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하락에 올해 건보 수입 4300억 줄어든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 재정 당기 수지가 3조6000억원으로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다시 적자로 전환해 건보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질 우려가 커진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 수입 감소, 의료 이용 증가 등이 건보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 당기수지(현금흐름기준)가 연간 3조6291억원 흑자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2018년 2000억원 적자, 2019년 2조8000억원 적자, 2020년 4000억원 적자였다가 2021년 2조8000억원 흑자로 돌아선 뒤 2년째 흑자다.


누적 적립금은 23조 8701억원(급여비 기준 3.4개월 분)이다. 전년 대비 수입은 8조3000억원(10.3%), 지출은 7조5000억원(9.6%) 각각 증가했는데 지출증가폭보다 수입증가폭이 커 재정수지가 개선됐다. 수입 증가율은 최근 5년 중, 지출 증가율은 최근 3년 중 가장 높다.

수입 증가의 이유는 △직장가입자 수의 증가(전년 대비 3.2%) △경제 성장(2021년 경제성장률 4.1%) △명목임금 상승(2021년 5인 이상 명목임금 상승률 5.0%)으로 지난해 직장 보수월액 4.0% 증가 등이다. 지난해까지 급등한 부동산 가격도 영향을 미쳤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2019년 5.23%, 2020년 5.98%, 2021년 19.05%, 지난해 17.20%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공시가격을 감안한 재산 수준에 따라 건보료가 결정되는데 재산 가치가 올라 건보료 수입도 늘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라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수입이 연간 43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안)은 전년보다 18.61% 하락했는데 정부는 이에 따라 지역가입자의 세대당 건보료가 월평균 3839원(평균 납부액의 3.9%)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말 기준 지역가입자가 931만4000세대인 점을 감안하면 월평균 358억원, 연간으로는 4291억원의 건보료 수입이 감소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침체와 그에 따른 구조조정 및 기업 파산,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 2025년 초고령사회 도달 등으로 건강보험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의료 이용이 늘어나는 점도 재정 악화 요인이다. 이미 코로나19 상황이 정점을 찍은 뒤 완화되고 있던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지출 증가율이 9.6%로 2021년 5.3% 대비 2배 가까이로 높아졌다. 이르면 다음달 말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하향한 뒤엔 의료 이용이 더 증가하고 그만큼 지출도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이외에 필수의료대책 등에 건보 재정이 추가로 투입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출 요인은 더 많아진다.

이와 관련 강도태 전 건보공단 이사장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예전에 본 데이터 기준 4500억원 정도 적자가 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단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에 따라 재정관리를 더욱 강화해 나가는 한편 '필수의료 지원 대책'에 따라 꼭 필요한 의료적 필요에 대해서는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재정건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건강보험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