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의료단체 "간호법 통과시 즉시 단식투쟁… 사즉생의 각오"

13개 의료단체가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과 의사면허 박탈법의 본회의 상정을 반대하며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피켓을 들고 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

13개 의료단체가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가 간호법과 의사면허 박탈법의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이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13개 의료단체 단체장이 즉시 단식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끌어내기 위해 서울 시내 중심으로 대규모 집회를 전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는다면 13개 의료단체의 연대 총파업을 위한 전 회원 투표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의사면허 박탈법 저지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방사선협회, 병원협회, 응급구조사협회, 치과의사협회 등 13개 의료 단체로 이뤄졌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 △장인호 대한임상병리사협회장 등이 참석했다.이들 단체장은 '간호사만 특혜주는 간호법안 폐기하라', '의료인 면허취소법 강행처리 민주당은 사죄하라', '다른직역 면허침해 간호법안 철회하라', '간호법안 강행처리 국민건강 위협한다' 등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에 임했다.

기자회견이 열린 이유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과 의사면허 박탈법이 상정돼 표결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여야 원내대표 협의로 이들 법안 상정은 다음 달로 미뤄졌다.

간호법과 의사면허 박탈법의 처리가 잠시 미뤄졌지만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앞으로 더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13개 단체가 연합하는 방식으로 집회와 시위 규모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본회의에서 간호법과 의료면허 박탈법이 통과될 경우 저희 비상대책위원회와 13개 연대는 그 즉시 단체장 단식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사즉생의 각오로 단체장들이 기꺼이 단식에 동참하기로 의견을 모아주신 상태"라며 "이어 전국 규모의 대형 집회를 서울 시내 중심에서 13개 연대가 공동으로 개최해 400만 보건복지 의료인의 결기를 분명히 보여주고 투쟁 수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했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과 의사면허 박탈법이 통과돼도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을 끌어내기 위해 집회와 시위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으면 의료단체 총파업을 위한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통과된 법안의 거부가 이뤄질 수 있도록 극한의 투쟁 의지를 천명할 것"이라며 "법안 거부가 이뤄지지 않고, 우리의 결사 저지 의지가 끝내 외면당한다면 곧바로 13개 단체 긴급회의를 열고 단체 파업 투쟁에 돌입하기 위한 전 회원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후 단계에서 단체별 상황에 따라 파업의 시기와 방법, 절차 등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3개 의료단체가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과 의사면허 박탈법의 본회의 상정을 반대하며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이창섭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의료단체 단체장들은 간호법의 부당함을 거듭 강조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모든 의료 직역의 처우 개선이 같이 일어나야지 어떻게 간호사만 처우 개선을 하겠다고 간호법을 밀어붙이느냐"며 "과연 간호사들이 같이 협업하고 상생하려고 생각한다면 다른 보건의료 직역들의 권리와 처우 개선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은 "대한간호협회처럼 회원 수가 많지 않고 정치력이 미미한 직역들은 철저히 버림받아야 하는 것이냐"며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맡은 바 사명을 다하는 약소 직역의 소외감과 박탈감에 정치권에서 단 한 번이라도 헤아려봤는지 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장인호 대한임상병리사협회장은 "대한간호협회에 역으로 제안하고 싶다. 간호법으로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저희 약소 직군들과 공개 토론회를 하자"며 "간호법이 왜 '간호사특혜법'인지, 사실에 근거해 분명히 말할 기회를 갖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