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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인 월280만원 부담" 치매 배우자 돌보다 살인까지…정부 대책은

머니투데이
  • 정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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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3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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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진단] 대한민국 노인 간병 실태의 오늘과 내일

"간병인 월280만원 부담" 치매 배우자 돌보다 살인까지…정부 대책은
#. 2019년 4월, 전북 군산시 한 자택에서 80세 남편이 치매에 걸린 82세 부인을 살해했다. 10여년간 아내를 간병해온 남편은 요양병원 입원 문제로 입씨름을 벌이다 분노가 폭발해 극단적 행동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남편은 '미안하다'는 유서를 쓴 뒤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를 알렸다. 현장에 도착한 아들은 "침대 곁에서 흐느끼고 있는 아버지를 봤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노노간병(老老看病)'.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상황이다.

2020년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집에서 간병을 주로 하는 사람은 배우자 > 딸 > 아들 > 며느리 순으로 많았다. 국립암센터·삼성서울병원 등의 공동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 암 환자 86.1%가 아내에게, 여성 암 환자 36.1%가 남편에게 신체적 도움을 받았다. 의존도에 차이는 있지만, 남녀 모두 자식보다는 배우자로부터 간병을 받고 싶어 했다. 이처럼 아픈 가족을 돌보는 가족 구성원 1위가 배우자라는 사실은 노노간병 비율이 점차 늘어날 것을 암시한다. 노인 인구 비율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유엔(UN)은 총인구에서 만 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일 때를 '고령화 사회', 14% 이상일 때 '고령 사회', 20% 이상일 때 '초고령 사회'로 구분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지 17년 만인 2017년 고령 사회로 들어섰다. 3년 후인 2026년엔 인구 5명 가운데 1명이 만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2005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선 노노간병으로 인한 살인 등 각종 사건·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2020년 7월, 일본 가나가와현에선 73세 여성이 잠자던 83세 남편의 목을 졸라 죽였다. 장남의 신고로 들이닥친 경찰관에게 해당 여성은 "남편을 간병하느라 지쳤다"고 자백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는 25년 뒤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 고령화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로 올라설 전망이다. 노노간병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가중되는 것을 넘어, 배우자 살인 같은 사건·사고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미 2006~18년 국내 판결에 따르면 병든 가족을 살해했거나 함께 목숨을 끊는 등 이른바 '간병살인' 건수는 173건에 달했다.


간병인 고용하면 노후 생활비보다 돈 더 들어


노노간병은 이미 신체 기능이 떨어진 노인을 신체적·정신적으로도 힘들게 할 뿐 아니라 경제적 부담까지 가중한다. 2022년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행한 '제9차(2021년도) 중고령자의 경제생활 및 노후 준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보통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선 부부의 노후 생활비로 월 277만원을 필요로 했다. 최소한으로 낮춰도 적어도 198만8000원은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

이런 상황에서 노부부가 간병인을 고용하는 데는 비용이 얼마나 들까. 보건복지부는 사적 간병인을 고용하면 월평균 부담액이 280만 원(2018년 기준)일 것으로 추산했다. 1년이면 3360만 원에 달한다. 간병인을 사적으로 고용하면 부부의 노후 생활비보다 많은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것이다. 중증질환자에 대한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한 달에 간병비만 400만원 넘게 드는 일도 부지기수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대한요양병원협회가 요양병원 환자와 보호자·직원 등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3%가 "간병비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간병비 급여화가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97%가 동의했다.

"간병인 월280만원 부담" 치매 배우자 돌보다 살인까지…정부 대책은


간병비 급여화, 노인 의료돌봄 통합 지원 등 제도화 시동


이에 정부는 '간병비 급여화' 제도 추진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 2월 6일, 보건복지부는 전국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간병 실태와 급여화 수요 파악에 나섰다. 이는 국정과제에 포함된 '요양병원 간병 모델 개발'을 위한 사전 조사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정부는 실태조사 등의 결과를 바탕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건강보험공단 연구비를 활용한 이번 실태조사는 8~10개월가량 소요될 계획이다. 이번 조사는 시범사업에 앞서 '간병'에 대한 수요 추정 연구가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정부는 사적 간병인에 대한 최소한의 질(質) 담보가 필요하다고 판단, 간병인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는 또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대책을 카드로 내밀었다. 이달 3일 보건복지부는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을 수행할 지자체를 모집해, 지원한 34개 시군구 가운데 12개 지역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은 초고령 사회 도래에 대비하고 노인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위해 지역 내 다양한 의료·돌봄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식이다.

선정된 지역은 ▶광주광역시 서구·북구 ▶대전광역시 대덕구·유성구 ▶경기도 부천시·안산시 ▶충북 진천군 ▶충남 천안시 ▶전북 전주시 ▶전남 여수시 ▶경북 의성군 ▶경남 김해시 등 12개 지역이다. 선정된 지역은 올해 7월부터 2025년까지 3년 동안 노인이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의료·돌봄 관련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체계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 29일 대한요양병원협회 새 수장으로 오른 남충희(영남요양병원 이사장) 신임 회장은 임기 2년 동안 해결할 현안 두 가지 ▶간병 급여화 ▶요양병원 수가 현실화를 꼽기도 했다.

국가의 간병비 지원 시스템은 '"요양·간병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 가운데 하나다. 2021년 10월 당시 윤 후보는 요양병원 간병비를 국민건강보험 급여화하고 환자를 돌보는 가족에 대한 휴가와 휴직 기간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요양·간병 공약을 발표했다. 윤 후보는 환자 특성에 따라 맞춤형 간병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세부적으로는 급성기 환자의 경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해 국민건강보험 지원을 늘리고 요양병원 간병비는 국민건강보험 급여화로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요양과 간병을 하는 가족에 대해서는 휴가와 휴직 기간을 확대하고 치매의 경우에는 개인별 맞춤형 돌봄 계획을 마련해 지원하겠다고도 밝혔다. 초고령 사회를 3년 앞둔 지금, 노노간병의 폐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 같은 상황에서 간호사 단체인 대한간호협회는 초고령 사회를 대비해 간호인력의 '부모 돌봄'(간호사가 어르신을 돌보는 것)과 '지역 돌봄'(간호사가 병원 밖 지역사회에서 돌보는 것)을 지향하는 간호법을 지지해달라고 윤 대통령에게 호소했다. 대한간호협회는 30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통해 " 저출산고령화 대책에서 부모 돌봄은 필수"라고 강조하며,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돌보는 것을 지향하는 간호법에 윤석열 대통령이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이는 지난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저출산고령화대책위원회 제1차 회의를 열고,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추진 방향 및 과제'를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대한간호협회는 "부모 돌봄, 지역 돌봄을 지향하는 간호법은 '국민행복법'이 됨과 동시에 100세 시대 대한민국을 여는 신기원 법(法)이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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