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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꽃놀이패[특파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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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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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31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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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8년 미국은 중국을 향해 고율 관세 부과를 통한 무역분쟁을 시작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미국의 압승을 예견했다. 중국이 'G2(주요 2개국)'의 한 축으로 부상했다고 해도 세계의 경찰이자 세계 무역의 중심, 그리고 달러 패권을 쥔 미국의 압박을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건 무리였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하다 끝이 날 것이라고 봤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순진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에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가장 최근 사태로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 같은 크고 작은 일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국제 질서를 다시 쓰게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전쟁만 봐도 그렇다. 러시아를 혼내주겠다던 미국과 유럽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그 사이 중국과 러시아는 한 배를 타고 상호보완적 경제 공동체로 변신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같은 큰 의미의 권위주의 국가들은 자유 진영 반대편의 거대 세력으로 덩치를 키웠다. 이들을 통째로 손 봐줄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미국을 대표로 한 서구 진영은 어떨까.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대중 전략에서도 힘은 분산된다. 당연히 조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봉쇄 정책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모습이다. 중국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에 그쳤다고는 하나 제로 코로나 같은 중국 스스로 패착 때문일 뿐 외부 요인은 없었다.

반도체 봉쇄가 그나마 위협적인데 중국에 제대로 타격을 입히려면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유럽은 별로 손을 쓸 의사가 없어 보인다. 미국 정도면 몰라도 무역 초강대국 중국을 손절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대중 강경론자들은 지금도 미·중 간 패권 다툼에서 중국이 무너질 거라고들 한다. 하지만 중국이 다칠지는 몰라도 힘없이 쓰러질 거라고 여기는 건 희망 사항이다. 미국이 환율이든, 석유든, 반도체든 전력을 다해 중국을 친다면 미국 스스로도 크게 다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으르렁거리면서도 지난해 미·중 무역 교역액이 6906억달러로 사상 최대였다는 건 많은 걸 시사한다.

얼마 전 시진핑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회담을 지켜보며 중국이 미국에 당할 거라는 생각을 또 한 번 고쳐먹었다.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얘기는 거의 하지 않고 중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내용들로 가득했다. '하나의 중국', 러시아의 위안화 결제 확대, 서구 기업의 빈자리를 중국 기업으로 채우겠다는 약속, 러시아가 왜 관심을 갖는지 모를 후쿠시마 오염수까지.

연신 미소를 띤 푸틴 대통령 얼굴과 달리 시종일관 무표정한 시진핑 주석에게서 러시아와 러시아 앞마당으로 여겨지던 중앙아시아 경제 패권을 중국이 접수할 거라고 예감한 건 기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익명의 국제 관계 전문가 표현을 빌리자면 중국은 '꽃놀이패'를 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역할을 할 이유가 없다. 러시아가 힘이 빠질수록 유라시아 대륙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다. 미국이나 유럽도 마찬가지다.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붓느라 국력은 약해진다. 그럴수록 중국을 내칠 여력은 사라지고 무역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게 뻔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그렇게 만나고 싶다고 해도 시 주석이 먼 산만 바라보는 건 전쟁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게르만족의 대이동이 로마를 멸망시켰듯, 세계 정세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적과 아군을 예단할 수 있는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중국의 꽃놀이패[특파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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