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8위' 불안한 불펜, 이승엽 감독은 최지강-이병헌-백승우 '씩씩투'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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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기자

두산 투수 최지강. /사진=두산 베어스

[안호근 스타뉴스 기자]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나섰던 두산 베어스는 지난해 9위로 내려앉았다. 마운드 붕괴 탓이 컸다. 사사구를 625개나 내주며 이 부문 최다 2위에 오른 것이 치명적이었다. '뉴페이스'들의 씩씩한 투구가 두산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지난 시즌을 마치고 두산 사령탑에 오른 이승엽(47) 감독은 투수들에게 공격적인 승부를 강조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나오는 불펜 투수들의 제구 난조로 벌써부터 골머리를 앓고 있다.

두산은 26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시범경기에서 1-2로 역전패했다. 3승 6패 2무, 공동 8위로 내려앉았다.

선발진의 활약은 기대대로다. 딜런 파일이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라울 알칸타라가 3경기 12⅓이닝에서 평균자책점(ERA) 2.19, 최원준도 2경기 7⅔이닝 ERA 1.17, 곽빈은 1경기에서 3이닝을 던지며 무실점 호투했다. 선발 로테이션 합류가 유력한 최승용도 3경기에서 11⅔이닝을 투구하며 4자책점, ERA 3.09로 준수한 투구를 펼쳤다.

그럼에도 두산은 팀 ERA 4.17로 8위다. 선발진의 활약을 고려하면 불펜진이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가 잘 나타난다.

26일 삼성전이 대표적이었다. 알칸타라의 5이닝 무실점 호투 속 1-0으로 앞서가던 두산은 7회 크게 흔들렸다. 국가대표까지 경험했던 박치국은 7회 마운드에 올라 강한울에게 안타를 맞고 크게 흔들렸다. 강민호 타석에서 폭투를 2개나 범했고 볼넷도 허용했다. 대주자 김성윤에겐 2루 도루까지 허용했고 대타 김동엽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줬다.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올랐지만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김태군에게 던진 공도 몸에 맞았고 결국 동점을 허용했다.

무사 만루에서 공을 넘겨받은 고봉재가 1실점과 아웃카운트 3개를 맞바꿨지만 이 1점으로 두산은 패배를 떠안아야 했다.

비단 박치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김호준은 6경기 동안 고작 1⅔이닝만 소화하며 볼넷을 5개나 내줬고 부활 기대감을 키우는 베테랑 장원준도 4이닝 동안 3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두산 왼손 투수 이병헌. /사진=뉴시스

그렇기에 씩씩하게 공을 뿌리는 새로운 얼굴들이 이승엽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최지강(22)과 이병헌(20), 백승우(23)가 그렇다. 셋을 합쳐 1군 경험은 11경기 6⅔이닝이 전부다. 두산 팬들 입장에서도 생소한 투수들이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보여주는 임팩트는 누구보다 강렬하다. 2022년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한 왼손 투수 최지강은 이번 시범경기에서 3차례 등판해 3이닝 동안 단 1점만 내줬다. 대학교에 입학해서야 투수로 변신했지만 안정적인 제구와 수준급 슬라이더 등을 바탕으로 공격적 투구를 펼치고 있다. 볼넷도 하나에 불과했다.

그의 투구를 지켜보는 해설위원들 모두 칭찬이 끊이지 않는다. 이승엽 감독도 "어깨 부상이 있어 마무리 훈련 때 컨디션이 안 좋아 함께하지 못했지만 좋다는 보고를 지속적으로 받았다. 시즌 초부터 쓸 수 있을 자원"이라며 "팔이 낮은데도 직구가 휘지 않고 똑바로 들어온다. 스윙도 좋고 변화구도 직구와 같은 궤도로 던져 타자들이 까다로울 것이다. 특별한 약점이 없고 제구력도 좋다.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평가했다.

이병헌에 대한 기대치도 크다. 2022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아 두산 유니폼은 입은 좌투수 이병헌은 지난해 9경기 5이닝 동안 2실점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이번 시범경기에서도 7경기 5이닝을 2실점으로 막고 있다. 홀드도 3개나 챙겼다.

이 감독은 "8회는 정철원, 9회는 홍건희가 맡는다. 그 앞에는 이병헌, 박치국, 이형범, 김명신이 들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병헌에 대해 "구위도 좋고 쉽게 공략할 수 있는 투구폼이 아니다. 내가 타석에 서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백승우 또한 새로운 발견이다. 2023 신인 드래프트에서 7라운드 전체 69순위로 입단한 그는 육성선수다. 25일 삼성전 단 한 경기 1이닝만 투구했지만 타격감이 좋은 삼성의 세 타자를 13구 만에 잡아내며 이 감독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승엽 감독은 "신인인데 좋다는 보고를 받고 써봤다. 예상보다도 좋았다"며 "1군이 처음인데 주눅 들지 않고 표정 변화 없이 빠른공과 변화구를 스트라이크 존에 던졌다. 결과도 그렇지만 자신감이 좋아서 좋은 선수를 뽑았구나 생각했다"고 평했다.

다만 백승우는 육성선수 신분이어서 5월 이후에야 콜업이 가능하다. 당장 활용이 어려움에도 그를 불러올린 이유는 분명했다. 이 감독은 "스피드를 떠나 공을 잘 던진다"며 "시범경기가 끝나면 퓨처스에서 뛰겠지만 이후 한 달간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잘하면 (5월 이후) 바로 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