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2년만 복귀…"대규모 투자 오너만, M&A 연말에 구체화"

서정진 셀트리온 (179,900원 ▲200 +0.11%) 명예회장이 2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전 세계가 어려운 지금 같은 시기엔 그룹 총수가 뛰어야 한다"는 판단 하에 '일시적 복귀'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서 명예회장은 향후 2년간 인수합병(M&A), 연구개발(R&D), 해외영업 등 경영 전반을 이끌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 전반을 주주들과 5시간 넘게 소통하면서 공유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 /사진=셀트리온

28일 셀트리온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서 명예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통과됐다. 주총 이후 열린 이사회에선 서 명예회장을 공동 의장으로 선임했다. 2년 만의 복귀다. 내일부터 2년간 그는 명예회장에서 '명예'를 떼고 그룹 '회장'으로서 경영을 챙기게 된다.


경영 복귀는 첫 무대는 주총이었다. 이날 서 명예회장은 주총 시작 전부터 끝까지 주주들과 적극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5시간 동안 주총장엔 성토가 쏟아졌다. 주주들은 셀트리온의 주식가치 하락과 실적 악화에 대해 현 경영진에 거듭 불만을 토해냈다. 주가 하락을 책임을 물어 ESG위원장 사퇴도 요구했다. 자사주를 소각해 주식가치를 올려달라, 이사보수한도가 부당하단 지적도 제기했다. 서 명예회장은 주주들에 "저평가를 실적으로 견인하겠다"며 "내년 주총에서 밝은 낯으로 만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박스터는 보는 매물 중 하나…"M&A 적극 나선다" M&A 계획도 밝혔다. 최근 셀트리온이 미국 박스터인터내셔널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부인 바이오파마솔루션 사업부문 인수를 검토 중이란 소식이 알려졌다. 거래 추정가는 40억달러(약 5조2300억원)로, 인수 확정시 국내 제약·바이오 분야 최대 규모 M&A가 된다. 서 명예회장은 "박스터는 쳐다보는 아이템 중 하나이긴 하지만 비싸면 안한다"며 "(박스터 측에) 너 말고도 (살 수 있는) 매물들이 많으니 너네가 의향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해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희처럼 유동성에 여유가 있는 회사에서 M&A는 당연한 경영전략 중 하나"라며 "상반기는 주로 (M&A 매물을) 관찰하는 시기이고, 움직이는 것은 연말쯤 되지 않을까 한다. 올 연말이나 내년에는 M&A를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작년 말 기준 셀트리온그룹 상장 3사의 유동자산은 6조4000억원 이상이다.

M&A 과정에서 자사주, 서 명예회장 보유주식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서 명예회장은 "현금, 주식 스와핑 등 방식으로 M&A를 할 수 있다"며 "주주들이 요구하는 자사주 매각은 지금 때가 아니다. 주식 스와핑을 통해 M&A 자금으로 쓰는 게 더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금, 채권, 현금성자산 등을 활용할 생각이고 내 보유주식도 활용할 생각이 있다"며 "M&A를 위해 유상증자를 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M&A 전략은 장남인 서진석 수석부사장(제품개발부문장)과 공동의장으로서 이끌어나가겠단 계획이다. 서 명예회장은 "서 부사장과 저는 제품 개발, 인수합병(M&A)을 긴밀히 할 예정이고, 이외는 기우성 부회장이 맡을 것"이라며 "제품 개발, M&A는 대규모 투자라 오너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그룹 상장 3사(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75,900원 ▼4,500 -5.60%)·셀트리온제약 (91,500원 ▲200 +0.22%)) 합병도 기존대로 추진한다. 서 명에회장은 "주주들이 합병을 원하고 제 생각도 변함없다"며 "금융감독원에 진행 중인 행정절차가 올해 7월 끝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다음은 금융시장 환경과 관련이 있다"며 "다만 금융시장이 언제 안정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금 등을 감안할 때 저도 빨리 합병을 하고 싶다"며 "이걸 하려고 주가를 떨어뜨리는 바보는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셀트리온그룹은 2020년부터 3사 합병을 추진했다. 하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으로부터 바이오의약품을 구매해 해외에 판매하는 구조로 제기된 분식회계 논란 탓에 절차가 지연됐다. 작년 증권선물위원회가 분식회계 혐의에 고의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고, 서 명예회장 복귀로 3사 합병이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한달의 3분의2 해외현장 챙긴다 바이오시밀러를 기반으로 신약 사업을 육성하겠단 계획도 내놨다. 사업군 비율은 바이오시밀러 사업 60% 대 신약 사업 40%다. 서 명예회장은 "램시마SC와 유플라이마는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에 따른 영업 활성화와 함께 유럽시장에서 순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기존 램시마IV, 트룩시마, 허쥬마는 유럽과 미국에서 안정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4월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내년 7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출시와 램시마SC로 미국 시장에서도 직접 판매에 나선다"면서 "셀트리온USA(셀트리온헬스케어 소속)를 통해 램시마SC(피하주사) 2조원, 유플라이마(휴미라 바이오시밀러) 1조원 등 2년 내 3조5000억원 규모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이중 램시마SC는 수익성이 높은 제품으로 미국에서는 신약으로 심사허가를 진행 중이다. 올해 10월께 허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서 명예회장은 "정맥주사 링거가 10달러여도 미국에서는 간호사가 놔주면 1500달러나 들어간다"면서 "램시마SC는 자가 주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고, 신약으로 허가 받아 다른 바이오시밀러의 가격 덤핑(정상가보다 낮은 가격 제시) 경쟁으로 인한 손실도 없다"고 했다. 이어 "신약 개발도 진행 중으로 mRNA 기술 플랫폼을 올해 상반기 중으로 내재화할 예정"이라며 "항체-약물접합 기술 신약, 이중 항체 신약도 있고, 주사가 아닌 입으로 먹는 항체 신약도 개발한다"고 덧붙였다.

해외 영업을 적극 챙기겠단 계획도 전했다. 서 명예회장은 "한 달에 3분의2는 해외 영업현장을 뛰어다니고 3분의1은 연구개발 부문을 강하게 볼 것"이라며 "제가 직접 뛰면 해외 고위 결정직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영향으로 경쟁 입찰시장인 유럽에서도 덤핑 전략을 따르지 않을 수 있단 설명이다. 그러면서 서 명예회장은 "저 평가를 실적으로 견인하겠다"며 "내년 주총에서 밝은 낯으로 만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그가 제시한 올해 셀트리온의 연결 기준 매출 목표는 2조5000억원 이상, 단독 매출 목표는 2조원 이상이다. 서 명예회장은 "올해보단 미국 직판법인이 자리를 잡는 내년 매출 신장폭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 빠른 시일 내 3조원에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최선을 다해서 제품을 팔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