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보너스 26% '뚝'…"올해가 더 가혹" 월가에 부는 찬바람

/AFPBBNews=뉴스1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특수를 누리던 미국 월스트리트 종사자들의 보너스가 지난해 26%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시장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 감사관실은 이날 연간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뉴욕 증권업계 종사자들이 평균 17만6700달러(약 2억3000만원)의 보너스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사상 최대 액수였던 2021년의 평균치 24만400달러(약 3억2000만원)에서 26% 떨어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한 2008년(-43%) 이후 하락 폭이 가장 컸다. 토마스 디나폴리 뉴욕주 감사원장은 "월가의 평균 보너스 금액이 팬데믹 이전 수준과 비슷해졌다"고 설명했다.

월가 직원들의 보너스가 줄어든 건 예견된 일이다. 팬데믹 기간 갈 곳을 잃은 돈들이 주식·채권 시장으로 몰리며 월가는 2년간 큰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지난해의 상황은 달랐다. 작년 한 해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는 투자자를 뒤흔들었고 월가는 주식·채권 시장의 급격한 하락세를 맞았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도 악재로 작용하면서 월가는 혹독한 한 해를 보냈다.

월가 기업들의 먹거리가 줄어든 것도 어려움을 더했다. 지난해 기업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채권 발행 감소로 투자은행(IB) 수수료가 크게 줄면서 월가세전 총이익은 전년보다 무려 56% 감소했다. NYT는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및 시그니처은행의 붕괴로 금융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진 만큼, 올해는 고액 금융 분야 종사자들에게 더 가혹한 한 해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시장 상황이 불투명해지자 월가 금융 회사들은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골드만삭스는 전체 직원의 6.5%에 해당하는 3200명을 해고하며 2008년 이후 최대 규모의 감원을 단행했다. 더불어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을 삭감하고, 전용기를 매각하는 등 전방위적인 비용 절감 절차에 착수했다. 모건스탠리도 1600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씨티그룹과 블랙록도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디나폴리 감사원장은 "(월가 종사자들의) 낮아진 보너스가 뉴욕주와 뉴욕시 세수에 영향을 주긴 하지만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월가에만 달린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월가는 2021년 기준 뉴욕시 전체 경제활동의 16%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