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맥주 1위 탈환"...창립 100년 앞둔 하이트진로 '큰그림'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가 30일 서울 성북구 삼청각에서 열린 맥주 신제품 '켈리' 미디어데이에서 제품 특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엄식 기자

"켈리 돌풍으로 소주에 이어 맥주도 국내 시장 1위를 탈환하겠다."


30일 미디어데이에서 공개한 하이트진로 (20,650원 ▼350 -1.67%)의 '올몰트(보리맥아 100% 첨가)' 맥주 신제품 '켈리(KELLY)'의 출시 배경에 대해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가 한 말이다. 카스와 경합 중인 테라(TERRA)의 보조 브랜드가 아닌 업계 판도를 바꿀 '킬러 제품'으로 내놨다는 의지를 강조한 셈이다.

하이트진로는 내년 창업 100주년을 맞이(진로가 1924년 창업)한다. 장수 기업의 상징이 되는 기념비적인 시점을 앞두고 오비맥주에 10년간 1위를 내어줬던 맥주 시장에서도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2011년까지 맥주 시장 1위를 지켰던 '하이트'는 카스에 밀려 2012년부터 2위로 내려앉았다. 이후 판매량이 줄어들며 한때 시장 점유율이 20%대로 하락한 적도 있다. 하이트진로는 테라가 출시되기 이전 맥주 사업에서 수년간 1000억원대 손실이 났다. 하이트에 입사해 맥주 분야에서 주로 활동했던 김인규 대표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그가 이날 '맥주시장 1위 탈환'이란 표현을 공식화한 이유다.

켈리는 올몰트 맥주지만 기존 제품과 달리 톡 쏘는 탄산감을 강조해 한국인이 좋아하는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술)용으로도 어울린다. 이 때문에 카스는 물론 자사 브랜드인 테라와도 경합해야 한다. 현재 생산라인과 유통이 테라에 집중돼 있지만, 켈리가 앞으로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면 언제든지 제품 출고 비중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게 하이트진로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이트진로는 내심 켈리가 가정용 시장에서 견고한 점유율을 확보한 카스(cass)를 견제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동시에 2개 메가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이 오히려 기존 제품 시장 점유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 상무는 "소주 시장에서도 참이슬과 진로이즈백 2개 라인업을 가동해 이전보다 점유율을 10% 이상 끌어올렸다"며 "켈리가 기존 테라의 점유율을 낮추는 것보다 카스의 점유율을 낮추는 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테라가 시장에 안착한 2020년부터 켈리 출시를 위한 연구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 출시까지 3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전장우 하이트진로 연구소장 상무는 "신제품 제조에 가장 적합한 덴마크 맥아를 발굴하고 직접 현지에서 생산 가능성을 타진하는 데에만 1년 이상 걸렸고, 일반 맥아보다 24시간 더 발아시킨 '슬로우 발아', 7℃에서 1차 숙성한 뒤, -1.5℃에서 한 번 더 숙성시켜 강렬한 탄산감을 더한 '더블 숙성 공법' 등 켈리만의 특징을 위한 연구개발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테라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시장 1위 탈환을 위해 계속 도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이날 행사에서 김 대표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시기 언급한 사즉생생즉사(死卽生生卽死, 죽고자하면 살고 살고자하면 죽는다)를 빗대 '변즉생정즉사(變卽生停卽死, 바뀌면 살고 머무르면 죽는다)'를 수 차례 언급했다. 그는 "테라로 다져진 맥주시장의 안정적 위치 대신 과감하게 새로운 도전을 하고 변화를 이끌어가는 쉽지 않은 길을 택하기로 결정했다"며 "시장과 소비자와 함께 미래를 향한 우리만의 길을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켈리 출시로 기존 하이트진로 올몰트 맥주 브랜드 '맥스(Max)'는 사실상 단종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오 상무는 맥스 단종 여부를 묻는 질의에 "기본적으로 하이트진로는 개별 브랜드 전략이다. 소비자 선택을 받는 것은 개별 브랜드의 몫"이라며 "소비자에게 선택받지 못하고 도태되면 단종 수순이다. 정리 수순은 제조사가 아니라 소비자가 결정한다"고 말했다.

오 상무는 켈리 판매량 목표에 대해선 "최단 기간 두 자릿수 MS(시장 점유율)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