 찾아오는 이 '운동'이다. 바로 '걷기'다.

내게 주어진 치료의 마지막 시간을 6개월로 정해놓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걷기라는 아주 간단한 '목디스크 치료'에 나섰다. 전문가와 선험자의 얘기를 모으면, 걷는 데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1시간 정도의 시간을 들여 평지를 걷는 것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곳을 걸으면 척추에 영향을 주고 시간이 너무 짧거나 길면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주사를 맞고 매일 점심을 먹은 뒤 1시간씩 무조건 청계천을 걸었다. 거의 한 달간 했는데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되레 없던 허리 디스크까지 생길 판이었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렇게 45일쯤 지났을까. 정말 어느 날 갑자기 통증이 씻은 듯 사라졌다. 찢어진 디스크는 최소 1년 6개월에서 3년까지 기다리면 회복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대놓고 무시하듯 그렇게 통증이 사라졌다. 신기했다. 마치 기타를 처음 배울 때 F코드가 바로 안 돼 수십 일을 헤맨 뒤 어느 날 갑자기 자연스럽게 잡을 수 있었던 그 기쁨과 거의 흡사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걷기가 디스크에 특효라는 사실을 '감동'으로 느낀 뒤 걷는 것은 내 일과의 가장 중요한 습관으로 자리잡았다. 아버지는 생전 걷는 행위의 예찬론자였다. "여기서 신림동까지는 6.4km 되는데, 걸으면 56분 걸려" 같이 정확한 수치로 설명을 대신했다. 전남 고흥까지 최남단도 걸어서 완주했을 정도다. 평생 흡연했지만, 투병하지 않고 영면한 것도 걷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나도 걷기에 입문한 뒤로 이의 응용 버전을 모두 시험하는 중이다. 걷기→등산→맨발 산행→달리기 등으로 말이다.

특히 달리기는 걷기로 어느 정도 척추를 회복한 후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동안 뭉친 근육, 잘못된 자세, 기울어진 척추의 모든 문제를 가장 손쉽고 빨리 해결해주는 만능 요법이라는 점을 지난 1년의 경험을 통해 확실히 깨달았다.

목 디스크가 생각보다 더 심했다면 달리기는커녕 걷기조차 겨우 해내며 하루하루를 버텼을 텐데, 다행히 달리기를 해낼 기회를 얻어 실행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행운으로 여긴다. 뛸 때마다 홍제천변에서 만나는 수많은 환자들을 보면서 더 크게 느끼게 되는 상대적 고마움까지 덤으로 얻은 느낌이다. 이로써 나의 목 디스크는 통증이 시작된 2018년 이후 5년간 '이상무'라는 신호를 매일 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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