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나쁜 사람 아니다"…20대 여경 스토킹한 40대 경찰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법원 /사진=임종철

20대 초임 여성 경찰관을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선배 경찰관이 벌금형에 처해졌다.

29일 뉴시스와 지역 매체 등에 따르면 대구지법 제11형사부는 전날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A(41)씨의 국민참여재판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6일부터 같은 달 8일까지 24회에 걸쳐 신임 경찰관 B씨(27·여)에게 전화하거나 모바일 메시지를 전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두 사람은 2019년 9월 B씨가 신규 임용돼 같은 지구대에 근무하면서 처음 얼굴을 알게 됐다. 이듬해 A씨는 B씨에게 "라면 먹는데 갑자기 생각나서. 아저씨, 나쁜 사람 아니다" 등 내용으로 연락했고 B씨는 두 차례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이후 간단한 연락만 했던 두 사람은 지난해 2월 6일 A씨와 B씨, 직장 동료 등 3명이 우연히 마주친 자리에서 1분 정도 인사를 나눴다.

A씨는 이 만남을 계기로 다시 "시내 갔다가 버스 타고 오는겨?", "소주 한잔 한겨?", "오랜만에 봐서 반갑네" 등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걸었다. B씨는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A씨를 고소했다.

재판에서 A씨 측은 거절 의사 표시가 묵시적으로 철회됐고 자신의 행동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A씨 측은 "연예인 박수홍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호감 표시를 해도 괜찮으며 일반 성인 남녀 중 14살이 많으면 무조건 호감 표시하면 안 되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에 의하면 명시적 거절 의사 표시가 묵시적으로 철회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찰 조사부터 법정 증언까지 피해자는 일관되게 불쾌감은 물론 성적수치심과 소름 돋을 정도의 두려움을 느꼈다고 얘기하는 점에서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서 불안감과 공포감을 줬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